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시나요?
강원국
발행일 2015.11.30. 13:40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8)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글쓰기도 그렇다.
글은 막상 쓰기 시작하면 쓸 만하다.
시작하기 전이 가장 걱정스럽고 두렵다.
이유가 있다.
글은 정체가 모호하다.
어떻게 써야 잘 쓴 글이고, 어떤 글이 못 쓴 글인지 분명한 기준이 없다.
답을 알지 못한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피하고 보려는 심리가 있다.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글쓰기도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
글쓰기에 관한 어렸을 적 기억도 안 좋다.
쓰기 싫은 글을 강제로 썼다.
초등학생이 무슨 느낌이 그리 충만하다고, 기념일마다 감상문 쓸 것을 강요받았다.
일기도 선생님께 검사받았다.
글쓰기에 관한 거부감이 많다.
그럼에도 글을 쓰려면 시작해야 한다.
악조건을 이겨내고 시작해야 한다.
시작만 해놓으면 한결 편안해진다.
또한 글이 글을 써나간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방법은 많다.
이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골라 써보자.
첫째, 개요를 완벽하게 짜고 시작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식이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짓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개요 짜기도 어렵지만, 쓰다 보면 개요가 무너진다.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 계획표 짜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 저술이나 논문, 논술 쓰기이면 모를까,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둘째,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일필휘지한다.
이게 가능하면 대단한 분이다.
그러나 안 된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일필휘지는 특별한 능력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머릿속 정리가 쉽지 않다.
영감은 누구에게나 마구 떠오르지 않는다.
기다리는 직관, 통찰, 혜안 역시 쉽사리 오지 않는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글을 쓰면 된다.
영감, 통찰, 혜안이야말로 글을 쓰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셋째, 생각나는 것을 일단 뭐라도 쓴다.
내가 쓰는 방식이다.
주제이건, 첫 문장이건, 전하고 싶은 한 줄이건 상관없이 생각나는 것을 쓴다.
물론 쓰다 보면 생각이 바뀌고, 처음 쓴 글은 뼈만 남고 살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인가 써놓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실마리가 된다.
그것을 단서로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려나간다.
무엇보다 써놓은 게 있으면 초조하지 않다.
이밖에도 주제를 정하는 것으로 착수할 수 있다.
보고서 같은 경우는 중간제목을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글감, 즉 소재를 나열해본다든가, 마인드맵을 그려보는 이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단어나 문장을 열거해 보기도 한다.
모두가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내 생각에 가장 안 좋은 방법은 이것이다.
천하의 명문을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독자들을 완전 감동시켜 버리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로 첫 문장을 놓고 썼다 지웠다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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