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여유 코스! ‘경춘스테이션 북&커피’와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시민기자 권수진

발행일 2026.02.06. 11:47

수정일 2026.02.06. 17:09

조회 302

경춘선숲길에서 만나는 ‘경춘스테이션 북&커피’ ©권수진
경춘선숲길에서 만나는 ‘경춘스테이션 북&커피’ ©권수진
경춘선숲길을 걷다 보면, 걸음도 자연스레 느려진다. 오래된 철길 위에 조성된 이 산책로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전하는 곳 중 하나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 ‘경춘스테이션 북&커피’도 만날 수 있다. 책과 커피가 함께하는 이곳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숨을 고른 뒤, 공릉동도깨비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다시 발걸음을 옮겨 보자.
  • 기차 객실을 미니 도서관으로 꾸민 경춘스테이션 북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권수진
    기차 객실을 미니 도서관으로 꾸민 경춘스테이션 북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권수진
  • 마치 여행하듯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경춘스테이션 커피 ©권수진
    마치 여행하듯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경춘스테이션 커피 ©권수진
  • 기차 객실을 미니 도서관으로 꾸민 경춘스테이션 북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권수진
  • 마치 여행하듯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경춘스테이션 커피 ©권수진
공릉동도깨비시장 안에는 전통시장의 활기 속에서 뜻밖의 공간을 만난다. 노원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Mahlwerk)’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무료 전시로 시민들과 먼저 만났던 이곳은 2월 5일 정식 개관과 함께 일부 유료 전시로 전환된다.

‘전통시장에서 만나는 유럽 전통 커피 문화 350년’이라는 부제처럼, 전시의 중심에는 커피를 갈아온 시간의 역사가 놓여 있다. 독일 유학 시절부터 커피 그라인더를 수집해 온 부부 수집가는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럽 각국을 오가며 그라인더를 모아왔다고 한다. 전시된 커피 그라인더는 무려 1,105점에 달한다.

‘말베르크’는 2층카페로, 3층전시관으로 운영된다. 다양한 커피 그라인더를 비롯해 커피 관련 제품들을 직접 만나고 커피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커피 그라인더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말베르크’ ©권수진
다양한 커피 그라인더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말베르크’ ©권수진
커피 향과 함께 다양한 커피 그라인더를 만날 수 있는 ‘말베르크’ ©권수진
커피 향과 함께 다양한 커피 그라인더를 만날 수 있는 ‘말베르크’ ©권수진
수집품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유럽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한 번에 모두 반입할 수 없어 세관을 통과할 때마다 여러 차례 나눠 들여와야 했다는 일화는, 이 전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오랜 집념과 시간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커피 그라인더 하나하나에는 수집가 부부가 직접 발로 뛰며 쌓아온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전시장 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벽걸이형 도자기 커피 그라인더다. 장식품처럼 화려한 이 그라인더들은 당시 ‘보관도 하고, 장식도 하자’는 의미를 담아 제작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고 집에서 커피를 갈아 마시는 주체가 여성으로 옮겨가던 시기와 맞물리며, 단순한 주방 도구를 넘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
  • 독일식 커피 표기가 적힌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독일식 커피 표기가 적힌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프랑스식 커피 표기가 되어 있는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프랑스식 커피 표기가 되어 있는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네덜란드식 커피 표기가 되어 있는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네덜란드식 커피 표기가 되어 있는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독일식 커피 표기가 적힌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프랑스식 커피 표기가 되어 있는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네덜란드식 커피 표기가 되어 있는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숨어 있다. 바로 그라인더 전면에 적힌 ‘커피’라는 단어의 표기다. ‘Kaffee’, ‘Café’, ‘Koffie’ 등 각기 다른 언어로 적힌 글자를 통해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진 커피 그라인더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설명 없이도 글자만 보고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맞혀보는 재미가 있다.

