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열차 안에서 시를 만나다! 시인 12명이 들려준 '시 읽는 서울지하철'

시민기자 엄윤주

발행일 2026.11.02. 14:08

수정일 2026.11.02. 14:08

조회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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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1월 1일 ‘시의 날’을 맞아 지하철 2호선에서 시 낭송과 음악공연을 즐기는 문학 행사 ‘시 읽는 서울지하철’을 열었다. 나태주·신달자 등 12명의 시인이 참여해 시청역에서 출발, 43개 역·48.8km를 달리며 15편의 시를 낭송했고 시민들과 함께 서울갤러리 무대도 이어갔다.
11월 1일 ‘시의 날’을 맞아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시 읽는 서울지하철’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
11월 1일 ‘시의 날’을 맞아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시 읽는 서울지하철’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
11월 1일은 ‘시의 날’이다. 1908년 최남선이 잡지 <소년>에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처음 발표한 날을 기념해 1987년 제정되었다. 서울시는 올해 ‘시의 날’을 맞아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특별한 문학 여행 행사 ‘시 읽는 서울지하철’을 진행했다.

‘시 읽는 서울지하철’은 순환열차인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해 시 낭송과 음악공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펼쳐졌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나태주, 신달자, 문태준, 도종환 등 12명의 시인들이 참여했다. 낮 12시 시청역을 출발해 무려 43개 역, 48.8km를 달리며, 시인들이 직접 낭송하는 시를 들을 수 있었던 행사는 한 권의 시집 그 자체였다.
 시청역을 출발해 2호선을 순환하며, 약 90분간 시 낭송·문학 토크·음악 공연이 진행됐다. ©엄윤주
시청역을 출발해 2호선을 순환하며, 약 90분간 시 낭송·문학 토크·음악 공연이 진행됐다. ©엄윤주

‘시를 듣는 역’ 시청역(時聽驛)에서 시 낭송 열차 출발

“출발한 역을 떠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시를 읽으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15년 전, 지하철 2호선 순환열차 안에서 곽효환 시인이 품었던 생각이 마침내 올해 ‘시의 날’을 맞아 현실이 되었다. 서울시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낭만적인 시인의 상상을 품고 시청역에서 정오에 출발했다.

시청역에서 출발한 지하철 2호선 내선순환 열차의 첫 번째 객차 안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시가 함께 했다. 시를 쓴 시인들의 목소리로 낭송된 시들은 객차 안으로 울려 퍼지며 시민들에게 깊은 서정을 선사했다. 시청역이 출발역이 된 것은 ‘시를 듣는 역(時聽驛)’이라는 새로운 해석에 기인했다. 그래서 행사의 주제도 지하철 2호선의 순환 구조를 문학적으로 담아 <시 읽는 서울지하철 - 순환, 공감, 생명 그리고 사람>으로 정해졌다.
'시 읽는 서울지하철'을 위해 제주에서 온 문태준 시인은 '우리는 서로에게'를 낭송했다. ©엄윤주
'시 읽는 서울지하철'을 위해 제주에서 온 문태준 시인은 '우리는 서로에게'를 낭송했다. ©엄윤주
시 낭송 열차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시인들 중에는 풀꽃의 나태주 시인부터 요즘 MZ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황인찬 시인까지 다채로웠다. 최동호 시인의 ‘제왕나비-아내에게’를 시작으로 신달자 시인의 ‘헌화가’, 박준 시인의 ‘지금은 우리가’ 등 15편의 시가 낭송되었다.

풀꽃 시인이자 우리 시대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나태주 시인은 이번 행사를 위해 충남 공주에서, 문태준 시인은 제주 애월읍에서 찾아와 참여할 정도로 이번 행사에 대한 시인들의 애정은 뜨거웠다. 열차에 탑승한 관객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객차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했고, 이 행사를 보고 싶어 지방에서 새벽 3시에 집을 나와 참석했다는 이도 있었다. '시 읽는 서울지하철 '은 서울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되기도 했다.
현대시의 대표 주자 황인찬 시인의 낭송 '내가 아는 모든 것' ©엄윤주
현대시의 대표 주자 황인찬 시인의 낭송 '내가 아는 모든 것' ©엄윤주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등불 남을 온기”

문태준 시인의 ‘우리는 서로에게’가 낭송될 때는 열차 밖 풍경이 더해지며 시의 깊이감을 더했다. 가을비가 내리는 풍경도 함께 시가 되었다. 중간중간 연주되는 음악도 운치를 더했다. 그동안 바쁘게만 스쳐 지나갔던 지하철이 콘서트홀이자 문학의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문학을 일상 속 지하철에서 누구나 만나볼 수 있는 예술로 확장했다는 점 역시 깊은 의미를 남겼다.
현대시의 거목 신달자 시인은 시 낭송 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노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엄윤주
현대시의 거목 신달자 시인은 시 낭송 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노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엄윤주
이날 ‘멀리서 빈다’로 무대에 선 나태주 시인은 “지난해 일본 여행을 갔는데, 일본 사람들이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시가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며 무척 부러워했어요. 나는 이것을 '서울의 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지하철이 세계적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기로 유명한데, 역마다 시를 적어 놓은 것은 거기에 꽃 한 송이를 꽂은 것과 같다고 느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서울시민에게 전하는 말씀을 부탁하자 시인은 “요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로 다른 이와 소통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멀리서 빈다'를 낭송한 나태주 시인 ©엄윤주
'멀리서 빈다'를 낭송한 나태주 시인 ©엄윤주
서울 지하철역에 시를 적어 놓은 것은
꽃 한 송이를 꽂아 놓은 것과 같다고 느껴요
나태주 시인
출발했던 시청역으로 다시 돌아온 시인과 시민 관객들은 서울시청 지하 공간에 마련된 서울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무대를 이어갔다. 축하 공연과 함께 박정자 배우가 낭송하는 시를 들으며 또 한번 그윽한 시의 향취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갤러리에서 진행된 '시 읽는 서울지하철' 축하 공연 ©엄윤주
서울갤러리에서 진행된 '시 읽는 서울지하철' 축하 공연 ©엄윤주
서울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게시된 시들은 출퇴근 길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엄윤주
서울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적힌 시들은 출퇴근 길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엄윤주
최근 세계적으로 K-지하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을 무대로 한 시의날 행사는 더욱 빛났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던 일상의 이동 수단이 잠시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거대한 시집이 된 하루였다.

지하철 레일을 따라 흐르던 시어들처럼, 서울이라는 도시의 숨 가쁜 일상 속에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따뜻한 여운이 깊게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해마다 이런 품격 있는 행사가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시민기자 엄윤주

숲의 마음으로 서울을 담는 시민기자, 치유와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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