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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베르크’ 2층에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강사랑 -
‘말베르크’ 2층에 위치한 상설전시관 ©강사랑
커피 마니아의 성지 예고! 전통시장에 들어선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발행일 2026.02.03. 15:47

노원구 대표 전통시장 공릉동도깨비시장 안에 새로운 문화 공간이 생겼다. @강사랑
전통시장은 대개 비슷한 풍경을 자아낸다.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과 가게 안팎을 분주하게 오가는 상인들,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와 크고 작은 소리가 뒤섞인 시장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노원구 공릉동도깨비시장에는 익숙한 전통시장 풍경과는 조금 다른, 이색적인 문화공간이 들어섰다. 노원구는 공릉동 도깨비시장 안에 커피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를 조성하고 2월 4일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2월 5일부터 공식 개관한다.
그러나 최근 서울 노원구 공릉동도깨비시장에는 익숙한 전통시장 풍경과는 조금 다른, 이색적인 문화공간이 들어섰다. 노원구는 공릉동 도깨비시장 안에 커피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를 조성하고 2월 4일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2월 5일부터 공식 개관한다.

시장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면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강사랑
공릉동도깨비시장 상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면 수동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 ‘말베르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와 금속, 도자기로 제작된 다양한 수동 커피 그라인더가 전시된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의 오래된 가정집이나 작은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2층의 상설전시관과 카페, 3층의 기획전시관을 합쳐 약 1,100여 점의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만나볼 수 있어 그야말로 ‘수동 커피그라인더의 성지’라 할 만하다.
2층의 상설전시관과 카페, 3층의 기획전시관을 합쳐 약 1,100여 점의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만나볼 수 있어 그야말로 ‘수동 커피그라인더의 성지’라 할 만하다.
전시관 이름 ‘말베르크(Mahlwerk)’는 독일어로 ‘분쇄 장치’를 뜻하는 단어로, 그라인더의 본질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말베르크’를 이끄는 이승재 관장은 독일에서 약 20년간 거주하며 유럽의 커피 문화를 몸소 체득했다. 전시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수동 커피 그라인더는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하나하나 수집한 것이다.
“커피 그라인더를 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유럽 어디든 찾아다녔어요. 20세기 초반 대량생산된 제품은 물론, 1700년대 제작된 희귀품도 수집했습니다. ‘말베르크’는 저의 오랜 수집과 연구의 결실이기도 해요.”
이승재 관장은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일상 속 생활 공예품으로 바라본다. 커피 산업의 재배·로스팅·유통이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것과 달리, ‘분쇄’만큼은 오랫동안 가정에서 개인이 직접 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커피 그라인더는 사용자의 기호와 취향이 스며든 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됐다. 현재 말베르크에는 손때와 마모,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수동 커피 그라인더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한때 누군가의 부엌에서 매일 사용되던 생활 공예품들이다.
‘말베르크’를 이끄는 이승재 관장은 독일에서 약 20년간 거주하며 유럽의 커피 문화를 몸소 체득했다. 전시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수동 커피 그라인더는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하나하나 수집한 것이다.
“커피 그라인더를 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유럽 어디든 찾아다녔어요. 20세기 초반 대량생산된 제품은 물론, 1700년대 제작된 희귀품도 수집했습니다. ‘말베르크’는 저의 오랜 수집과 연구의 결실이기도 해요.”
이승재 관장은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일상 속 생활 공예품으로 바라본다. 커피 산업의 재배·로스팅·유통이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것과 달리, ‘분쇄’만큼은 오랫동안 가정에서 개인이 직접 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커피 그라인더는 사용자의 기호와 취향이 스며든 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됐다. 현재 말베르크에는 손때와 마모,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수동 커피 그라인더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한때 누군가의 부엌에서 매일 사용되던 생활 공예품들이다.

