부동산PF가 뭐길래…미분양 증가에 금융기관·건설사 '위기'

채상욱 애널리스트

발행일 2023.05.03. 15:33

수정일 2023.05.04. 11:04

조회 3,910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15) 주택 미분양 위기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최근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우려로 공사를 멈춘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우려로 공사를 멈춘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미분양 등으로 멈춘 공사장…금융회사들 PF사업 정상화 지원 나선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우려로 공사를 멈추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여 파산 절차 등에 있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27일, 은행연합회는 전체 PF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서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기로 했다. ☞PF 대주단 협약 주요내용(금융위원회 블로그)

여기서 ‘대주’란 금전을 빌려준 주체를 말한다. 이번 대주단 협약체에는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회사, 보험사, 여전사(카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등 상호신용권도 참여했으며, 참여한 금융회사의 수만 총 3,780개에 달한다.

협약체가 관리하려는 사업장은 3개 이상 채권금융기관이 참여한 총 채권액 100억 이상인 곳인데, 전국에 3,600여개가 있다. 이 중 악화 우려가 있는 위험사업장은 50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올 2월 대우건설이 울산의 브릿지론PF(사업인가 전 대출) 사업장에서 440억원의 손실을 확정한 것처럼, 현재 본PF로 올라가지 못한 사업장들을 포함해 미분양 우려가 현저한 사업장 수가 500개소에 이른다는 말이다.

*PF(Project Financing,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택지개발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동원되는 대출 등 금융수단이나 투자기법 (출처: 금융위원회 누리집)

PF시장을 둘러싼 ‘금융회사’와 ‘건설사’의 미묘한 입장 차이

이런 위기를 만든 근간은 ‘미분양’이다. 미분양이 증가했기에 신규 프로젝트가 PF를 잘 일으키지 못하고 있으며, 동시에 PF단계로 올라선 본PF 사업장들은 미분양이 심화할수록 현금흐름 문제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PF시장을 둘러싼 금융회사와 건설사의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

먼저,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경우, 분양단계를 의미하는 본PF가 아니라 토지구입 단계를 의미하는 브릿지론PF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 주체들이다. 이들은 차주인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경우, 대출 회수가 불확실해지는 만큼 어떻게든 브릿지론PF를 본PF로 올려서 분양까지 봐야만 하는 입장이다.

브릿지론PF에 대출해준 ‘상호신용’ 등 피해규모 적지 않다

브릿지론PF가 문제가 된다면, 비은행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대우건설을 포함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도 문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에는, 이미 기존 주택공사에서 나오는 이익의 체력이 높고, 각 사별 브릿지론PF의 노출도가 최대 1.5조원 규모이긴 하지만 이 중 일부 손실을 인식하면서라도 끌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이익 체력이 되는 상황이라 보여진다. 즉, 건설사는 브릿지론PF가 견딜 만한 것이다.

반면, 브릿지론PF에 대출해준 상호신용을 포함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경우에는 그 피해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8조원 이상이라는 브릿지론PF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노출은 거의 대부분이라 봐도 무방하다.

같은 브릿지론PF 위기라 하더라도, 대형 건설사와 비은행 금융기관 간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번 2023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우의 경우 울산사업장 등과 같은 사업장은 1년에 몇 개씩 대손을 잡더라도 전체 실적의 추세에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다른 회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고, 오직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현재 사색에 질린 상황이다.

본PF에서는 건설사 리스크 커져…미분양이 곧 부채로

그렇다면 본PF에서는 어떨까? 본PF에서는 은행이 주요 대주단이 되며 은행은 건설회사보다는 선순위기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미분양 등 현금흐름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심을 한다. 반대로 주요 건설사들의 경우, 미분양이 급증하는 것은 본PF에서 책임준공 등 신용보강을 한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된다.

‘책임준공’은 분양이 안 돼도 건설사가 차입을 해서 공사를 완료한다는 것이기에, 미분양은 곧 건설사 부채문제로 심화된다. 따라서 본PF단계에서는 건설사 리스크가 더 큰 셈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2023년 3월) [출처: 국토교통부 3월 주택 통계(4.27)]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2023년 3월) [출처: 국토교통부 보도자료(4.27)]

미분양 문제→‘비은행 금융기관·건설사’로 번지지 않도록 해결해야

본PF 리스크는 미분양이 아니라, ‘준공후 미분양’에서 더 심화되어 나타난다. 공사비는 골조를 진행하는 단계에서는 진행률이 낮아서 매출화율 혹은 소요자금이 적지만, 마감공사를 진행할 때는 자금소요가 급증하는 만큼 준공이 임박해서 자금난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7.5만호에서 7.2만호로 감소한 미분양 수치에도 불구하고, 0.8만호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는 ‘준공후 미분양’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건설회사다. 다만, ‘준공후 미분양’ 위기는 미분양 문제가 심화된 2022년 9월 이후부터 약 2년 후인, 2024년 9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최소 1.5년 이상 남았다고 보는 것이 건설사의 입장이라고 할 것이다. ☞2023년 3월 주택통계(출처: 국토교통부)

결국 미분양 문제는 최초에 브릿지론PF 시장을 건드리고, 여기에 대출해준 대주단들인 비은행 금융기관들 문제로 비화한 후, 향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본PF에 책임준공한 건설사 문제로 번지게 되는 흐름이다. 정부 정책이 어디까지를 마지막 보루로 판단했는지는 정부만이 알 것이다. 부디 큰 피해가 없도록 혜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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