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더 촘촘해진 어르신 돌봄 '서울시 스마트 안부확인'

박한슬 작가

발행일 2025.12.11. 15:22

수정일 2025.12.11. 16:53

조회 140

박한슬 작가의 숫자로 보는 서울 이야기
1인 가구 800만 시대, AI 기술로 돌봄을 잇다
  14화  단절된 도시를 잇는 AI의 힘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랐다. 맞벌이하는 부모님께서 삶을 바쁘게 보내셔서다. 그래서인지 독거노인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 왠지 조금 더 찡한 마음이 든다. 증손주 재롱 동영상 보는 재미에 빠진 할머니야 안부 전화를 자주 받으신다지만, 1인 가구로 외롭게 나이 들어 가는 노인들은 안부 전화는커녕 생존 확인조차 늦게 되어 고독사 상태로 발견되는 일이 흔해서다.

단순한 감상으로 치부하기엔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이 훨씬 더 냉혹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804만 5,000가구로 집계됐다. 전년(782만 9,000가구) 대비 2.8% 증가한 규모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36.1%니, 대략 세 집 건너 한 집은 혼자 산다는 얘기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60세 이상 인구 중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수가 300만 명에 달한단 점이다. 고독이 특정인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노년의 삶에 보편적인 일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다고 이들 노인이 대면 복지서비스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가 직접 어르신을 찾아가 안부를 묻는 일은 생각보다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2024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를 기준으로 방문요양 급여는 1회 3시간에 약 5만 5,000원 수준이다. 매일 안부를 묻기 위해 사람을 보낸다면 월 16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발생하니, 24시간 밀착 돌봄은 재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이 직접 가서 챙기는 따뜻한 돌봄은 이상적일지 몰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새로운 대안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서울시가 주목하는 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최근 발전 중인 인공지능 기술을 노인 돌봄에 응용하자는 것이다.
서울시가 AI 기술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를 추진한다.
서울시가 AI 기술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를 추진한다.

서울시가 만든 ‘디지털 동행’

물론 기술만으로 인간의 온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닿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는 보완기능을 수행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를 살펴보자.

안부확인 시스템은 크게 두 단계로 작동한다. 첫 번째 단계는 '비활동(Inactivity) 감지'다. 서울시의 '똑똑안부확인'이나 'AI안부든든' 서비스는 대상자의 집 안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전력 사용량, 조도, 문 열림 여부 등의 생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평소라면 밥을 짓거나 TV를 켜야 할 시간에 전력 사용량이 0에 수렴하거나, 며칠째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 식의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는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 쓰러져 방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낼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이다.
똑똑안부확인 서비스 작동 방식 (출처: 서울시복지재단 누리집)
똑똑안부확인 서비스 작동 방식 (출처: 서울시복지재단 누리집)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도입된 두 번째 단계인 '능동적 소통'이다. 기존의 서비스가 기계적으로 생존 여부만을 타전했다면, 새로 도입되는 '양방향 AI 안부확인'은 대상자가 원할 때 언제든 AI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었다. 혹자는 기계와의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다르다.

AI 돌봄 로봇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기계와 정서적 교감을 나눈 독거노인들의 우울감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특히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실제로 대화 기능을 매일 수시로 사용하는 노인 비율이 58.8%로 가장 높아, 노인 당사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걸로 나타났다. AI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주는 '디지털 말벗'으로서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용이 과다하게 드는 것 아니냔 우려가 들 수도 있지만, 실제 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서울시의 2025년도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 사업 예산은 7억 9,400만 원이며, 지원 대상은 고립 위험가구 2만 8,000가구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가구당 연간 투입 비용은 약 2만 8,357원, 한 달로 치면 고작 2,300원 꼴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365일 24시간 작동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반면, 이 안전망이 뚫려 고독사가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막대하다. 서울시 자치구별 조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에만 1인당 약 80만 원에서 많게는 160만 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된다. 여기에 시신 수습과 주거지 특수 청소, 행정 처리에 드는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면 그 격차는 수백 배로 벌어진다. 결국 월 2,300원의 예산은 단순한 복지 비용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시스템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지불하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사회적 보험료'인 셈이다.
서울 AI 동행버스에서 돌봄 로봇을 체험해보는 시민
서울 AI 동행버스에서 돌봄 로봇을 체험해보는 시민

짜증도, 귀찮음도 없는 돌봄제공자 로봇

기술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비단 금전적인 효율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돌봄 현장에서 기술은 인간보다 훨씬 더 예의 바른 돌봄제공자가 되어준다. 노인들이 자녀나 복지사에게 먼저 연락하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폐를 끼친다는 부채감 때문이다. 바쁜 자녀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일은 눈치가 보이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복지사를 부르는 일은 미안함이 앞선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기계는 피로를 느끼지 않으며, 밤늦은 시간에 말을 걸어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감정이 없는 기계가 노인들의 '감정적 부담'을 가장 완벽하게 덜어주는 셈이다. 몇 번이나 물어본 기능을 또 물어도 화를 내지 않는 자녀가 얼마나 귀한가.

이는 돌봄을 제공하는 인력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의 돌봄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감정 노동으로 인한 소진(Burn-out) 위기에 처해 있다. 가족이라는 전통적 울타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단순 안부 확인과 같은 반복 업무를 AI에게 외주화하는 것은 반쯤 필수적 조치다. 인간 노동력은 AI가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나 깊이 있는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기술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센서가 감지하고 AI가 말을 걸어도, 결국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손을 잡아주는 것은 사람의 몫이어야 한다.
서울시의 이번 사업 계획을 뜯어보면, 이러한 역할 분담의 의도가 명확히 읽힌다. 서울시는 단순히 기계적 안부 확인에 그치지 않고, AI와의 통화가 종료된 후 상담이 필요한 경우 '외로움안녕 120' 센터로 즉시 연결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감지한 신호를 인간이 이어받아 해결하는 협업 모델이 행정적으로 구현된 사례다. 고독사라는 비극이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서로 간의 연결이 끊어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비극이라는 걸 인지하고 만들어진 ‘따뜻한 디지털’의 예시이자, 서울시의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사례다. 약자를 향하는 서울시의 노력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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