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튀고 텀블러 기울이던 불편함 안녕! 새로워진 '서울형 음수대' 써보니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6.09.10. 14:39

수정일 2026.09.10. 14:39

조회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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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텀블러 리필에 편리하도록 중앙 거치 공간과 직수 노즐, 점자·촉각 버튼 등을 갖춘 ‘서울형 음수대’ 1호를 시청에 시범 설치했다. 서울시는 9월 중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학교·공원·관공서의 노후 음수대를 순차 교체할 계획이다. 행사에서는 기존 음수대보다 편리함·청결·디자인 면에서 서울형 음수대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청 1층 로비에 시범 설치된 '서울형 음수대 1호'와 디자인 안내 배너 ©김윤경
서울시청 1층 로비에 시범 설치된 '서울형 음수대 1호'와 디자인 안내 배너 ©김윤경
평소 외출할 때 텀블러를 챙기는 사람이라면 공공 음수대에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음용구가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거나 수압 조절이 어려워 텀블러에 물을 받다가 옷을 적신 적이 있을 수 있다. 혹은 텀블러가 조금만 커도 받칠 공간이 없어서 텀블러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아슬아슬하게 물을 채워야 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서울시청 1층을 방문했다가 이런 불편을 해소해 줄 음수대를 발견했다. 로봇팔처럼 보이는 음수대 옆에는 "서울의 물 일상 속 더 가까이"라는 문구와 함께 서울시가 새롭게 개발해 시범 설치한 '서울형 음수대 1호'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텀블러를 세워서 손쉽게 물을 받기도, 직접 음용하기도 편리한 서울형 음수대 ©김윤경
텀블러를 세워서 손쉽게 물을 받기도, 직접 음용하기도 편리한 서울형 음수대 ©김윤경
'서울형 음수대'는 기존의 음수대와 구조부터 달랐다. 텀블러를 세워둘 수 있는 중앙 거치 공간직수 노즐을 갖췄고 양옆으로는 어린이나 체구가 작은 시민도 바로 마실 수 있게 날개형 음용구가 뻗어 있었다. 온수 화상을 막는 안전 구조,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인지할 수 있는 점자·촉각 버튼도 적용됐다. 물이 밖으로 튀지 않도록 설계된 내부 배수 구조와 바닥 배수로가 일체화돼 주변 바닥도 깔끔했다. 무엇보다 바닥 단차가 없고 하부 공간이 열려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이나 어린이도 가까이 다가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형 음수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김윤경
서울형 음수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김윤경
9월 9일 시청 본관 1층에서는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서울형 음수대 이벤트 : 굿바이 플라스틱 서울' 설치 기념행사가 열렸다.

아침 일찍부터 텀블러를 지참한 시민들로 시청은 활기를 띠었다. 스티커 붙이기, 설문조사, SNS 인증까지 3단계 미션을 완료하면 선착순으로 텀블러, 디자인 키링, 천연 수세미 등 서울형 음수대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스티커 평가에 참여 중인 시민들 ©김윤경
스티커 평가에 참여 중인 시민들 ©김윤경
시민들은 직접 스티커를 붙여 기존 음수대와 서울형 음수대를 비교 평가했다. 사용 편의성, 청결·안심도, 디자인 조화성을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 비교 평가에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기존 음수대가 '불편함'과 '어울리지 않음' 쪽 표를 많이 받은 것과 달리, 서울형 음수대는 '편리함'과 '안심됨', '잘 어울림' 항목에 스티커가 압도적으로 몰렸다.

여행 중 수분 섭취가 중요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흥미롭게 설문에 참여하며 서울형 음수대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실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본 시민은 "옛날 음수대는 텀블러를 기울여 받아야 해서 물이 넘쳐 손에 묻고 불편했는데, 이건 세워두고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차니까 무척 편리하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동대문구에서 온 시민이 서울형 음수대를 이용한 텀블러를 보여주고 있다. ©김윤경
동대문구에서 온 시민이 서울형 음수대를 이용한 텀블러를 보여주고 있다. ©김윤경
현장에서 동대문구 거주 60대 여성 시민을 만났다. 서울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시청 구경도 할 겸 나왔다며 "서울형 음수대는 텀블러를 그냥 세워둬도 잘 떨어지지 않게 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신경 써서 만든 음수대는 처음 봤다"고도 했다.
'서울형 음수대' 설치 기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을 선 시민들 ©김윤경
'서울형 음수대' 설치 기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을 선 시민들 ©김윤경
서울형 음수대는 설치 장소와 목적에 따라 실외형 3종(리필형, 확장 리필형, 반려동물형)실내형 4종(리필형, 저학년용, 다중형, 벽부매립형)총 7종으로 나뉜다. 산책로에서 반려견에게 물을 줄 수 있는 '반려동물형'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눈높이에 맞춘 '저학년용'은 달라진 도시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가구 형태를 반영한 부분이다.

