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찾기, 이제 파란선만 따라가세요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01.27. 14:40

수정일 2023.11.07. 13:52

조회 3,023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주는 세이프로드와 교통약자를 위한 경사길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주는 세이프로드와 교통약자를 위한 경사길 ⓒ김윤경

“요즘 엘리베이터 찾기가 편해졌어. 바닥에 파란 띠를 따라가면 되더라고.” 얼마 전 친척 어르신이 반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넸다. 종종 가는 종로3가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바닥에 파란 띠가 생겨 따라만 가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고 말이다.
지하철역 구석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역 구석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다. ⓒ김윤경

지하철을 애용하는 친척 어르신은 오르고 내릴 때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선호한다. 하지만 어떤 역은 엘리베이터가 구석에 위치해 찾기 힘들다고 했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지하철을 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에 공감이 갔다. 벽면에 화살표로 엘리베이터 위치가 표시돼 있어도 가다 보면 이상하게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되돌아간 적도 있었다. 
세이프로드를 따라 가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세이프로드를 따라 가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김윤경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는 교통이동 약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엘리베이터에 세이프로드를 설치했다. 세이프로드교통약자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된 것으로 직관적으로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안내 방식이다. 청량리역(1호선), 제기동역, 종로3가(1,3,5호선)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2,4,5호선)역 등 주요 9개 역에 설치됐다.
엘리베이터 위치와 함께 다른 정보도 적혀 있어 더 유용하다.
엘리베이터 위치와 함께 다른 정보도 적혀 있어 더 유용하다. ⓒ김윤경

종로3가역에 설치된 세이프로드가 궁금해 직접 찾아가 보았다. 어디에 있나 싶었는데, 5호선 열차에서 내리자, 플랫폼에서 출구 방향으로 '엘리베이터'라고 적힌 파란 띠인 세이프로드가 눈에 들어왔다. 세이프로드는 단순히 엘리베이터 위치만 안내하는 게 아니라 환승선이나 거리, 엘리베이터 운행층 등 간단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더 유용했다. 직선이 아닌 구간에서도 세이프로드 덕분에 한결 길 찾기가 쉬웠다.

세이프로드를 쭉 따라 가보기로 했다. 길게 이어진 띠를 따라가니 계단 아래 휠체어를 올려주는 리프트에 도착했다. 옆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니 다시 띠가 그려 있었다. 
경사길을 따라가자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경사길을 따라가자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김윤경

따라가 보니 교통약자를 위한 경사길을 만들어 놓았고, 그 끝에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만약 이런 표시가 없었다면 길치들은 좀 헤맸을 것 같았다. 유아차에 아기를 태운 엄마와 큰 트렁크를 끌고 온 외국인도 세이프로드를 따라 오고 있었다. 유아차를 끌던 엄마는 "기존에 없었던 파란선이 생겨 유아차를 끌고 따라오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벽면과 천장 등에 엘리베이터  위치가 안내돼 있었다.
이전에는 벽면과 천장 등에 엘리베이터 위치가 안내돼 있었다. ⓒ김윤경
이제는 바닥 스티커와 벽면 포스터 등으로 엘리베이터 위치를 눈에 띄게 안내하고 있다.
이제는 바닥 스티커와 벽면 포스터 등으로 엘리베이터 위치를 눈에 띄게 안내하고 있다. ⓒ김윤경

"그동안 엘리베이터를 안내하는 종합안내도나 벽면과 천장 표지판은 있었는데 쉽게 알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2년여 전부터 글자 크기를 확대하거나 가시성을 높인 엘리베이터 맞춤형 위치안내 포스터와 스티커를 새로 부착해 왔어요.” 담당자는 세이프로드 외에도 이전 표지판보다 눈에 잘 띄도록 표지판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종종 보아온 환승역이나 출구유도선 등 편의시설 이동선을 엘리베이터 위치안내에 활용한 것은 도시철도 업계 최초라고 했다.

세이프로드는 우회하거나 비스듬한 길이라도 헷갈리지 않고 잘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바닥에 설치된 세이프로드는 휠체어 이용자들 같은 교통약자들의 눈높이에서도 좀 더 빨리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색약자 인지테스트 등을 거쳐 최종 색을 선정했다.
색약자 인지테스트 등을 거쳐 최종 색을 선정했다. ⓒ서울교통공사

세이프로드는 색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크게 신경을 썼다. 서울시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2016년 서울시 공공시설물 표준형 디자인 개발 가이드라인의 국제표준(SPI PH049)형 엘리베이터 규격)을 준수했다. 서울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서울 도시디자인의 기본 방향, 원칙 및 세부 기준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이에 따라 기존 바닥에 있는 환승선 색과 혼선되지 않게 했으며, 색약자들도 유사하게 인식하도록 색약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렇게 도출해낸 군청색과 회색 2가지 색을 인쇄해본 후, 역사바닥과 배색, 오염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군청색을 선정했다. 또 어르신이나 외국인, 어린아이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글씨 크기를 확대하고 영어와 그림 안내(픽토그램)를 넣는 등 ‘유니버설 디자인’ 요소를 고려했다. 물론 디자인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고려해, 미끄럼방지 기능이 포함된 아스팔트 스티커 재질로 제작했다.
큼직한 글씨체로 눈에 쉽게 보인다.
큼직한 글씨체로 눈에 쉽게 보인다. ⓒ김윤경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 만든 세이프로드는 실제로 시민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한다. 몸이 피곤할 경우 출구로 나가는 긴 계단을 보면, 무척 까마득해 보일 때가 있다. 지하철을 탈 때면 친척 어르신이 꼭 엘리베이터를 찾으시던 생각도 떠오른다. 그런 이유로 세이프로드가 생겨 반갑다. 앞으로 곳곳마다 이러한 공공디자인들이 확산돼 시민 모두가 점점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서울이 되길 바란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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