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일광장에 설치된 벤치 ©조수연
- 곡선 모양의 벤치로 디자인을 살렸다. ©조수연
피하던 골목이 어떻게 머무는 공간이 됐을까? 거리 디자인 개선 사례 모음
발행일 2026.01.22. 14:22

담배 연기가 가득했던 강남역 골목이 도시경관 개선사업을 통해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조수연
① 담배 연기 가득했던 골목이 디자인 거리로 '강냄대로 랜드마크 거리'
강남역 11번 출구 앞 작은 골목. 이 골목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던 곳으로, 담배 연기와 침, 쓰레기 등으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강남대로에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통로였지만 담배 연기만 자욱했고, 시민들은 이를 피해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경관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2024 강남대로 랜드마크 거리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약 1년간의 사업 끝에, 지난해 3월부터 이른바 ‘강남역 토끼굴’로 불리던 공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민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경관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2024 강남대로 랜드마크 거리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약 1년간의 사업 끝에, 지난해 3월부터 이른바 ‘강남역 토끼굴’로 불리던 공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민을 맞이하고 있다.

토끼 조형물이 어두운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조수연
초록 식물로 뒤덮인 외벽과 숲속을 뛰노는 토끼 조형물이 어두운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스마트 CCTV 안내 문구와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가 쾌적한 공간을 만들었다. 더 이상 피해야 할 통로가 아니라, 잠시 눈길을 주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매년 ‘도시경관 개선사업’을 통해 도시 곳곳의 일상 공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자치구 공모 방식으로 추진해 온 이 사업은, 2023년 발표한 ‘디자인서울 2.0’ 전략을 바탕으로 지역의 개성과 주민의 이용 방식을 반영한 공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매년 ‘도시경관 개선사업’을 통해 도시 곳곳의 일상 공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자치구 공모 방식으로 추진해 온 이 사업은, 2023년 발표한 ‘디자인서울 2.0’ 전략을 바탕으로 지역의 개성과 주민의 이용 방식을 반영한 공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남역에 적용된 도시경관 개선사업 현장 ©조수연
최근 강동구에서는 '학원거리 명일광장' 조성과 '고덕천 라운지' 조성이 완료됐다. 담배 연기와 혼잡으로 외면받던 학원가 광장은 숲과 쉼의 공간으로 바뀌었고, 활용도가 낮았던 고덕천 교량 하부는 머물 수 있는 수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변화가 일어난 두 공간을 찾아가, 도시경관 개선사업으로 달라진 강동의 일상을 살펴봤다.
강동구 학원거리 명일광장. 좁은 보행로와 주정차를 없애고 공원을 조성했다. ©조수연
② 지나쳤던 학원 거리가 이제는 앉아 쉬는 ‘명일광장’으로
강동구 명일동 학원가 한가운데에 위치한 명일광장은 그동안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던 공간이었다. 학원과 학교가 밀집한 지역 중심에 위치했지만, 좁은 보행로와 불법 주정차, 빽빽한 수목 때문에 어둡고 답답한 분위기였다. 흡연과 비행 문제도 따라붙었다.
하지만 지금의 명일광장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보행로는 넓어졌고, 시야를 가리던 요소들은 정리됐다.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벤치에 앉아 쉬는 학생과 주민들이 눈에 띈다. 예전처럼 급히 지나치기보다는, 잠시 멈춰 머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공간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숨어들 틈이 사라지자, 흡연과 무단 주정차가 줄었고, 대신 친구를 기다리거나 잠깐 쉬어가는 공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시설을 새로 놓았기 때문이라기보다 ‘여기서 무엇을 해도 괜찮은지’가 분명해진 덕분이다.
이 변화 뒤에는 꽤 긴 조율 과정이 있었다. 학교와 학부모, 주민, 학원 관계자의 의견이 엇갈리며 공사가 잠시 멈추기도 했다. 그만큼 이 공간이 지역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의 명일광장은 그런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 변화 뒤에는 꽤 긴 조율 과정이 있었다. 학교와 학부모, 주민, 학원 관계자의 의견이 엇갈리며 공사가 잠시 멈추기도 했다. 그만큼 이 공간이 지역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의 명일광장은 그런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③ 버려진 공간의 놀라운 변화, ‘고덕천 라운지’
<b>고덕천교 아래 공간</b>은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과도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거나, 산책 중 잠시 통과하는 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교량 아래라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어둡고 소음이 컸고, 오래 머물 만한 이유도, 여건도 부족했다.

고덕대교 아래에 조성된 '고덕천 라운지' ©조수연
하지만 지금의 고덕천 라운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계단형으로 이어진 데크에는 자연스럽게 앉아 쉬는 사람들이 있고, 러닝을 마친 뒤 스트레칭을 하거나 숨을 고르는 모습도 눈에 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이용자들도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이곳은 더 이상 빠르게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라, 속도를 잠시 늦추는 장소가 됐다. ☞ [관련 기사] 달리다 쉬어가세요…다리 아래 '고덕천 라운지' 조성
교량 아래라는 물리적 조건은 그대로지만, 공간의 쓰임은 분명히 달라졌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동선이 정리되면서 서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벤치와 쉼터가 놓이자 ‘잠깐 멈춤’이 가능한 공간이 됐다. 색감과 조명, 안내 사인이 더해지면서 이곳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는 메시지도 분명해졌다.
인상적인 점은 이 공간이 특정한 이용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을 해도 되고, 앉아서 쉬기만 해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강 쪽을 바라보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고덕천 라운지는 무엇을 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어떻게 있어도 괜찮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 대신, 개방감과 방향성이 더해지면서 고덕천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단절됐던 공간이 다시 이어지자, 고덕천 라운지는 길이면서 동시에 목적지가 됐다. 즉, 공간의 변화는 ‘얼마나 새로워졌는가’보다 ‘어떻게 쓰이기 시작했는가’에 가까워졌다.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 대신, 개방감과 방향성이 더해지면서 고덕천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단절됐던 공간이 다시 이어지자, 고덕천 라운지는 길이면서 동시에 목적지가 됐다. 즉, 공간의 변화는 ‘얼마나 새로워졌는가’보다 ‘어떻게 쓰이기 시작했는가’에 가까워졌다.
명일광장과 고덕천 라운지는 도시경관 개선사업이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바꾸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로 인식되던 장소를 지우거나 밀어내는 대신,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 결과 피하던 공간은 머무는 공간이 됐고, 지나치던 길은 일상의 일부로 다시 자리 잡았다.

고덕천 라운지 입구. 해당 공간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조수연
도시의 변화는 거창한 랜드마크에서만 시작되는 게 아니다. 담배 연기를 피해 고개를 돌리던 골목, 쓸모 없던 교량 아래 공간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도시경관 개선사업은 그렇게 시민의 시선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며, 하루의 풍경을 조금씩 달라지게 만들고 있다. 서울의 일상 공간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해갈지, 그 변화의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강냄대로 랜드마크 거리
○ 위치 : 지하철 2호선·수인분당선 강남역 11번 출구
명일광장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47-11
○ 교통 : 지하철 5호선 고덕역 4번 출구에서 183m
○ 교통 : 지하철 5호선 고덕역 4번 출구에서 183m
고덕천 라운지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491번지 고덕천교 인근(올림픽대로 고가 하부)
○ 교통 : 지하철 5호선 강일역 1번 출구에서 도보 40분
○ 교통 : 지하철 5호선 강일역 1번 출구에서 도보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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