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문화 나들이! 서울 속 '120년 전 유럽' 건물로 시간 여행
발행일 2026.06.15. 11:50
‘남서울미술관’에서 찾은 특별한 하루

밖에서 바라본 남서울미술관 (구. 벨기에영사관) 건물 모습 ⓒ최용수
“사당역 근처는 늘 시끄러운 술집과 번화가만 가득한 줄 알았는데, 지하철에서 몇 걸음 들어왔다고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미술을 잘 몰라도 클래식한 건물 복도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주말 데이트 코스로 적극 추천합니다.” 직장인 이준혁(43세, 가명)씨의 말이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사당역. 출퇴근길 인파와 자동차 소음으로 늘 분주한 이곳에서 단 5분만 걸어가면 전혀 다른 풍경의 건물을 만난다. 높은 빌딩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벽돌 건물. 마치 유럽의 오래된 저택을 옮겨 놓은 듯한 건물, 바로 관악구 남현동의 아늑한 문화 사랑방이자 서울시 지정 사적인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이다.

구. 벨기에영사관인 남서울미술관 정문 모습 ⓒ최용수
평소 사당역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심 속에 이런 곳이 있었어?” 이국적인 건물 모습에 안으로 들어서니 이곳은 여느 미술관과 달리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먼 과거로의 시간 여행 같았다.

높은 천장과 좁은 구 벨기에영사관 1층 복도 ⓒ최용수
① 붉은 벽돌 건물이 들려주는 120년의 역사
남서울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이색적인 건물 자체다. 붉은 벽돌과 웅장한 기둥, 고풍스러운 외관은 마치 유럽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원래 이 건물은 1905년 대한제국 시절 중구 회현동에 세워있던 구 벨기에영사관이다. 당시 고종황제는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벨기에처럼 중립국을 유지하고 싶어 영사관 건립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한다. 건립 후 세월 따라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오다가 도심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어 1983년 현재의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축하였고, 2004년부터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붉은 벽돌의 독특한 외양을 지닌 구 벨기에영사관 건물 모습 ⓒ최용수

2층 특별전시장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오르는 느낌이 색다르다. ⓒ최용수
②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안으로 들어서니 높다란 천장, 좁은 복도, 투박한 벽돌 등에서 세월의 흔적과 시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일반 건물보다 훨씬 높은 천정 덕분일까, 무더위와 실내의 답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걸을 때마다 들리는 나무 바닥의 삐걱거림은 오히려 오래된 건물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더해준다. 방마다 남아 있는 각기 다른 디자인의 벽난로도 인상적이다. 옛 벨기에영사관 시절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듯하다. 작품을 감상하다가도 자연스럽게 벽난로 앞에 서면 발길을 멈춰진다.

120년 전의 유럽 스타일의 천장과 기둥, 창문 등 ⓒ최용수

고풍스런 나무 마루 바닥과 벽난로는 120년의 세월을 말해준다. ⓒ최용수
2층으로 오르는 고풍스런 나무계단, 복도 창가에 서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져 유럽 어느 나라의 오래된 문화유산을 관람 온 듯한 기분을 선물한다. “집 가까이에 이런 문화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며 “무료로 전시 작품을 보고 실내는 시원하니 무더위 쉼터 같아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은 찾아온다.” 남현동에 거주하는 김복순(62세, 가명)씨의 동네 자랑이다.

남서울미술관은 거장들의 작품 전시장이자 시민들의 훌륭한 쉼터로 사랑 받고 있다. ⓒ최용수
③ 현대미술과 역사 공간의 특별한 만남 장소
남서울미술관은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으로 사용 중이다. 현재 1층에는 ‘권진규의 영원한 집’ 상설전시장이다. 한국 근현대 조각의 거장 권진규의 테라코타 작품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거친 흙의 질감 속에서 인물들의 표정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2023년 6월 1일 권진규 작고 50주년을 맞이하여 근현대라는 굴곡진 동시대를 살아온 구 벨기에영사관에 권진규 작품의 상설전시관이 문을 열었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듯하다. 매주 수요일, 작가의 조카(허경회) 등 특별도슨트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되니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면 가성비 높은 관람을 할 수 있다.

남서울미술관 복도에 게시된 전시 안내 및 관람객들 ⓒ최용수

현관에 비치된 상설전시 및 특별전시 안내 브로셔들 ⓒ최용수
미술관 2층에서는 제14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프로그램 ‘포란’이 진행되고 있다. 계단을 오르니 영상과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오래된 영사관 건물과 현대적인 미디어아트가 만나는 전시실은 상상보다 훨씬 색다른 경험이다. 전시실 각각의 방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공간에서는 잔잔한 영상이 흐르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다양한 소리와 빛이 감각을 자극한다. 한 관람객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천천히 보다 보니 공간 자체를 체험하는 느낌이 들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특별전시장에 전시된 황수연 작가의 작품 ‘블랙이펙터’ ⓒ최용수
④ 시민들의 쉼터가 된 미술관
남서울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은 여유로운 야외 공간이다. 미술관 정원,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서 책을 읽는 시민,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 휴식을 즐기는 직장인들, 저마다 나름의 즐김을 한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이곳은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권진규 작가 작품이 전시된 상설전시관 모습 ⓒ최용수
남서울미술관은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평일(화~금)에는 오후 8시까지 운영해 직장인들도 퇴근 후 방문하기 좋다. 멀리 떠날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심 한가운데서 120년 역사를 품은 유럽풍 건축물의 만남은 설렘 아닐까.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하며, 조용한 정원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으니 바쁜 일상으로 멀리 갈 수 없다면 남서울미술관으로 떠나는 문화 여행을 추천한다.

남서울미술관은 보행약자를 위한 무장애길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다. ⓒ최용수
남서울미술관 이용 안내
○ 주소 :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남현동)
○ 대표전화 : 02-598-6246~7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토·일·공휴일 ~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1월 1일
○ 입장료 : 무료
○ 누리집
○ 대표전화 : 02-598-6246~7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토·일·공휴일 ~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1월 1일
○ 입장료 : 무료
○ 누리집

사당역에서 남서울미술관으로 가는 길 안내도. AI 활용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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