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 세계의 도시재생…빌바오 효과 아세요?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5.04.28. 09:35

수정일 2015.04.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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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르비온 강변에 자리한 구겐하임 미술과 ⓒAlex Corral

네르비온 강변에 자리한 구겐하임 미술관

상징문화시설을 통한 도시 재생 '빌바오 효과'

북대서양을 향해 흐르는 네르비온 강 수변에 구겐하임 현대미술관(프랭크 게리 건축)이 들어서기 전까지(1997년 기준) 빌바오는 스페인에서 경제 및 인구규모에 있어 10위도 아닌 20위에 더 가까운, 유럽에서조차 존재감 없던 중규모의 도시였다. 20세기 초 철강, 화학공업, 조선산업 및 무역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부강하던 이곳은 70년대 중공업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35%까지 증가하면서 인구가 45만에서 35만으로 급감, 경제적인 낙후는 물론 산업 폐부지, 항만 폐부지들의 방치로 암담한 도시환경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빌바오 전경, 네르비온 강 수변의 모습이 보인다.ⓒmiss_ohara

빌바오 전경, 네르비온 강 수변의 모습이 보인다.

쇠락한 도시의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하던 빌바오시는 1991년 빌바오 메트로뽈리 30(Bilbao Metropolí-30)이라는 재생추진협회를 구성하고 6년 만에 '구겨진 종이더미' 형태의 너무나 독특한 미술관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상징문화시설을 통한 도시 재생의 성공을 의미하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단순한 성공을 넘어 빛바랜 산업도시에서 화려한 문화도시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한다.

이 모든 성공담의 촉발제가 되고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개관 1주년 기념식보다 앞서 투자비용 환수(1997년 10월~1998년 10월 구겐하임 운영수익 1억4천4백만 유로≒2,000억 원)는 물론 바스크 자치지방 GDP 성장(2억1천1백만유로)에 미친 영향력을 인정받아 유럽연합으로부터 전보다 늘어난 공적자금(2천9백만 유로, 2006년 자료)의 지원을 추가·연장해 받는다.

세계명소에만 전시되는 거대한 청동거미조형'MAMAN'  ⓒVicente Villamon, 또 하나의 볼거리인 뻬드로 아루뻬 보행교의 모습 ⓒbadcrc, 빌바오의 경제적 이익은 자전거도로와 같은 각종 기반시설에 재투자되었다. ⓒBastien Deceuninck

(왼쪽부터) 세계명소에만 전시되는 거대한 청동거미조형'MAMAN , 또 하나의 볼거리인 뻬드로 아루뻬 보행교의 모습,
빌바오의 경제적 이익은 자전거도로와 같은 각종 기반시설에 재투자되었다.

가히 폭발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경제적 이익은 공항, 고속철도, 항만, 지하철, 트램, 자전거도로를 비롯한 각종 기반시설 및 스포츠, 음악, 역사 등 다양한 문화시설들에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거듭하고 이는 빌바오를 과거 한해 방문객 4만 미만의 도시에서 현재 100만 정도의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의 지속발전에 기여한다.

한마디로 문화도시 빌바오의 세계화 성공은 노후한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총체적인 재생전략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도시 재생 성공담의 주인공이자 상징이 된 구겐하임 미술관뿐만 아니라, 산업시대 당시 오염되었던 네르비온 강에 대한 우선정비 및 수변 녹지공간(open space)의 질적 향상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수면을 향해 떨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의 정화된 물그림자와 주변 경관이 한층 조형미를 돋보이게 하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빌바오의 모습을 잊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빌바오의 정체성과 빌바오 시민들의 자부심으로 대변되고 있는 이 구겐하임 미술관이 건립계획 당시 시민의 95%가 반대했다는 사실!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빌바오의 드라마틱한 재기담보다 더욱 놀랍고 흥미로운 숨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슈퍼킬펜과 코펜하겐 도시 전경ⓒForgemind ArchiMedia, 핑크, 오렌지, 빨강의 난색 계열 패턴이 바닥을 뒤덮은 레드스퀘어ⓒComrade foot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슈퍼킬펜과 코펜하겐 도시 전경, 핑크, 오렌지, 빨강의 난색 계열 패턴이 바닥을 뒤덮은 레드스퀘어

가로공간의 설계를 통한 슈퍼킬렌의 커뮤니티 재생

다음의 도시 재생 사례는 덴마크의 젊은 건축사무소BIG(건축가 뱌르케 잉엘스 Bjarke Ingels)과 조경설계사무소 TOPOTEK 1, 예술부문 담당으로 SUPERFLEX가 함께 한 코펜하겐 슈퍼킬렌(Superkilen) 기성시가지 정비계획으로 뇌레브로(Nørrebro) 지구의 재생 프로젝트이다. 이곳은 코펜하겐 중심부에 위치한 주거지역으로 62개국의 다양한 문화와 국적을 배경으로 한 거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계획에 있어 지역 결속력과 커뮤니티 강화의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과제였던 셈이다.