‘말베르크’를 이끄는 이승재 관장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수동 커피 그라인더 수집가다. ©강사랑
이러한 인식은 전시관의 입지 선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말베르크’가 특정 문화 지구가 아니라 생활의 현장 한가운데에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이 관장은 2022년까지 서울 중구에서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을 운영했으나, 공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원구로부터 이전 제안을 받았다. 이후 전시관의 성격을 고려한 끝에 공릉동도깨비시장이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경춘선 공릉숲길 일대를 중심으로 ‘커피’를 로컬 브랜드로 삼은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말베르크’는 커피 문화를 매개로 지역 상권과 주민들의 일상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장은 2022년까지 서울 중구에서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을 운영했으나, 공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원구로부터 이전 제안을 받았다. 이후 전시관의 성격을 고려한 끝에 공릉동도깨비시장이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경춘선 공릉숲길 일대를 중심으로 ‘커피’를 로컬 브랜드로 삼은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말베르크’는 커피 문화를 매개로 지역 상권과 주민들의 일상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시는 수동 커피 그라인더의 역사와 진화 그리고 지역과 문화의 맥락을 함께 엮어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성됐다.
상설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1600년대 중반의 절구 형태 분쇄 도구다. 아직 ‘커피용’이라기보다는 향신료나 약초를 빻던 절구와 유사한 모습이다. 그러나 1600년대 후반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분쇄추 개념이 등장하면서 커피 전용 분쇄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1700~1800년대에는 벽걸이형 그라인더가 등장했는데, 드릴 모양의 날이 커피를 강하게 압착해 가는 방식으로 주로 벽에 고정해 사용했다. 재질과 구조에서 장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유럽 수공예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상설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1600년대 중반의 절구 형태 분쇄 도구다. 아직 ‘커피용’이라기보다는 향신료나 약초를 빻던 절구와 유사한 모습이다. 그러나 1600년대 후반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분쇄추 개념이 등장하면서 커피 전용 분쇄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1700~1800년대에는 벽걸이형 그라인더가 등장했는데, 드릴 모양의 날이 커피를 강하게 압착해 가는 방식으로 주로 벽에 고정해 사용했다. 재질과 구조에서 장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유럽 수공예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1910년대 벽걸이형 도자기 그라인더는 미적 측면에서 한층 돋보인다. 이 시기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는 그라인더도 예뻤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등장하면서, 독일의 도자기 명가들이 외형을 제작해 그라인더 회사에 공급했고, 그 결과 장식성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이 탄생했다. 당시 신문 광고와 함께 전시된 그라인더는 커피 그라인더가 이미 소비자의 취향과 미감을 반영한 상품이었음을 보여준다.
전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유물 가운데 하나는 1939년에 제작된 황동 커피 그라인더다. 외형 전체가 황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제작 연도 역시 기기 표면에 직접 새겨져 있다. 이 그라인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용된 포탄과 탄피를 녹여 만든 것으로, 제작자는 여기에 분명한 메시지를 담았다. “전쟁은 끝났고, 이제 커피를 마시는 평화의 시대가 왔다.” 그라인더 하나에 시대의 상처와 회복의 의미가 동시에 깃들어 있는 셈이다.

전쟁 후 평화의 시대를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1939년에 제작된 황동 커피 그라인더 ©강사랑
전시장 중앙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단독으로 선보이는 1819년 제작 그라인더는 결혼 예물이다. 신랑과 신부의 이름과 결혼 날짜가 새겨져 있으며, 장식 문양 하나하나에도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그라인더에는 ‘사랑의 선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를 통해 커피 그라인더가 한때 귀중한 혼수품이자 한 가정의 출발을 기념하는 상징적 물건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결혼 예물로 쓰인 1819년 제작 그라인더로, 별칭은 ‘사랑의 선물’이다. ©강사랑
전시장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수동 커피 그라인더 컬렉션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독일 레나츠(Lehnartz)사가 제작한 커피 그라인더 시리즈 전체를 소장한 사례로, 2011년 기네스에 공식 등재됐다. 이 컬렉션은 원 소장자가 2005년 사망한 뒤 유족이 수집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수집가들에게 공개됐고, 당시 수집가로 참여한 이승재 관장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소장하게 됐다. 개별 물건의 집합을 넘어 오랜 전통과 역사적 맥락을 함께 보존한 수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밖에도 시대·지역·소재·용도에 따라 다양한 수동 커피 그라인더를 만나볼 수 있다.
말베르크 전시관이 관람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낯선 ‘수집 문화’의 즐거움과 가치를 전하고 있다. 둘째, 커피 소비가 일상이 된 오늘, 커피가 어떻게 진화해 왔고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함께 느껴보자는 제안이다.
이 관장은 말베르크가 “전통시장이라는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유럽 커피 문화 350년의 기록”으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말베르크가 “전통시장이라는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유럽 커피 문화 350년의 기록”으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옛 유럽의 상점에서 쓰인 대형 수동 그라인더도 여럿 선보인다. ©강사랑
‘말베르크’에서는 전시 해설 투어를 비롯해 커피 그라인더 DIY 체험, 핸드드립 수업, 커피 문화 관련 강좌 등도 준비하고 있다. 주요 관람 대상은 중장년층이지만, 향후 2030세대와 어린이·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추가해 관람층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좀 더 자세한 내용과 프로그램 공지는 노원구청 누리집과 전시관 안내를 통해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2층 상설전시관은 무료이고, 3층 기획전시관 관람료는 대인 4,000원이지만 카페 이용을 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수동 커피 그라인더 ©강사랑
누군가는 커피를 즐기기 위해 또 누군가는 수동 그라인더의 구조나 디자인에 끌려 이곳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베르크’의 진짜 가치는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이곳은 커피를 그리고 수동 그라인더를 아끼고 사랑해 온 이들의 오랜 기억이 응축된 공간이다. 손때 묻은 낡은 손잡이에 자꾸만 시선이 머문다. 어쩌면 커피보다 더 진하고, 더 씁쓸하며, 더 황홀했을 인생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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