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 경락 마사지 다 마쳤습니다.” “선생님. 오늘따라 너무 시원하고 좋은데요?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항상 똑같이 마사지 했는데 좋으셨어요? 음… 오늘이 제 월급날이라서 그런가봐요.” “어머. 앞으로 선생님 월급날에만 와야겠어요. 호호호. 오늘 너무 잘 받고 가요.”
단골고객이 왔다 가면 병원은 늘 시끄럽다. 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병원이 활기가 넘치고, 나도 일을 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어색하고 간단한 인사치레만 하는 사이였지만 요즘은 단골고객과 이야기하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나는 한의원에서 피부관리와 경락마사지를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병원에서도 좋아하고 나도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 이곳까지 오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리에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병을 앓고부터 장애가 왔다.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지만 결혼도 하고 사랑스러운 딸도 낳았다. 나처럼 장애가 있던 남편은 결혼 이후 몸이 안 좋아져 요양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는 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나를 원하는 회사를 찾는 것은 당연히 힘들었다. 할 일을 찾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배워야 했다.
동네에 있던 여성발전센터와 능력개발원 등 여성직업훈련기관에서 피부관리, 경락 분야 교육을 받으면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내가 가진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이것밖에 없어 보였다. 배우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2년 동안 교육이 이어졌다.
비가 오는 날이나 몸이 안 좋은 날에도 빠지지 않고 직업훈련센터를 찾아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 내 손엔 피부관리와 경락 분야 자격증이 들려있었다. 드디어 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나를 부르는 회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기껏 자격증을 땄지만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해져만 갔다. 힘들게 배운 손기술을 놀릴 수는 없어서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의 소개를 통해 서울시 지원 주부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개인 한의원에 취업하게 되었다. 피부관리와 경락마사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나 같이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개인병원에서 써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담사의 생각은 달랐다.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뿐이에요. 구**님이 아니라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보는 시선이 장애입니다. 그런 시선을 향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격려의 말 중에서 잊을 수 없는 말이었다. 상담사의 강력한 응원 한방에 한층 기분이 나아진 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다.
한의원 원장선생님은 나를 차별없이 자격을 가진 기술인으로만 봐주었다. 순전히 내가 가진 능력과 할 수 있는 부분만을 물으신 원장선생님은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평가를 하셨고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식직원으로 받아주셨다.
장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준 상담사께 월급도 받았으니 오늘은 피로회복제 한 박스 사들고 찾아뵙고 싶다.
구 ** (여, 44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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