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근대건축부터 성벽 야경까지…'서울미래유산' 따라 종로 인문학 산책

시민기자 이다현

발행일 2026.09.01. 13:00

수정일 2026.09.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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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시민의 삶과 추억이 담긴 근현대 자산을 서울미래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다. 종로의 미래유산 코스는 마로니에공원, 아르코미술관·예술극장, 예술가의 집, 동양서림, 학림다방, 이화동 벽화마을, 낙산공원으로 이어진다. 공연예술과 골목길, 한양도성 야경이 어우러진 인문학 산책 코스로 소개됐다.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 예술극장의 전경Ⓒ이다현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 예술극장의 전경Ⓒ이다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낙산공원까지,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을 걷다

K-컬처의 인기와 더불어 서울의 근현대 골목길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삶과 추억이 담긴 근현대 유·무형 자산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활기찬 공연 예술과 고즈넉한 한양도성 야경이 어우러진 종로의 미래유산 코스로 인문학 산책을 떠나보았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전경Ⓒ이다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전경Ⓒ이다현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활기찬 무대, 대학로

종로 문화예술 기행의 첫발은 한국 공연 예술의 메카이자 푸른 가로수가 반기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작한다. 구 서울대 문리대 부지에 조성된 이곳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호흡이 서려 있는 공간이다. 공원 주변으로는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의 손길이 닿은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이 붉은 벽돌의 위용을 뽐내며 시각, 공연 예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아르코미술관은 실험적이고 동시대적인 현대 미술 전시는 물론, 신진 작가 발굴과 다양한 예술 담론을 이끌어내는 공공 미술관으로서 한국 미술계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아르코미술관과 마주하며 대학로의 풍경을 완성하는 쌍둥이 같은 아르코예술극장 또한 관객들과 한국 현대 공연 예술의 역사와 호흡을 함께 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붉은 벽돌이 상징적인 아르코미술관의 외관 전경Ⓒ이다현
붉은 벽돌이 상징적인 아르코미술관의 외관 전경Ⓒ이다현
현재 아르코미술관 내에서 진행 중인 전시의 모습Ⓒ이다현
현재 아르코미술관 내에서 진행 중인 전시의 모습Ⓒ이다현
공공그라운드 건물의 외관 전경Ⓒ이다현
공공그라운드 건물의 외관 전경Ⓒ이다현
공공그라운드 건물에서 외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울미래유산 표시  Ⓒ이다현
공공그라운드 건물에서 외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울미래유산 표시 Ⓒ이다현
마로니에 공원 내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 전경 Ⓒ이다현
마로니에 공원 내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 전경 Ⓒ이다현
마로니에 공원의 한 축을 품직하게 지키고 서 있는 예술가의 집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1931년 경성제국대학 본관으로 건립되어 이후 서울대학교 본관으로 사용되었던 이 고풍스러운 근대 건축물은, 현재 예술가들의 창작 지원과 시민들의 예술적 소통을 돕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근대 교육의 역사적 현장에서 동시대 예술가들이 모여 담론을 나누는 거점으로 변모한 예술가의 집은 대학로가 가진 근현대 역사성과 문화예술적 정체성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증명해 준다.

책과 커피 향으로 물든 인문학의 골목, 동양서림과 학림다방

대학로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뒤로하고 혜화동 로터리 쪽으로 향하면 조용히 세월을 지켜온 문학의 산실들을 만난다. 1953년에 문을 연 동양서림은 오랜 세월 동네 서점의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독자와 문인들의 발길을 품어온 서울의 대표 미래유산 서점이다. 동양서림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묵묵히 서가의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의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서점 특유의 낮은 조도와 빽빽하게 꽂힌 책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텍스트의 향기에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선물한다.
운영 중인 동양서림의 모습 Ⓒ이다현
운영 중인 동양서림의 모습 Ⓒ이다현
서울미래유산임을 알리는 학림다방의 외관 모습과 대표메뉴인 비엔나커피Ⓒ이다현
서울미래유산임을 알리는 학림다방의 외관 모습과 대표메뉴인 비엔나커피Ⓒ이다현
동양서림에서 나와 대학로 초입으로 내려오면 1956년부터 자리를 지킨 학림다방이 기다리고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마주하는 낡은 LP판과 진한 커피 향은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시대의 고민을 나누던 1980년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소환한다. 책과 다방, 이 두 공간은 종로가 가진 깊은 인문학적 결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화벽화마을을 걷다보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벽화 그림Ⓒ이다현
이화벽화마을을 걷다보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벽화 그림Ⓒ이다현
벽화마을을 이루고 있는 담장 그림 중 일부 Ⓒ이다현
벽화마을을 이루고 있는 담장 그림 중 일부 Ⓒ이다현

낡은 골목에 예술의 숨결을 더하다, 이화동 벽화마을

대학로 중심가의 인문학적 분위기를 느낀 뒤, 낙산 자락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오르막길을 따라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이화동 벽화마을에 들어선다. 과거 대표 달동네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탈바꿈한 이화동은, 정숙한 관람 문화를 통해 주민의 일상과 관광객의 예술 향유가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평범한 시멘트 벽면을 따라 이어지는 그림들을 감상하며 고갯길을 올라가다 보면, 낡은 공간이 품은 시간의 무게와 정겨운 골목길이 건네는 온기를 한껏 체감할 수 있다.
낙산공원 성벽길을 걷는 관광객Ⓒ이다현
낙산공원 성벽길을 걷는 관광객Ⓒ이다현
야경명소로도 유명한 낙산 산책길Ⓒ이다현
야경명소로도 유명한 낙산 산책길Ⓒ이다현

도심의 전경을 한눈에 담는 오솔길, 낙산공원

이화동 벽화마을의 정겨운 골목을 지나 한양도성이 이어진 언덕길 끝에 도달하면 대학로 답사의 고요한 하이라이트인 낙산공원에 다다른다. 조선시대 서울을 둘러싸던 내사산(內四山) 중 하나이자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은 산세가 낙타의 등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낙산공원은 인기 작품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으로 등장한 적이 있어, 현장에는 성벽과 서울의 풍경을 구경하러 온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잘 정비된 도성길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은은한 조명이 고풍스러운 성벽을 비추기 시작한다. 성벽 너머로 펼쳐지는 서울 도심의 역동적인 야경은 한낮의 소란함을 차분히 잠재워준다. 조용히 바람을 맞으며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는 시간은 대학로 골목에서 만난 예술과 인문학의 여운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마침표가 되어준다.
노을 질 무렵 낙산에서 내려다 본 대학로 전경 Ⓒ이다현
노을 질 무렵 낙산에서 내려다 본 대학로 전경 Ⓒ이다현

다음 세대로 이어질 우리의 기억

마로니에 공원의 활기부터 이화동 골목, 그리고 낙산공원의 정운한 성벽길까지. 이번에 둘러본 종로의 거점들은 단순히 오래된 공간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삶과 예술이 녹아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서울미래유산과 역사적 장소들은 이처럼 우리 곁에 숨 쉬며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한풀 꺾인 날씨로 선선해진 오후, 시간을 잇는 대학로의 길 위에서 우리만의 소중한 문화적 기억을 한 조각 더 채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미래유산 인문학 산책 코스 주요 장소

○ 마로니에 공원: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8길 1
○ 아르코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3
○ 아르코예술극장: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8길 7
○ 공공그라운드: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16
○ 예술가의 집: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3
○ 동양서림: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271-1
○ 학림다방: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19
○ 이화동 벽화마을: 서울특별시 종로구 낙산4길 49
○ 낙산공원: 서울특별시 종로구 낙산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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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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