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명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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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10.11. 00:00
시민기자 최근모 | |
한 남자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단정한 외모와 깔끔한 정장차림의 이 인도에서 온 남자는 눈을 살포시 감고 반주에 몸을 실었다. 가을 분위기에 딱 맞는 팝송을 택한 그의 센스에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 기대감에 부풀었다. 바람이 너무 컸던 것일까? 그는 떨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음정과 박자가 뒤엉키기 시작했다. 인파 속에서 웃음보가 터졌고 이내 힘내라는 박수소리가 뒤따랐다. 그에 힘입어 꿋꿋이 2절까지 다 부르고 꾸벅 인사를 하는 외국인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명동 한복판에서 정겨운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 순간이었다. 말이 외국인 장기자랑이지 잘하든 못하든 박수쳐주고 격려해주고 함께 웃는 그런 자리였다. 길을 가던 관광객들도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고 무대에 오른 이들의 서투른 모습이 오히려 더욱 반가웠다. 고적대의 화려한 팡파르를 필두로 가을 명동 축제가 시작되었다. 외국인 장기자랑을 위해 무대 위로 네팔, 일본, 중국 등 각 나라의 외국인들이 나와 노래도 부르고 전통춤도 추었다. 오후의 가을햇살만큼이나 축제를 구경 온 사람들 옷차림과 표정에서 넉넉함과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 인심도 후해서 노래를 못 해도 실수를 좀 해도 외국인들에게 그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제기차기에 자신 있는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사회자의 멘트에 여기저기서 내국인과 외국인들이 뛰어올라갔다. 어릴 적 땅거미가 지도록 골목에서 제기를 찼던 그 실력 그대로 경쾌한 발길질이 시작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내국인들이 제기차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들어낸다. 1등을 한 사람도 즐겁고 꼴등을 한 사람도 즐겁다. 물론, 보는 사람은 더욱 흥에 겨우니 이것이 축제의 참 맛이 아닐까? 인파 뒤로 옛 국립극장이 눈에 들어온다. 복원을 위해 공사중이라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곧 명동 예술극장으로 다시 부활한다고 한다. 내년 명동 축제는 축제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이번 명동 축제는 10월22일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주말에 한 번쯤 가족나들이 삼아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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