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김치찌개 먹고 활짝 웃기를~ 청년을 응원합니다!

발행일 2023.04.17. 11:17

수정일 2023.04.18. 10:17

[우리동네 숨은 명소] 착한가게편 - 관악구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생활에서 ‘든든한 한 끼’는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엔 한 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점심(lunch)과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뜻하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으로 인해 한 끼 밥값이 아쉬운 청년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늘 다녀온 이곳은 김치찌개를 단돈 3,000원에 먹을 수 있다. 거기에 밥은 무한리필로, 먹고 싶은 만큼 든든하게 먹어도 된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느 김치찌개 전문점 못지 않게 맛있다. 어묵과 스팸, 두부, 고기, 라면 사리 등 사리 추가도 최대 2,000원이다. 가령 김치찌개와 라면 사리, 스팸 사리를 추가해도 5,000원 한 장이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바로 2017년 12월에 문 연 ‘청년밥상문간’이다.

‘청년밥상문간’의 메뉴판.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조송연

청년밥상문간은 2015년 여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청년이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본 수녀가 ‘청년을 위한 식당’을 제안했고,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이에 흔쾌히 응하면서 시작됐다. 수도회 수녀, 신부들도 든든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를 준비했다.

그래서 청년밥상문간의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다.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청년들이 마음 편히 드나들지 못할 수 있어, 최소한의 비용인 ‘3,000원’을 책정한 것이다. 청년을 위한 식당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 ⓒ조송연

2017년 12월 성북구 정릉동에서 시작한 청년밥상문간은 현재 따뜻한밥상 연신내, 이화여자대학교점, 낙성대점 등 서울에 4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바다 건너 제주도에도 제주점이 운영되고 있다. 가성비를 넘어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는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을 찾았다.

낙성대점은 다른 청년밥상문간과 다르게 ‘낮’에만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점심을 먹기 위한 청년과 직장인, 인근 주민들이 찾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한다. 일요일은 휴무다. 낙성대점은 2022년 5월 문을 열었다.

낙성대점의 내부 좌석. 1인 좌석도 있다. ⓒ조송연

메뉴는 역시 김치찌개 단일 메뉴다. 김치찌개와 함께 다양한 사리들을 추가할 수 있다. 이 날은 친구와 함께 찾았는데, 김치찌개에 고기 사리와 라면 사리, 스팸 사리를 추가했는데도 2인분에 단돈 만 원이었다. 1인당 5,000원인 셈이다.

최소한의 금액만 받는 청년밥상문간이기에, 대부분 셀프로 이용해야 한다. 계란프라이는 1개에 500원인데, 직접 부쳐 먹어야 한다. 밥과 반찬(콩나물 무침)도 직접 가져와야 한다. 그래도 좋다. 밥이 부족하면 부담 없이 퍼 먹을 수 있고, 착한 가격에 이러한 수고스러움은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밥과 반찬은 셀프 서비스다. ⓒ조송연

계란프라이를 할 수 있는 곳. 계란은 몸에 좋은 유정란이다. ⓒ조송연

맛있는 김치찌개가 등장했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밥 한 숟갈을 먹으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집밥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가격만 저렴하지 않고, 맛도 상당히 좋다. 김치찌개에 사용되는 김치는 모두 ‘국내산’이라는 점도 만족스럽다.

토요일 낮에 방문한 청년밥상문간에는 청년뿐 아니라 인근 주민, 어르신 등 손님이 다양했다. 기독교인으로 보이는 어르신 둘은 김치찌개 2인분을 주문했지만, 4인분 가격을 냈다. 이렇게 기부가 빈번하고, 기업이나 인근 교회에서도 후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맛있는 김치찌개가 등장했다. ⓒ조송연

청년밥상문간 낙성대점의 라면 사리는 삼양그룹에서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입구에 놓인 쌀포대 위에는 "큰은혜교회에서 맛있는 쌀을 후원해 주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어느 시민은 불닭짬뽕라면을 후원해 1인당 1개씩 나눔하고 있다.

김치찌개 3,000원은 무조건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이렇듯 다양한 시민들이 채워나가고 있다. 수많은 시민의 마음과 정성이 모여, 2017년 시작한 이래 6년이 지났음에도 가격은 3,000원 그대로이다.

많은 시민들의 기부와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큰은혜교회에서 후원한 쌀 ⓒ조송연

시민이 후원한 불닭짬뽕라면을 나눔하고 있다. ⓒ조송연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 기자도 후원에 동참하기로 했다. 후원은 청년문간 누리집에서 일시후원, 정기후원, 봉사활동 등으로 할 수 있는데, 기자는 김치찌개 값을 한 번 더 내고자 일시후원을 골랐다. 또래 청년으로서 ‘나의 소중한 나눔이 대한민국 청년에게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청년밥상문간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록 만 원이지만 또 다른 청년에게 든든한 한 끼를 선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배고픈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도록, 서울에 더 많은 청년밥상문간이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청년들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청년문간 낙성대점에 쓰인 문구 "활짝 웃어봐~ 고춧가루가 보이도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