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되풀이 되는 사고에 '괴담' 생기기도…그 진실은?

채상욱 애널리스트

발행일 2023.05.17. 17:21

수정일 2023.05.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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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16) 건설공사 안전 괴담의 역사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서울 도심 아파트
서울 도심 아파트

광주·인천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건설업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 커져

최근 인천 검단 안단테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사고로 인해, 건설업 안전사고에 대한 흉흉한 소문들이 돌고 있다. 2022년에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건설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시공 후 1년이 지난 검단 안단테 지하주차장의 붕괴까지 나왔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2022~2023년 착공한 아파트들은 물가상승으로 인해서 건설 자재를 빼먹는 등 공사관리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이 년도의 아파트를 피해야 한다는 루머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공사관리 전문가 혹은 업계에서는 이를 괴담으로 치부하나, 괴담일수록 더 잘 퍼져나간다는 특징이 있기에 이런 공사관리의 이슈를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60년대 ‘와우아파트’, 90년대 ‘1기 신도시’…아파트 공사에 대한 괴담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공사 괴담의 역사는 1968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부터 시작한다. 이후 70년대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와우아파트 붕괴 후 공사관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단지들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순항했다. 

두 번째 안전관리 이슈가 불거진 것은 1990년대 1기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부터였다. 필자가 2004년 국내 대형건설사에 들어갔을 때도 건설업 선배들이 이 괴담을 계속 전파했는데, 이른바 1991~1994년에 대규모 공사를 진행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골조 공사에 염분이 들어간 바닷모래를 썼다고 하면서 철근이 조기 부식하여 아파트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괴담으로 그 스케일이 사뭇 거대했다. 당시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전국에 30만호였고, 1991~1995년 준공된 아파트가 180만호였으므로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였다.
서울시는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이후 2차례에 걸쳐 부실한 기존 시민아파트 349동에 대한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금화시민아파트 기초보강공사 현장
서울시는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이후 2차례에 걸쳐 부실한 기존 시민아파트 349동에 대한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금화시민아파트 기초보강공사 현장

논리적으로도 매서웠는데, 1991~1995년의 대규모 신도시 신시가지 건설로 인해서, 수도권은 한강모래가 바닥을 드러내고, 실제 바닷모래를 사용하기에 이른다. 해사의 경우 강사와 달리, 염분이 함유되어 있기에 골조 공사 시 염분을 세척 제거하고 배합을 해야 한다. 염분은 철근을 부식하고 부식은 팽창의 원인이기에, 골조를 내부에서부터 취성파괴 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이 해사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았다’는 것이 괴담의 주 내용이었다. 

건설회사에서 건설공사를 담당하고, 자기가 직접 90년대 1기 신도시를 건설했다는 공사소장, 팀장들의 전언을 듣다 보니, 신입사원인 필자의 경우에도 공포심이 생겼다. 그러나, 당시의 우려와 달리 1기 신도시는 현재도 구조적 골조 하자의 문제가 없는 채로 잘 지탱되고 있다. 그 시점으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90년대 바닷모래 아파트나, 
2020년대 공사비 상승으로 '자재 빼먹기'나 
결국은 ‘안전관리 감독의 소홀’을 전제하고 있다.

2020년대 ‘공사자재비 상승’과 ‘외국인 노동자 증가’

최근의 괴담은 공사자재비 상승에 뿌리를 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전 세계적 물가상승 이후, 건설공사비 지수 역시 2015년 100에서 2022년 150수준으로 50% 상승했다. 소위 평당공사비 ‘400만원 시대’에서 ‘600만원 시대’로 올라갔다고 보면 되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절감을 위해서, 공사 자재 빼먹기 혹은 안전관리 부실 등 비용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서, 공사사고가 난다는 것이 주 골자다.

동시에 비용의 문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활용하면서 안전관리 미숙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보면 90년대 바닷모래 아파트나, 2020년대 공사비상승으로 '자재 빼먹기'나 결국은 ‘안전관리 감독의 소홀’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최근 국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는 수치상으로는 11% 수준인 20여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전체 산업재해에서의 외국인 비중은 20%를 넘고 있어서 외국인들의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중 불법체류 등은 아예 통계에 없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강남 아파트라 하더라도 작업자의 12%가 외국인이라고 할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큰 것이 건설현장이다.

외국인 인력이 증가하고, 이들과 우리의 ‘언어관습 프로세스의 차이’로 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관리하는 인원·시간에 대한 비용투자가 절실한 환경인 것은 사실이다.

결국, 자재비 상승, 공사관리 포인트의 증가, 이 둘은 사실 모두 비용에 관한 것이다.

사고 발생 후의 수습비용보다 ‘사전 안전관리’ 비용이 더 싸다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안전관리 직군들만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 공사 관계자들이 모두 지킬 때 이뤄진다. 공사현장은 앞공정-현공정-뒷공정이 모두 투입되면서 복합적 공정관리 양상을 보이기에, 동선관리 및 스케쥴 관리 등이 정확하지 않으면 항상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이다. 이것이 건설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다만, 안전관리의 실패와 ‘구조적·의도적 안전사고 발생’은 본질이 다르기에 구분을 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공사 안전관리는 비용과 의지의 문제로, 건설공사의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후의 수습비용보다, 사전 안전관리 비용이 더 쌀 수밖에 없기에,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관리에 대한 점검이 보다 더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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