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신 커피 한 잔, 그대로 기부가 된다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0.12.30. 00:00

수정일 2010.12.30. 00:00

조회 3,233

어려운 이웃들에게 식품 및 생필품을 무료로 나누며 25개 자치구 28개 지점에서 운영 중인 푸드마켓이 한 단계 진화했다. 푸드나눔카페가 그것. 앞서 시범 운영되며 호응을 얻고 있는 푸드나눔카페 불광역점에 이어 지난 12월 21일 2호점이 태릉입구역 역사 내에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푸드나눔카페는 한 공간에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저소득층이 생필품을 구입해 갈 수 있는 판매 공간이 공존한다. 기존 푸드마켓이 무상 제공되는 식품과 생필품을 제공받기 위해 저소득층만이 이용했다면, 푸드나눔카페는 저소득층과 일반인이 함께 이용한다. 저소득층은 식품과 생활용품을 품목당 100원~200원 가량 지불하고 사는 공간으로, 일반인들은 고급스런 커피 한 잔을 저렴한 가격 1,000원~2,500원에 사서 마시는 공간으로 이용하는데, 이 때 일반인들이 사서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은 전액 어려운 이웃들이 100원~200원만 내면 사 갈 수 있는 식품과 생필품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쓰인다.

기존 푸드마켓에 일반 카페를 접목해 주민들이 커피를 사서 마시는 일상적인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고 나눔 문화의 작은 경험을 제공한다. 기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주민들에게 이런 경험들은 이후 저소득층에 대한 기부가 일상 속에서 점차 빈번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문을 연 지 일주일을 넘기고 있는 푸드나눔카페 2호점이 위치한 태릉입구역을 찾았다. 지하철 역사 내의 다양한 상가들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간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푸드나눔카페’. 카페는 반으로 나뉘어져 식품과 생필품이 진열된 공간과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어내는 카페 공간으로 이뤄져 있었다.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카페의 취지를 잘 알 수 있도록 벽면엔 이곳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곳인지를 알리는 정겨운 문구들로 가득했고, 테이크아웃을 위해 카페의 일부 벽면은 밖으로 오픈되어 있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아늑한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도 있었다. 많은 주민들은 커피를 한 잔씩 포장해 가는 동안 이내 카페의 의도를 알아챈 듯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커피 가격도 저렴하고 이곳의 취지가 참 좋네요. 어려운 이웃에게 작지만 도움이 된다니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자주 커피를 사 마셔야겠는걸요”라는 반응들이었다.

쌀, 라면 등 식품과 생필품이 진열된 카페 안쪽에선 이곳을 방문한 차상위계층 및 SOS위기가정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고른 후 계산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은 매월 1회 이곳을 방문해 5개 품목의 물건들을 구입해 갈 수 있으며 물품의 구매 비용은 총 1,000원을 넘지 않는다. 거스름돈 100원을 받아든 주민은 ‘돈을 거슬러도 주네?’라며 환한 모습을 보였다. 물품을 무상 제공받을 경우 혹 있을 수 있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일은 더 이상 이곳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저렴한 비용이지만 이들은 당당히 물건 값을 지불하고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해 가기 때문이다.

푸드나눔카페 2호점을 이용할 수 있는 차상위계층 및 SOS위기가정 주민들은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주민들 중 각각의 자치구 주민센터로부터 추천을 받은 500여 가구 주민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상태이고, 지금까지 약 100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현재 광역푸드뱅크 사업자인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푸드나눔카페엔 커피를 만드는 직원과 물건을 판매를 하는 직원이 상주하며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돕고 있었다. 카페 한 쪽에는 기부 코너도 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각종 식품과 생필품을 기부할 수도 있다.

푸드나눔카페가 주민들의 관심 속에 확대 운영되기를 바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생활 속 기부가 점차 확산,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태릉입구역을 갈 일이 있거든 새로운 기부 모델이 되고 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꼭’ 사서 마셔 보길 권한다.

기부 문의 : 02) 976-1377, www.s-foodba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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