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위 시간이 켜켜이 쌓인 집 '혜화동 옛 서울시장 공관'

시민기자 박배민

발행일 2021.05.26. 10:36

수정일 2021.05.26. 12:06

조회 2,475

현재는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로 개방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가는 길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가는 길 ⓒ박배민

혜화동에는 성벽 위에 지어진 특이한 건물이 하나 있다. '옛 서울시장 공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떤 공간인지 궁금해 직접 다녀왔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대학로 로터리 쪽으로 3분 정도 걷다 보면 소나무 사이로 혜화문이 보인다. 이쪽 골목으로 들어가 50m 정도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작은 안내소가 하나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의 입구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대학로 로터리 쪽으로 걷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대학로 로터리 쪽으로 걷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박배민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입구, 발열 체크 후 돌계단을 오르면 본관이 나온다.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입구, 발열 체크 후 돌계단을 오르면 본관이 나온다. ⓒ박배민

안내소에서 발열 체크와 명부 작성을 하면 본관으로 올라갈 수 있다. 발열 체크를 하고 옆을 돌아보니, 딱히 전시관처럼 보이는 건물이 없어 당황했다. 두리번거리다가 오른쪽에 있는 작은 돌계단을 몇 개 올라가니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를 만날 수 있었다.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의 첫 인상은 '잘 관리된 가정집’ 같았다. 2층으로 된 건물이었고, 센터 입구 앞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관리가 잘 되어 건물 주변 마당에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이었다.
차분하고 깔끔한 모습의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차분하고 깔끔한 모습의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박배민

현관문 옆에는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라는 현판과 함께 '서울미래유산' 현판도 함께 달려 있었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가 미래 세대애게 역사를 전하기 위해 가치 있는 자산을 발굴해 보존하는 프로젝트로, 2013년부터 시작했다.
안내센터의 현판과 '서울미래유산' 현판
안내센터의 현판과 '서울미래유산' 현판 ⓒ박배민

1층에 들어서니 안내 데스크와 함께 전시 해설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를 하는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은 1층 안내데스크에서, 다른 한 분은 2층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에게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전시해설은 하루에 3회(10시, 14시, 15시30분) 진행되며, 회차마다 약 40여 분 진행된다. 필자도 전시해설에 참가해보았다.
마당에서 바라 본 '옛 서울시장 공관'
마당에서 바라 본 '옛 서울시장 공관' ⓒ박배민
안내센터 입구에서 피어난 꽃
안내센터 입구에서 피어난 꽃 ⓒ박배민

안내 데스크 옆으로는 옛 한양지도를 활용한 미술품이 벽면에 크게 전시되어 있었다. '신한양도성도'라는 작품이다.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1만8,627명의 메시지를 담아 제작한 참여형 작품인데, 여기서 '18,627'라는 수는 한양도성의 총 길이이기도 하다.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시도가 비록 무산됐지만, 다시 한 번 등재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2차 시도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빈다.
작품 '신한양도성도'
작품 '신한양도성도' ⓒ박배민

1층에서 한양도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만났다면 2층은 옛 시장공관 건물 자체에 대한 전시실이다. 이 건물을 발굴, 조사한 분들의 인터뷰부터 건물을 실제로 사용한 옛 시장들의 인터뷰 영상도 준비되어 있었다. 근대와 관련된 발간물부터 기증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1층에서 바라본 천장
1층에서 바라본 천장 ⓒ박배민
한양도성 성곽에서 사용한 돌
한양도성 성곽에서 사용한 돌 ⓒ박배민
터치로 반응하는 디지털 지도
터치로 반응하는 디지털 지도 ⓒ박배민

2층에서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모습을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1940년대 이 가옥을 처음 지을 때 사용한 두꺼운 나무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다만 보수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는데, 보수할 때는 과거의 재료와 현재에 사용한 재료의 차이를 두어, 시간의 차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구분해두었다. 
2층 전시실 모습
2층 전시실 모습 ⓒ박배민
구조를 보강해놓은 모습
구조를 보강해놓은 모습 ⓒ박배민
2층에서 내려다 본 현관
2층에서 내려다 본 현관 ⓒ박배민

‘창경궁로 35길 63번지’ 건물의 역사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이 곳 창경궁로 35길 63번지 건물의 다른 이름은 '옛 서울시장 공관'과 '적산가옥'이다. 적산가옥은 '자기 나라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 소유의 집'이라는 뜻인데 그 시작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일본인 영화 제작자였던 '다나카 사부로'가 처음 지은 건물이다. 이 집은 특이하게도 한양도성 성곽 위에 지은 건물로, 이것은 1907년 도성의 성곽들이 해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후 1959년까지 여러 주인을 거치며 개인 주택으로 사용되다가, 1959년 이후 이 건물은 사유 주택이 아니라 대법원장 공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안내센터 1층 벽면에 있는 '도성삼군문분계지도'
안내센터 1층 벽면에 있는 '도성삼군문분계지도' ⓒ박배민
혜화문의 옛 모습
혜화문의 옛 모습 ⓒ박배민

이후 1981년부터 2013년까지는 서울시장 공관으로 쓰이게 된다. 제18대 박영수 시장부터 2013년 박원순 시장까지 13명의 서울시장이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장 공관으로 사용했다.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될 당시 1층은 회의실과 응접실, 2층은 시장과 가족이 사용하는 사적 공간이었다고 한다.
상공에서 바라 본 '옛 서울시장공관'
상공에서 바라 본 '옛 서울시장공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서울시장 공관은 한양도성 위에 지어졌고 한양도성을 담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문화재청으로부터 공관을 이전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 건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몇 차례 논의 끝에 2012년에 마련된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마스터플랜'이 결정됐다. 한양도성의 재현이나 복원이 아닌 원형 존중과 보존에 초점을 두게 되었고, 이것이 서울시장 공관을 존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조사 결과 시장공관이 성곽의 하부 구조를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양도성의 여러 측면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됐다. 이후 2014년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가 개관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1층에서 바라 본 한양도성 성곽
1층에서 바라 본 한양도성 성곽 ⓒ박배민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는 다양한 역사를 품은 곳이다. 일제를 통해 생겼지만, 조선의 양식이 혼합된 건축 양식, 한양도성의 역사, 대법원장과 서울시장의 생활 공간으로서의 역사까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성대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꼭 한 번 들려보길 추천한다.

■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35길 63(혜화동 27-1)
○ 가는법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 운영시간 : 09:00 ~ 18: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 기념행사 시(사전공지)
○ 관람료 : 무료
○ 해설예약 :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 현장접수
○ 문의 : 02-766-8520~1

시민기자 박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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