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넘어 20단도 척척, 인도에서 왔어요!

시민기자 조영관

발행일 2010.11.11. 00:00

수정일 2010.11.11. 00:00

조회 5,999

전통적으로 인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간디, 인도 커리, 힌두교, 가난, 춤추는 여인 등이었다. 200년의 영국 식민지 생활과 36년의 일본 식민지 통치 그리고 독립운동이란 점에서 인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픈 역사를 가졌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소비력이 큰 나라, 핵무기보유국, 4명의 노벨수상자 배출국 그리고 IT강국이 떠오른다. 인도의 IT 기술과 품질은 세계 최고이며, 이 분야의 매출과 수출은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다. 미국 실리콘 밸리 기술자의 1/3이 인도계란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 전 세계가 인도의 IT 산업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매년 30~50%씩 늘어나는 성장 속도이다. 싼 노동력과 고부가가치 기술력, 거기에 영어 사용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나라이기에 21세기 슈퍼 파워가 될 것으로 주목받는다. 조영관 시민기자는 서울에 사는 인도의 IT전문가를 만났다.

- 서울에 온 지 얼마나 되었으며 근무처는 어디인가?

1년 10개월 됐다. 서울에 오기 전에는 미국 뉴저지에서 6년 근무했다. 회사는 인도 톱 10에 드는 'TATA 그룹' 내의 TCS(TATA Consultancy Services Ltd.)로서 나는 한국에 와 있는 미국 글로벌회사의 IT를 지원해주고 있다. IT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나보다. 인도는 아라비아 숫자도 만들었고, 노벨 수상자도 4명이나 배출했다.

(웃음)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전액 정부장학금을 받긴 했다. 인도에서는 보통 초등학교 1학년이면 대략 구구단 6단까지 외우고 2학년이면 20단까지 암기한다. (호기심에 '18 X 6 = ?'이라고 종이에 써서 보여주자 즉시 108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펜으로 계산해서 정답을 확인하였다. 오기가 발동하여 '18 X 17= ?'라고 보여주자 어깨를 들썩이며 그건 20단이 아니라 한다. 두 번째 숫자는 10 이내로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려서부터 수학을 중시하는 풍토, 정부의 IT 분야 학생에 대한 전폭적 장학금, 유창한 영어 구사력이 인도를 IT강국으로 만들어 내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 현재 서울의 어디에 살고 있는지?

이태원에 살고 있다. 아들은 국제유치원에 다닌다.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집에서는 인도말로 의사소통을 한다. 이태원은 교통이 좋고 의사소통이 잘 되어 편리하다. 이태원에 오기 전에는 안국동에서 1년간 살았다.

- 가족과 부모님에 대해서 궁금하다.

아내와 3세인 아들과 살고 있다. 인도에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 아버지의 형제는 4남 2녀로 6명이고, 어머니는 2남 4녀로 6명이다. 인도는 과거에는 대가족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인구가 너무 많아서 적게 낳는다. (자녀를 몇 명이나 더 낳을 거냐는 질문에 한 명만이라며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운다.)

- 퇴근 후 또는 주말에는 보통 무엇을 하는가?

영화 보는 것이 취미이다. 극장은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서 인도영화를 본다. 또한 인도 사람들은 크리켓(인도식 야구)을 모두 좋아한다. 마치 한국인이 열광하는 축구와 같다. 인도에서는 어느정도 공간만 생기면 아이나 어른이나 크리켓을 즐긴다.

- 인도를 배경으로 한 미국영화 ‘슬램독 밀리어네어’를 보고 감동을 받은 기억이 난다.

나도 재미있게 보았다. 인도는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수도인 뉴델리와 뭄바이 등 도시와 가난한 지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인도는 1년에 700편 이상 영화가 상영된다. 소수 민족들이 많아서 공용 언어도 20개쯤 되는데 각 지역의 소수언어로 영화가 제작이 된다. 그런데 인도에는 아직 한류문화가 소개되지 않았다. (사실 인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한다. 그도 한국보다는 서울을 88올림픽 개최로 먼저 알았고, 인도에서 자주 본 삼성, 현대, LG가 한국기업이라는 것도 서울에 와서야 알았다고 한다.)

- 서울에 살면서 불편한 점 혹은 글로벌 도시가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게는 언어가 가장 불편하다. 한국어를 모르니 답답하다. 가끔 쇼핑을 하러 마트에 가면 영어소통이 어렵고, 상품도 한국어로 되어 있어 쇼핑시간이 많이 걸린다. G20 정상회의만 해도 거리의 홍보물은 온통 한국어로만 가득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고작 'G20'밖에 없다. 거리의 홍보물들이 시각적으로도 좀 더 외국인을 배려하면 좋겠다.

- 그렇다면 서울에 살면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울은 사람들이 규칙도 잘 지키고 거리도 깨끗하다. 놀라울 정도다. 내가 경험해 본 도시 중 이보다 더 좋게 유지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가끔은 이 정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인도에는 차선이 없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조심해야 하지만 서울은 도로 차선 구분이 잘 되어 있어 운전하기가 쉬운 것 같다.

- 서울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와 음식은?

언어와 음식 때문에 서울 이외의 도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만 되면 서울의 새로운 장소를 즐겨 찾는다. 한강과 남산타워와 큰 공원이 인상적이다. 한강은 깨끗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하여 운동하기 좋은 것 같다. 인도는 인구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면적은 적어서 주변 환경이 좋은 공간은 부족하다. 음식은, 힌두교를 믿기 때문에 고기는 대부분 먹지 않는다. 아내는 채식주의자이고 유일하게 먹는 것은 달걀이다. 하지만 나는 사회생활을 하니까 한국음식을 가끔 먹는데 가끔 닭도리탕, 김치찌개, 비빔밥을 먹는다. 집에서는 한국음식을 구경할 수 없다. 아내는 한국음식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 인도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른을 존경하는 것이 두 나라의 공통점이다. 인도에서도 어른을 존경하고 잘 모신다. 한국도 전통적으로 어른을 존경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언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동료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 미국은 살기는 편하지만 어른들을 존경하는 문화는 두 나라보다는 못한 것 같다.

#서울vsSEOUL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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