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계절, 서울지하철 공기는 깨끗할까?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3.07. 15:10

수정일 2023.03.07. 16:52

조회 4,185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35) 서울지하철 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한우진기자
미세먼지에 둘러싸인 서울 ©환경부
미세먼지에 둘러싸인 서울 ©환경부

벌써 3월이 시작되었다. 3월은 학교가 개학을 하는 시기라 지하철 이용객이 늘어난다. 또한 3월은 봄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매년 봄이 되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황사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에서 시작되는 모래 바람인 황사는 편서풍을 따라 우리나라까지 날아온다. 게다가 요즘에 황사와 함께 움직이는 게 미세먼지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인간이 만든 것으로 각종 중금속 등 안 좋은 물질들이 많아 건강에 더 나쁘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에서는 미세먼지를 줄여 승객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센서형 미세먼지 측정장치 ©환경부
센서형 미세먼지 측정장치 ©환경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지하철 회사의 첫 번째 노력은 우선 정확한 측정을 하는 것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개선을 하려면 일단 측정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서울지하철은 모든 지하역과 전동차에 대해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고 있다. 다만 지상역은 측정하지 않는다. 지상역은 외부와 공기가 바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보다 미세먼지가 더 쌓이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지상역만 미세먼지를 낮추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하역 263개 역과 1~9호선 전동차에 대해 환경측정업체와 함께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지하철역 미세먼지 실시간 정보 제공 웹사이트 ©한국환경공단
지하철역 미세먼지 실시간 정보 제공 웹사이트 ©한국환경공단

두 번째로는 이렇게 측정된 정보를 승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아무리 측정을 열심히 해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는 회사가 독점할 사항이 아니라, 미세먼지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는 승객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승객이 미세먼지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미세먼지 문제의 현실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같은 투명성은 경영에서 중요한 가치다.

과거에 미세먼지 정보는 측정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정리하여 공개하는 형태라, 신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하철역에서 측정하는 미세먼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재의 미세먼지 상황이 궁금한 사람은 누구나 사이트에 접속하여 수치를 알아볼 수 있다. ☞ 지하역사 초미세먼지 측정지점 실시간 정보 확인하기

요즘에는 지하철역에 전광판을 설치하여, 그 역의 미세먼지 수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시간성에 이어 현장성까지 추가한 셈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글자 크기가 작아서 멀리서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하철역이 혼잡하므로 멈춰 서서 보기가 힘들다는 점과 시력이 좋지 않은 승객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광판을 글자를 좀 크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지하철 터널 양방향 집진기 ©환경부
지하철 터널 양방향 집진기 ©환경부

마지막으로 서울지하철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한다. 측정을 하고 공개가 된 미세먼지 수치를 바탕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곳부터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열차가 달리는 터널, 승객이 스스로 움직이는 역사와 승강장, 승객이 탄 채로 움직이는 전동차 객실, 세 군데로 구분되어 시행된다.

터널은 청소를 자주 하는 게 핵심이다. 구조적으로 지하철은, 터널이라는 실린더에 전동차라는 피스톤이 밀고 들어가는 형태다. 외부의 공기가 터널 안으로 들어간 후 가라앉으면서 미세먼지가 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바닥이나 벽에 한 번 묻은 먼지는 유체역학의 경계층(boundary layer)의 원리에 의해서 바람을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음 전동차가 바람을 내며 지나간다고 해서 한번 붙은 먼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고압살수차나 대형물탱크차 등을 동원하여 터널내에서 물청소를 시행함으로서 먼지를 물로 씻어내고 있다. 또한 공기 중에 아직 날아다니는 먼지는 터널 중간 중간에 설치된 대형 전기집진기(정전기를 이용하여 먼지를 집진판에 달라붙게 하여 먼지를 제거하는 장치)를 이용하여 제거한다.
강남역 승강장에 설치된 공기청정기 ©서울교통공사
강남역 승강장에 설치된 공기청정기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객실에선 공기질 개선장치를 계속 설치하고 있다. 폐차 예정인 차량까지 공기질 개선장치를 달 수는 없지만, 수명이 남은 차량에는 모두 설치하고 있으며 새로 도입되는 전동차에도 설치하여 운행하고 있다. 가정에서 쓰는 공기청정기가 모든 전동차 객실에도 설치된다고 보면 된다.

지하철 역사에서는 환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미세먼지를 관리하고 있다. 대용량 공기청정기와 네트워크 운영시스템을 활용하며, 특히 실시간 측정을 통해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환기설비를 최대로 가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사실 이 방식은 전기요금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어서 적자에 시달리는 지하철 회사로서는 시행하기 힘든 방법이긴 하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가장 전기를 많이 쓸 때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피크전력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승객들의 건강을 위해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갔을 때 적극적으로 환풍기를 최대로 가동하고 있다. 현재 지하철의 유지 기준은 미세먼지 100㎍/㎥ 이하, 초미세먼지 50 ㎍/㎥ 이하(24시간 평균)이다.
자동차로 가득한 교통이 혼잡한 도로 현장 ©강남구청
자동차로 가득한 교통이 혼잡한 도로 현장 ©강남구청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이면서 만약 대중교통 실내공기가 자가용보다 나쁘다면, 대중교통을 타자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안전과 편의 측면에서 서비스 수준은 유지되어야 승객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공기질은 이같은 서비스 수준의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지하철 공기질은 요즘 경영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ESG와도 직결되어 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약자이다. 과거에 기업은 재무적 지표로만 평가 받았지만, 기후변화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재는 기업의 비재무적 평가지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 경영을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간다는 것이 ESG경영의 개념이다. 

이때 지하철의 공기질 개선 활동은 ESG의 친환경 부문에 부합되는 일이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공기질 개선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 받아 작년에 총 3000억원의 ESG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미세먼지 저감은 승객 서비스는 물론이고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서울지하철의 서비스는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며, 특히 승객의 건강과 직결되는 공기질 문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도 큰 몫을 했다. 앞으로도 서울지하철이 미세먼지를 확실히 낮춰,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교통서비스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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