이 벽걸이형 커피 그라인더가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는 당시 광고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 포스터가 전시장에 걸려 있는데, 흥미롭게도 그 포스터 속 커피 그라인더를 전시장 안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다. 광고 이미지와 실물이 나란히 겹쳐지며, 커피 그라인더가 생활용품이자 상품 그리고 문화 아이콘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 모델과 함께 광고에 등장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모델과 함께 광고에 등장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광고에 등장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광고에 등장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모델과 함께 광고에 등장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 광고에 등장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전시장 한편에는 레나츠(Lenartz)사의 커피 그라인더만 단독으로 전시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무려 350점의 레나츠 커피 그라인더가 전시돼 있으며, 수집가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레나츠 제품을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기네스 인증서도 보유하고 있다. 이 컬렉션에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깊은 사연이 담겨 있다.
레나츠 커피 그라인더 단독 전시관 ©권수진
레나츠 커피 그라인더 단독 전시관 ©권수진
전쟁의 잔해인 포탄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커피 그라인더를 만든 이승재 씨의 특별한 컬렉션 ©권수진
전쟁의 잔해인 포탄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커피 그라인더를 만든 이승재 씨의 특별한 컬렉션 ©권수진
시대 변화에 따른 커피 그라인더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권수진
시대 변화에 따른 커피 그라인더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권수진
다른 커피 그라인더들은 대개 전국을 발로 뛰며 한 점씩 수집한 것들인 반면, 레나츠 제품은 특별한 인연을 통해 단번에 대량으로 소장하게 됐다. 45년간 커피 그라인더를 모아온 원 수집가가 2005년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부인이 소장품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승재 수집가는 직접 그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그는 그라인더 하나하나의 바닥에 적힌 기록을 발견했는데, 처음 구매한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얼마에 구입했는지, 당시의 날씨와 그라인더의 특징까지 세세하게 기재돼 있었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함께 기록된 자료라는 점에 의미를 느낀 그는 레나츠 그라인더들을 하나의 리스트와 스토리를 가진 컬렉션으로 판단했고, 결국 220점을 한 번에 구매하게 되었다. 이 선택이 오늘날 레나츠 단독 전시 공간으로 이어졌다.

레나츠는 당대에 이름을 알렸던 유명한 대장장이 가문으로, 커피 그라인더 제작 기술과 금속 가공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집가는 레나츠 가문의 가계도까지 확보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단순히 제품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제작자 가문의 역사까지 함께 조명하는 점에서 이 공간은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최초의 전동식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최초의 전동식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한때 결혼 선물로 사용되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한때 결혼 선물로 사용되었던 커피 그라인더 ©권수진
이처럼 ‘말베르크’의 전시는 커피 도구를 넘어 수집의 기록이자, 생활사와 산업사, 개인의 이야기가 겹쳐진 공간이다. 또한 전통시장이라는 장소성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일상이 쌓여온 시장과 세대를 건너 기록된 커피 그라인더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난다.

‘말베르크’는 노원구가 추진하는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경춘선 공릉숲길 로컬 브랜드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커피’를 주제로, 전통시장 안에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담아냈다.
다양한 커피의 종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권수진
다양한 커피의 종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권수진
공릉동도깨비시장 입구에 마련된 노원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 ©권수진
공릉동도깨비시장 입구에 마련된 노원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 ©권수진
경춘선숲길을 걸으며 계절을 느끼고, 전시관에서 커피의 역사를 만나고, 다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특히 정식 개관 이후에는 금·토·일요일에 맞춰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레나츠 컬렉션에 얽힌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관람한다면 이 전시는 더욱 깊게 기억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도슨트와 함께 관람하길 추천한다.

봄을 맞아 천천히 걷고, 깊이 들여다보고, 향을 음미하는 하루. 경춘선숲길과 공릉동도깨비시장 사이에서 만나는 ‘말베르크’는 그 여정을 완성해 주는 작은 쉼표 같은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경춘스테이션 북&커피

○ 위치 :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 107-2 (경춘선숲길 하계역~공릉역 사이)
○ 교통 : 지하철 7호선 하계역 4번 출구에서 533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1:00~20:00
○ 휴무 : 월요일, 명절 당일
※ 노원구민 10% 할인,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

노원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

○ 위치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180길 53 2층 우측
○ 교통 : 지하철 6·7호선 태릉입구역 4번 출구에서 621m
○ 운영시간
 - 2층 상설전시관·카페 : 월~일요일 09:00~20:00
 - 3층 기획전시관 : 화~일요일 10:00~17:00(월요일 정기휴무)
○ 관람료 : 2층 상설전시관 무료 / 3층 기획전시관 대인 4,000원(※카페 이용 시 관람료 5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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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청 누리집

시민기자 권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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