서울시는 9월 중 '서울형 음수대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실내 보급 대상의 약 80%를 차지하는 학교를 비롯해 공원, 관공서 등의 노후 음수대를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잔수가 고이지 않는 경사 배수 구조와 최적의 수류 포물선을 적용한 서울형 음수대의 음용구 ©김윤경
잔수가 고이지 않는 경사 배수 구조와 최적의 수류 포물선을 적용한 서울형 음수대의 음용구 ©김윤경
새로운 서울형 음수대를 제작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 여은하 팀장과 서수민 주무관에게 음수대 개발 배경과 세부 설계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들어봤다.

Q. 서울형 음수대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최근 개인 텀블러를 휴대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났는데요, 기존 음수대는 입을 대고 마시는 직수형 구조 위주여서 텀블러에 물을 담기 불편했고, 토출 노즐이 외부에 노출돼 교차 접촉 및 이물질 오염 우려를 해소하고자 텀블러 리필 중심의 위생적인 음수대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텀블러가 없는 시민도 위생적으로 물을 마실 수 있나요?
A. 서울형 음수대는 리필형, 리필형확장, 반려동물형, 저학년용, 다중형, 벽부매립형 등 다양한 모듈로 구성돼 있어, 설치 장소와 목적에 따라 각 모듈을 조합해 설치할 수 있어요. 직접 물을 마시는 음용구는 입술이나 노즐이 닿지 않는 최적의 수류 포물선을 제공하도록 하고, 잔수가 고이지 않게 경사 배수 구조를 적용해 청결을 유지하게 했습니다.
어린이, 장애인 등 신체적 약자의 안전을 위한 온수 이중 잠금장치 및 점자·촉각 버튼 ©김윤경
어린이, 장애인 등 신체적 약자의 안전을 위한 온수 이중 잠금장치 및 점자·촉각 버튼 ©김윤경
Q. 휠체어 이용자나 어린이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UD)을 반영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A. 기획 및 설계 전반에 걸쳐 유니버설디자인(UD) 전문가 자문 회의를 진행하고 시민 워크숍 및 부서 협력을 통해 휠체어 진입용 하부 여유 공간 치수와 손 힘이 약한 어린이도 쉽게 누를 수 있는 버튼 규격을 도입했습니다. 실내형 모델에는 온수 이중 잠금장치를 도입해 이용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Q. 반려동물용 및 저학년용 음수대는 오염 우려가 높은데 위생을 고려해 어떤 특수 디자인을 적용했나요?
A.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저학년용’과 야외 산책 시 유용한 ‘반려동물형’은 일반 모델과 완전 물리적으로 분리된 전용 모듈·모델을 적용해 오염을 차단하고, 텀블러 입구가 닿지 않도록 노즐을 상부 안쪽에 깊게 매립하고, 하부 전용 거치 가이드를 두어 2차 교차 오염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새로운 서울형 음수대의 탄생 뒤에는 서울시 디자인정책관과 서울아리수본부의 협업이 있었다. 디자인정책관은 시민 워크숍과 전문가 회의를 거쳐 포용적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했고, 서울아리수본부는 누구나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질 관리 노하우와 공급 시스템을 결합했다.

디자인이 편리해진 만큼 수돗물 자체의 안심 수질 관리도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정수된 아리수를 저장·공급하는 시내 배수지 102개소를 대상으로 매년 상·하반기 정기 세척과 안전점검을 의무 시행한다. 고압 세척과 이물질 제거 후 정밀 수질검사를 거쳐 적합 판정을 받은 물만 재공급하므로, 공공 음수대의 아리수는 안심하고 마셔도 좋은 검증된 물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실내외 공공 음수대 모습 ©김윤경
기존에 만들어진 실내외 공공 음수대 모습 ©김윤경
서울시청 1호 음수대에서 시작된 이번 변화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자원순환, 장애인과 어린이를 배려하는 약자 동행 복지, 반려동물 가구를 포용하는 도시 문화, 철저한 배수지 관리로 완성되는 안전한 아리수 정책이 함께 결합됐다. 

텀블러 하나만 들고 나와도 물이 튈 걱정 없이 어디서나 깨끗하고 시원한 아리수를 채울 수 있는 서울이 되는 듯하다. 9월 가이드라인이 배포되면 공원과 학교, 거리 곳곳에서 이 로봇팔처럼 보이는 서울형 음수대를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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