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복판에 선 듯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즐겼어요!
발행일 2023.06.23. 09:12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가 6월 17일, 18일 양일간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선미
지난 6월 17일과 18일 양일간 '2023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가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1996년 ‘지구촌 한마당’으로 시작한 축제로 올해로 26회째를 맞았다. 일요일 오후 축제장을 찾았는데 뜨거운 온도만큼 축제의 열기도 높았다.
전통의상을 입고 환한 모습으로 홍보에 나선 ‘세계관광홍보전’ ⓒ이선미
‘세계관광홍보전’에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45개국이 부스를 열었다. 저마다 전통의상을 입고 나라를 상징하는 상품들을 준비해 열심히 홍보에 나섰다. 전통의상을 입으면 부스 안에 마련한 공간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주었고, 아랍어 캘리그라피로 이름을 써주는 부스에도 줄이 길었다. 각 나라의 민속품도 눈길을 끌었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전통의상을 입은 가족이 부스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한 시민이 아랍어 캘리그라피로 쓴 이름을 받아들고 있다. ⓒ이선미
한 소년이 방글라데시 부스의 아기자기한 소품들 속에서 예쁜 릭샤를 사는 걸 보고 덩달아 작은 릭샤를 하나 마련했다. 비 내리던 바라나시에서 릭샤를 타고 흔들흔들 조마조마 달리던 여름도 떠올랐다. 비록 여행을 떠나 사온 기념품은 아니지만 멀리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봐야겠다.
한 학생이 방글라데시의 소품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 ⓒ이선미
요르단 부스에는 뜬금없이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는 예수’ 이콘이 보였다. 알아보니 이콘은 아니고 요르단 강물을 담은 성수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워낙 성지순례를 많이 가는 곳이라 수요가 있을 법한 상품이었다. 얼마 전 왕세자 결혼이라는 기쁜 일이 있었던 요르단이어서 오지랖 넓게 축하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에서 예수의 세례를 기념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이선미
양옆으로 부스가 즐비한 통로는 걷기에도 불편할 만큼 인파가 많았다. 세계 각국 의상을 입은 사람들 속을 지나가는 기분이 재미있었다. 정말 세상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았다.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에서는 무대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동시에 양쪽에 있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광화문광장 쪽에는 햇빛을 차단할 천막을 드리우고 편안한 좌석도 마련돼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즐겼다. 햇빛이 말도 못하게 뜨겁고 숨이 헉헉거릴 정도였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바람이 열기를 식혀주곤 했다.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에서는 무대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동시에 양쪽에 있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광화문광장 쪽에는 햇빛을 차단할 천막을 드리우고 편안한 좌석도 마련돼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즐겼다. 햇빛이 말도 못하게 뜨겁고 숨이 헉헉거릴 정도였지만 그늘로 들어가면 바람이 열기를 식혀주곤 했다.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에는 글로벌 퍼포먼스 무대가 마련됐다. ⓒ이선미
무대에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올라갔다. 입술과 턱에 전통 타투를 한 여성들과 허벅지가 드러나는 전통복장을 한 남성들이 씩씩한 춤과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동적인 생명력이 느껴졌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어르신이 “마오리족이면 ‘연가’를 부르려나? 그걸 부르면 같이 부를 수도 있을텐데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좋았겠다 싶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불러온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연가를 함께 부르면 저 낯선 강인한 몸짓과 음성이 한결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공연은 무척 역동적이었다. ⓒ이선미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공연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복장을 한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었다. 공연자라기보다는 기도하러 가는 것 같은 정갈한 분위기였다. 무대에 오른 그들은 줄지어 서서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뭔가 단호하고도 담백하게 읊조리며 몸짓을 했다. 공연단은 진행자에게 이 공연의 이름이 ‘알아얄라’라고 꼭 전해달라고 말했다. 아얄라는 결혼식이나 축제 때 공연되는데, 하루에 다섯 번씩 올리는 기도 시간 사이에도 함께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아랍 에미리트 공연단의 '알아얄라'. 일행이 관객석을 촬영하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선미
우리에게는 좀 낯선, 이슬람 국가 남성들이 전통복을 입고 부르는 노랫소리에 관객들은 즐겁게 호응했다. 좀처럼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문화이지만 다들 기분 좋게 어우러졌다. 박수소리가 꽤 길었다. 그야말로 앉아서 세계문화기행을 하는 셈인데 둘러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큐브 모양으로 전시 중인 ‘세계라이프사진전’ 작품 속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이선미
청계광장 쪽에는 ‘세계음식전’과 ‘세계도시 전통 카페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사실 가장 당기는 건 시원한 맥주 한 잔이었다. 더욱이 맥주를 파는 부스에서는 경쾌한 음악에 몸을 즐겁게 흔들며 ‘아주 맛있어요’라고 호객까지 했다.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들도 입맛을 유혹하고, 여러 나라의 차와 달콤한 디저트도 이국의 분위기를 풍기며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정말 더운 오후여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아주 간절했다. ⓒ이선미
이번 축제에서 새삼 느낀 건 서울에 정말 많은 외국인이 산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서울 도심이 세상의 한복판이 되었다. 축제를 찾은 이들의 표정이 참 밝아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나게 노는 어린이들 덕분에 어른들도 덩달아 신나는 축제가 되었다. ⓒ이선미
무척 더운 날이어서 광화문광장의 분수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어린이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이순신 장군상 앞부터 터널분수와 곳곳의 분수에 뛰어들어 열기를 식히며 즐거워했다. 모두가 함께 섞여 노는 모습 속에서 더더욱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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