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는 기본, 정성 가득 손맛까지! 경복궁역 국수 맛집

시민기자 양태석

발행일 2023.05.04. 09:17

수정일 2023.05.04. 10:36

조회 1,534

[우리동네 숨은 명소] 착한가게편 - 종로구 경복궁역 '옛날국수맛집'
후루룩! 찾아가는 우리동네 숨은 명소
밝은 미소로 5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이경자 대표(왼쪽)와 주방 실장 ⓒ양태석
밝은 미소로 5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이경자 대표(왼쪽)와 주방 실장 ⓒ양태석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몇 걸음만 걸어 나오면 아담한 국수집이 보인다. 이 국수집의 이름은 '옛날국수맛집'.

특별한 브랜드나 꾸밈은 없지만 이 식당을 한번 다녀간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 그만큼 맛이 있고, 무엇보다 식당 아주머니의 낭랑한 목소리와 정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북한산 등산객이나 경복궁과 청와대 관광객, 지갑이 가벼운 직장인, 근처 학생들까지 단골 손님이 많은 일명 지역의 맛집이다. 한번 다녀간 사람은 한결같이 찾는 이 식당의 비밀은 무엇일까?
'옛날국수맛집'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멸치메밀국수 ⓒ양태석
'옛날국수맛집'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멸치메밀국수 ⓒ양태석

싱싱한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착한 가게

이 식당을 20년간 운영해온 이경자 대표는 “모든 식재료는 싱싱해야 맛있다”면서 “무조건 가격이 싼 착한 가게는 하고 싶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다. 2004년에 가게를 오픈했을 때 멸치국수를 3,000원에 팔았고 현재 메일로 만든 멸치국수가 7,000원이니, 10년이면 금수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 동안 시간 대비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경자 대표는 “직장인을 상대로 500원을 올리는 것도 손님들이 예민해 할 수 있다”면서 “월급은 한정돼 있는데 매일 먹는 점심값이 오르면 부담이 되니 음식값을 많이 못 올린다”는 속내를 이야기했다. 도리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이렇게 국수를 싸게 팔아서 남는 게 뭐냐”고 하는데, 이 대표는 “우리가 한 그릇 더 팔면 되지 않냐”고 답한다. 7,000원이 없어서 국수를 못 먹는 사람도 많고, 어르신들 중에는 돈을 내지 않고 자리를 떠버리는 분도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모른 척한단다.

옛날국수맛집의 메뉴는 20년 전에 비해 그렇게 달라진 것은 없다. 밀가루로 만들던 멸치국수를 현재는 메밀로 만들고 있다. 그 외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들깨칼국수, 제육덮밥, 불고기덮밥 메뉴를 추가했고, 작년부터는 국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3,000원짜리 김밥도 팔고 있다. 한번 맛을 본 고객들은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찾아오는데, 인근의 배화여고, 배화여대 학생들도 옛날 맛을 잊지 않고 당시 먹었던 열무비빔밥을 임신하고 난 후 먹고 싶어 남편과 찾아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원산지 표시판 ⓒ양태석
거의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원산지 표시판 ⓒ양태석
빛깔 좋은 신안군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다. ⓒ양태석
빛깔 좋은 신안군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다. ⓒ양태석

맛의 비결은 재료와 손맛!

옛날국수맛집이 지역의 맛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국수의 기본 맛을 좌우하는 국물을 낼 때 국산 멸치를 사용할 뿐 아니라 다시마를 비롯한 보리쌀, 흑미, 참기름을 다 국산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빛깔 좋은 신안군 천일염에 싱싱한 열무로 거의 매일 김치를 담다 보니 맛이 없을 수 없다. 손님들이 맛있다고 반찬을 싸가기도 한다.

