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의 당면 과제는? 서울교통공사에 바란다!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4.04. 15:10

수정일 2023.04.05. 09:37

조회 4,972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37) 서울 지하철의 당면 과제와 해법
서울교통공사 답십리 본사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답십리 본사 ©서울교통공사

서울시는 산하에 6개 공사, 공단을 두고 있다. 이 중에 서울교통공사는 임직원수(약 1만 6,000명)  기준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 보아도 지자체 산하 도시철도 운영사 중 가장 크고 역사도 제일 오래 되었다. 두 번째로 큰 부산교통공사의 직원 수가 4,500여 명 수준이니 거대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지하철계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좌장과 같은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서울교통공사의 수장인 사장이 현재 공석이다. 현재 새로운 사장을 뽑는 절자가 진행 중에 있다. 지원자를 5명 받았고, 서류와 면접 심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기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바라는 점,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 운영을 위해 지금 서울교통공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서울교통공사 8호선 잠실역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8호선 잠실역 ©서울교통공사

경영위기 속 요금 외 다양한 수입 확보해야

첫째, 누적되는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임 김상범 사장은 2020년 4월에 취임했는데 하필이면 이때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수입 감소와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승객이 줄었고, 지하철처럼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문화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방역 관련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전동차와 시설물을 일정 주기로 소독해야 했고 이에 따라 인건비, 재료비 등이 많이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 1조 1,000억 원대의 적자(당기순손실)를 냈다. 작년에는 6,300억 원대로 손실이 줄었다고는 하는데 아직도 코로나 전보다는 높은 것이다.

이 와중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요금 인상 건이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요금은 2015년 이후로 8년째 동결 중이다. 코로나19시기에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생각해 보면 지금 요금은 비상식적인 부분이 있다. 그래서 현재 서울시가 요금인상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논란은 여전히 많다. 시민들은 당연히 꺼려지는 부분이며, 정치인들도 부담을 느낄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지하철의 적자는 오랫동안 고착화 된 것이라서 사장 한 명이 바뀐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긴 하다. 애초에 요금 수입만으로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사업구조가 문제일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수입의 최대 확보, 불요불급한 지출의 최소화, 효율적인 경영, 그러면서도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꾸준한 투자 등을 조화롭게 추진해나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을 매번 닥쳐오는 경영위기 속에서 해나가야 하니 그만큼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차량기지 주공장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차량기지 주공장 ©서울교통공사

변화하는 노동환경 속 협력적인 노사 관계 구축해야

둘째, 달라지는 노동환경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서울교통공사는 워낙 노조원이 많은 데다가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그럼에도 과거부터 강성노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지하철 파업은 시민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는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노동개혁을 중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노사 법치 확립, 노동수요 유연성 확대, 노동시장 공정성 확보 등이 주요 정책 방향이다. 명분이 충분하고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서울교통공사 노사도 이에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영계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계도 노동개혁의 한 주역으로서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노조와의 갈등 해소, 새로운 일터의 비전 제시, 노동개혁에 대한 근로자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보완조치 시행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사장에게 맡겨진 숙제다.

아울러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인 ‘올(ALL)바른노조’이다. 노조원 수는 적지만 대부분 젊은 세대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바른노조는 머리띠 투쟁과 정치발언 일변도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동운동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올바른노조는 타 회사의 비슷한 성격의 노조들과 함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지난 2월 출범시키는 등 갈수록 세를 키우고 있다. 이같이 새로운 노동운동이 본격화되는 시대에, 노조와 사용자와의 협력적인 관계 구축을 잘 해나가는 것도 새 사장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7호선 하계역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7호선 하계역 ©서울교통공사

고령화 시대를 준비해야

셋째, 고령화 시대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하는 시기다. 베이비부머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올해부터 지하철을 무료(만 65세 이상)로 탈 수 있다.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노인이 되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사회의 모습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통 부문만 살펴보아도, 교통약자의 증가, 지하철 무임수송 인원의 증가, 노인 교통사고의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고령화 추세에서 지하철의 모습도 그에 맞추어 변할 필요가 있다.

흔히 지하철의 노인 대응이라고 하면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설치 정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세부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걷기에 불편함이 없는 노인도 엘리베이터로 몰려가는 바람에 정작 휠체어나 유모차가 밀려난다거나, 객실 내에서 젊은층과 노인층이 자리 싸움이 벌어진다거나 할 때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운영사에서 이런 부분까지 잘 조정하여 모든 승객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 개선이다.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지하철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제기동역(50% 이상)과 가장 낮은 역들(예 : 강남역)을 같은 설계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력이 나쁜 노인을 위해 당장 안내시설물의 글자 크기부터 키워야 한다. 또한 서울교통공사 내부적으로는 계속 늘어나는 퇴직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노인이 노인을 돕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안내요원으로 건강한 노인들을 채용하는 것이 그런 사례다.

서울교통공사 신임 사장에게는 노인 무임수송 문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은 무임수송분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일부 시민들은 제도 자체를 개편하라는 의견도 많이 내놓고 있다. 이렇게 공사와 시민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다 보니, 정부를 설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기에 앞서 시민들간 합의를 보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서울교통공사 수서차량기지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수서차량기지 ©서울교통공사

서울 지하철이 지금까지 세계 최고 지하철이라는 명성을 얻어온 것은 직원들의 끝없는 헌신과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력에 더해, 과거 사장들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덕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경제 성장은 정체되고 서울시 인구는 줄어들며 고령화 추세까지 심해지는 현 상황에서, 신임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는 안전과 서비스 수준은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미래까지 대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장은 단순한 감투 욕심이 아닌, 지하철에 대한 애정과 도시교통에 대한 진정한 비전으로 무장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러한 진정한 도시철도 리더가 서울교통공사의 새 사장으로 취임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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