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대원군의 임무를 완수하라! 사라진 옥새를 찾아 운현궁 '달빛밀행'
발행일 2026.11.06. 15:24
낮의 궁궐에서 밤의 놀이터로
서울시는 시립 박물관, 전통문화공간 등의 야간 개방을 확대하고 시설별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컬처나잇'을 추진 중이다. 운현궁도 야간 개방을 확대하고 야간 특별 프로그램 ‘야(夜)밤의 오아시스’를 운영하며 시민에게 다양한 야간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낮에 문화유산으로 만나던 공간을 밤에는 놀이의 무대로 경험하게 하는 발상의 전환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운현궁 야간 프로그램 가운데 11월 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달빛밀행-사라진 옥새의 행방을 밝혀라!’에 흥미를 느껴 직접 참가해 보았다. 흥선대원군의 비밀 지령을 받은 참가자들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모으며 사라진 옥새의 행방을 밝혀나가는 프로그램이다.
굴렁쇠부터 옥새 찾기까지, 숨 가쁜 미션
해가 지면 운현궁 정문 안쪽 바닥에 영상이 펼쳐진다. 열두 살에 임금이 된 소년 고종과 1866년 노락당에서 거행된 가례의 모습이 비치는 가운데, 스무 명의 참가자가 그 위로 들어선다. 오늘 밤 이들은 흥선대원군의 밀객이다.대원군의 비밀 지령으로 시작되는 행사는 순라군의 북소리와 함께 막을 올린다. 참가자들은 마당의 꽃담 아래에서 굴렁쇠를 굴려 첫 번째 단서를 얻고, 노락당 마루에 앉아 붓으로 난을 치며 두 번째 단서를 손에 넣는다. 이어 이로당의 모란 병풍 앞에서 전통 다례를 체험하며 세 번째 증언을 확보한다. 이렇게 모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복도 끝 붉은 보자기 위에 놓인 함 속에서 진짜 옥새를 가려내야 하는 최종 미션에 도전하게 된다.
역사를 손으로 기억하는 시간
옥새는 국권 그 자체를 상징한다. 1897년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국가의 권위를 높이고 황제국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수많은 국새와 어보가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소중한 문화재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직접 옥새를 들어 올릴 때 어른들이 함께 환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행사의 대미는 청사초롱 아래에서 손을 맞잡고 도는 강강술래로 장식된다. 160년 전 이 마당에서 혼례를 올린 소년 왕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겠지만, 그의 옛집은 오늘 밤 서울에서 가장 환하게 빛난다. 역사는 책으로 암기할 때보다 직접 발견하고 체험할 때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운현궁
○ 교통 :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도보 2분
○ 운영시간: 화~일요일 09:00~18:00(11~3월)
○ 휴무 :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 주요 건물 : 수직사, 노안당(사랑채), 노락당(안채·1866년 고종 가례 장소), 이로당(별당)
○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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