이경자 대표는 “우리 식구가 먹고 맛있다고 해야 손님들도 맛있다 한다”면서 “항상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작가가 고로 맛집이란 가장 중요한 것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기준으로 보면 옛날국수맛집은 2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이어온 맛집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옛날국수맛집’에는 엄마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먼저 걸어 주는 이경자 대표가 있다. 맛의 고장 전주 출신으로 식당을 해 온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이경자 대표는 멸치국수와 함께 잘 팔리는 열무비빔밥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손수 비벼 준다. 반찬이 떨어지거나 양이 부족하면 바로바로 채워 주기도 한다.

푸짐한 인심이 남다른 이경자 대표는 김밥을 썰다 옆구리가 터지면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한 접시 드리는데 손님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며, 부족한 국수면도 챙겨 주면 정말 고마워한다고 했다. 다만 20년 동안 손님들의 밥을 비빈 후유증(?)으로 손에 관절염이 걸려 3개월 동안 침을 맞아도 안 낫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손님들이 손으로 직접 비벼 주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하니 손님들 때문에라도 비빌 수밖에 없단다.

한번 왔다 간 손님은 잊지 않고 아는 척을 해 주며 반갑게 맞아 준다. 죽은 상권도 살리는 음식 컨설턴트 백종원 씨가 와도 훈수 둘 게 없을 것 같다.
작년부터 국수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3,000원짜리 김밥도 판매하고 있다. ⓒ양태석
작년부터 국수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3,000원짜리 김밥도 판매하고 있다. ⓒ양태석

두 명의 손님이 남기고 간 이야기, ‘대박’ 그리고 ‘만족’

20년 한 곳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많은 손님이 거쳐 갔지만 이경자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누가 뭐래도 개업 후 처음 식당을 찾았던 분이다. 지금까지 단골로 자주 찾던 한 손님이 직장 때문에 멀리 가게 되었다면서 전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사장님 가게는 성공할 거예요. 사장님 목소리가 우렁차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항상 푸근하게 해 주고 음식 맛도 좋으니 대박 날 겁니다.” 

그의 덕담은 20년 동안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장사를 해 온 역사가 증명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두 자녀를 잘 키우고 시집도 보내고 집도 장만했다.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쉬울 것 없이 살고 있으니 첫 손님의 말대로 대박 난 것이나 다름 없다. 

이경자 대표는 방송에 몇 번 출연한 적도 있고 유명 연예인이 다녀가기도 했지만, 이를 알리기 위해 다른 식당들처럼 사인과 사진을 붙여 놓는 등의 요란함이 없다. 이경자 대표는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내게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저희 식당을 이용해 주는 분이 최고의 VIP”라며 “한 번 왔다 간 유명인과의 사진과 사인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소신을 밝혔다. 
정기적인 기부를 하고 있는 '유엔난민기구'로부터 받은 봄호 소식지 ⓒ양태석
정기적인 기부를 하고 있는 '유엔난민기구'로부터 받은 봄호 소식지 ⓒ양태석

43살부터 옛날국수맛집을 운영하면서 청춘을 바쳤다는 이경자 대표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유엔난민기구를 비롯해 여러 자선단체에 매달 몇 만 원씩 꾸준히 기부도 하고 있다. 평소에 자녀들에게도 “한 달에 십여만 원 기부를 하는데, 잘 살아서가 아니라 그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건 아니지 않냐”면서 “어려운 사람들이 빵이라도 사 먹을 수 있게 나눌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느냐”며 기부에 동참할 것을 권한다고. 
식당 안의 걸려 있는 글귀 ⓒ양태석
식당 안의 걸려 있는 글귀 ⓒ양태석

식당 한 켠에 "잠을 자면 꿈만 꾸지만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 학교가 많아 학생들이 저 글귀를 보면서 동기 부여가 되도록 걸어둔 것이라고.  이경자 대표의 지역사회 고객을 생각하는 남다른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경자 대표는 “앞으로 5년 정도 더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소아암에 걸렸는데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못 받는 아이들을 위해 대학병원에 기부를 하고 명예롭게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옛날국수맛집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1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82m
○ 문의 : 02-735-8084

시민기자 양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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