슈퍼킬렌은 2013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 도트 어워드에서 디자인 부문 수상을 하는데, 이에 심사평은 "근린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도시설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슈퍼킬렌이 보여주고 있다."고 이 지역이 안고 있던 숙제가 도시건축의 설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극복되고 있음을 간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설계차원의 내용을 잠시 들여다보면 약 1km에 달하는 대상지 거리를 3개의 공간, 3개의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분하고 이곳을 60여개 국의 미술가들이 만들어낸 조형작품이나 가로시설물들로 채움으로써 총 4.3ha 공간을 체험미술관 형태의 공원과 광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첫 번째 색상구역은 레드스퀘어로 핑크, 오렌지, 빨강의 대담한 난색계열 패턴으로 전체 바닥면을 뒤덮어 다음 구역인 블랙마켓으로 향하게끔 연결로의 역할을 한다. 두 번째로 블랙마켓에는 바비큐장은 물론 벤치와 체스테이블, 거대한 문어형상의 놀이기구가 중앙에 위치한 놀이터 등으로 커뮤니티 만남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검은색의 바닥공간에 배치된 가로 시설물(street furniture) 주위를 비켜 흐르듯이 그려진 흰색의 자유 곡선들은 공간에 시각적 리듬감을 선사하는 극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의 블랙마켓은 레드스퀘어와 그린파크의 중앙에 위치한 거주민들의 '거실'로 정의된다.

다음의 그린파크는 자연색채공간으로 인공의 둔덕들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잔디지형이다. 좀 전의 강렬했던 레드스퀘어와 블랙마켓을 지나 대상지 상단에 위치해 젊은이들을 위한 하키, 농구 등의 생활체육시설들이 집중 배치되어 있고 가족 단위 소풍이나 일광욕을 자유로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60여개 개별적인 문화배경이 3개의 색채영역을 구심으로 구분되어 묶여지고 다시대상지 가로공간을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도면밀한 배치계획을 통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서 커뮤니티 생활패턴에 자연스럽게 응대하며 소통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흰색의 자유 곡선들이 그려진 블랙마켓 ⓒForgemind ArchiMedia, 흰색의 자유 곡선들이 그려진 블랙마켓 ⓒForgemind ArchiMedia

희색의 자유 곡선들이 그려진 블랙마켓

모두가 바라는 서울의 아름다운 '재생'

현재 세계의 도시화가 70%를, 한국은 85%를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들이 겪고 있는 노후화나 기능 쇠퇴는 도시경쟁력이 중요한 요즘 시대 도태의 위기와 직간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인 만큼 도시화가 현격히 진행된 세계 곳곳의 도시들은 이미 숱한 재생 사례들을 생산하였고 만들어 가고 있다. 여기 소개한 두 가지 사례만으로 다양한 도시 재생의 유형과 수단을 대표해 설명할 순 없겠으나, 적어도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도시건축차원의 계획과 설계를 통해 단순한 물리환경의 개선과 정량적 발전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 등 비물리적 환경에 대한 다차원적 가치 추구를 도시 재생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례들의 행복한 결말이 전하는 사실로 "잘 만들어진 도시환경이란 사회구성원인 시민들에게 일상의 즐거움을 스스로 창출하고 영위할 수 있는 삶의 질적·자발적 향상권을 제공하는 곳이자, 그 도시 또는 지역 일원들에게 자부심이 되어 주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중심의 도시가 갖춰야 할 덕목에 있어 구체적 제시항목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도시계획 전공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사에도 부쩍 화두가 되어 오르내리고 있는 용어가 있다. 바로 도시재생이다. 사실 '재생'이란 단어 하나를 들여다보면 기능이나 쓰임이 예전보다 못해 스러져가는 대상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인과관계로 따져 말하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 대상이 구실을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재생을 통해 그 전 그 상태로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 – 물론 예전의 어떤 상태로 되돌아가느냐에 따라 복원 또는 유지로 나뉠 수도 있겠지만 – 이외에 과거의 모습과 달리 시대 가치관과 요구에 부응해 개발, 발전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 인구나 면적 면에서 세계 수위에 꼽히는 거대도시(metropolitan) 서울이 압축성장의 지난 반세기를 뒤로하고 저성장의 성숙시대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서울의 질적 성장을 위한 '도시 재생'이란 기치를 지금 올리고 있으니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겠다.

출처 : 서울사랑 (글_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상임기획단 연구위원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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