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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린 날, 정전의 엄숙하고 단정한 건축미와 하얀 눈의 조화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문청야 -
정전에는 19칸의 신실에 49위(왕 19위, 왕비 30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문청야 -
담담한 선과 기와의 정렬은 시간의 흐름을 멈추게 하는 듯하다. ©문청야
서울에 눈이 내린 날, 조선의 숨결 따라 종묘 한 바퀴
발행일 2025.12.11. 13:00
서울에 눈이 내린 날, 조선의 숨결 따라 종묘 한 바퀴 ©문청야
12월 4일 저녁,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다음 날 아침 9시 20분, 종묘의 문이 열렸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 너머로 101m 길이의 정전이 고요하게 서 있었다. 검붉은 기둥 스무 개가 일렬로 늘어선 그 앞에서,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이곳은 조선 왕실의 심장이었다. 왕보다 먼저 세워진, 나라의 정신이 머무는 곳. 600년 전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한 뒤 가장 먼저 지은 건물이 바로 이 종묘다. "국가의 사당은 궁궐보다 먼저 짓는다"는 유교의 원칙을 따라, 경복궁 좌측에 왕실 사당을, 우측에 사직단을 세웠다.
천원으로 만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하철 종로3가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외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입장료는 단돈 1,000원. 만 25세 미만이나 65세 이상은 무료다. 요즘 커피 한 잔 값이 5,000원을 훌쩍 넘는 시대에, 세계유산을 이 가격에 만날 수 있다니!
평일에는 국가유산청 해설사와 함께하는 시간제 관람으로 운영된다.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매 정시마다 총 8회. 약 1시간 동안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신도를 따라 재실, 전사청, 정전, 영녕전을 차례로 돌아본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자유 관람이 가능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연못 가운데 향나무, 뭉크의 절규를 닮았다
종묘에는 세 개의 연못이 있다. 그중 망묘루 앞 중지당에는 수백 년 된 향나무 한 그루가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제례를 상징하는 이 향나무는 수려하고 품격 있는 아름다움으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요한 수면에 비친 향나무의 반영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 혹자는 이 나무의 모습이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킨다고도 한다. 임금이 제사를 드리러 왔을 때 이 망묘루에서 준비하고 휴식하며, 연못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갈하게 가다듬었을 것이다. 화려한 화단 대신 향나무 한 그루. 이곳이 제례를 지내는 사당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정전에는 19칸의 신실에 49위(왕 19위, 왕비 30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조선을 이끈 성군들이 이곳에 자리했다. 20여 개의 검붉은 둥근 기둥이 길게 이어진 모습은 장엄하고 신비롭다. 첫눈이 내린 날, 정전의 엄숙하고 단정한 건축미와 하얀 눈의 조화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정전 서쪽의 영녕전에는 재위기간이 짧거나 치적이 비교적 적은 왕과 왕비 34위가 이곳에 모셔져 있다.
왕도 목욕재계하고 제사를 지냈다
재궁은 임금이 세자와 함께 제사를 준비하던 곳이다. 북쪽 어재실에는 임금이, 동쪽 세자재실에는 세자가 머물렀다. 서쪽에는 어목욕청이 있어 임금도 이곳에서 목욕재계했다. 정문으로 들어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후, 서문으로 나가 정전의 동문으로 들어가 제례를 올렸다. 아무리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라도, 조상 앞에서는 경건해야 했다.
전사청에서는 제례 음식을 준비했다. 'ㅁ'자 모양 건물의 마당에는 음식을 준비하던 돌절구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찬막단에서는 제사 음식을 검사했고, 성생위에서는 제물인 소·양·돼지를 검사했다. 제사용 우물인 제정도 전사청 동쪽에 자리한다.
한 번 보고 또 보고, 두 번 관람의 이유
첫 회 관람을 마치고도 아쉬워 다시 표를 끊어 2회 관람까지 했다. 한 번 보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재궁에서 정전으로 가는 사잇길의 나무는 눈옷을 소복소복 입어 하얗게 빛났고, 북한산은 병풍처럼 종묘를 둘러쳤다.
종묘는 1963년 사적 제125호로, 1985년 정전은 국보 제227호로 지정됐다.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신전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았다. 지금도 매년 5월 첫째 일요일과 11월 첫째 토요일에 종묘대제가 봉행된다.
겨울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매주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연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모든 관람객이 무료다.
첫눈 내린 종묘는 특별했다. 하지만 어느 계절에 가도, 이곳은 서울 한복판에서 600년 전 조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천원의 행복, 종묘에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이곳은 조선 왕실의 심장이었다. 왕보다 먼저 세워진, 나라의 정신이 머무는 곳. 600년 전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한 뒤 가장 먼저 지은 건물이 바로 이 종묘다. "국가의 사당은 궁궐보다 먼저 짓는다"는 유교의 원칙을 따라, 경복궁 좌측에 왕실 사당을, 우측에 사직단을 세웠다.
천원으로 만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하철 종로3가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외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입장료는 단돈 1,000원. 만 25세 미만이나 65세 이상은 무료다. 요즘 커피 한 잔 값이 5,000원을 훌쩍 넘는 시대에, 세계유산을 이 가격에 만날 수 있다니!
평일에는 국가유산청 해설사와 함께하는 시간제 관람으로 운영된다.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매 정시마다 총 8회. 약 1시간 동안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신도를 따라 재실, 전사청, 정전, 영녕전을 차례로 돌아본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자유 관람이 가능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연못 가운데 향나무, 뭉크의 절규를 닮았다
종묘에는 세 개의 연못이 있다. 그중 망묘루 앞 중지당에는 수백 년 된 향나무 한 그루가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제례를 상징하는 이 향나무는 수려하고 품격 있는 아름다움으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요한 수면에 비친 향나무의 반영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 혹자는 이 나무의 모습이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킨다고도 한다. 임금이 제사를 드리러 왔을 때 이 망묘루에서 준비하고 휴식하며, 연못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갈하게 가다듬었을 것이다. 화려한 화단 대신 향나무 한 그루. 이곳이 제례를 지내는 사당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정전에는 19칸의 신실에 49위(왕 19위, 왕비 30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조선을 이끈 성군들이 이곳에 자리했다. 20여 개의 검붉은 둥근 기둥이 길게 이어진 모습은 장엄하고 신비롭다. 첫눈이 내린 날, 정전의 엄숙하고 단정한 건축미와 하얀 눈의 조화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정전 서쪽의 영녕전에는 재위기간이 짧거나 치적이 비교적 적은 왕과 왕비 34위가 이곳에 모셔져 있다.
왕도 목욕재계하고 제사를 지냈다
재궁은 임금이 세자와 함께 제사를 준비하던 곳이다. 북쪽 어재실에는 임금이, 동쪽 세자재실에는 세자가 머물렀다. 서쪽에는 어목욕청이 있어 임금도 이곳에서 목욕재계했다. 정문으로 들어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후, 서문으로 나가 정전의 동문으로 들어가 제례를 올렸다. 아무리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라도, 조상 앞에서는 경건해야 했다.
전사청에서는 제례 음식을 준비했다. 'ㅁ'자 모양 건물의 마당에는 음식을 준비하던 돌절구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찬막단에서는 제사 음식을 검사했고, 성생위에서는 제물인 소·양·돼지를 검사했다. 제사용 우물인 제정도 전사청 동쪽에 자리한다.
한 번 보고 또 보고, 두 번 관람의 이유
첫 회 관람을 마치고도 아쉬워 다시 표를 끊어 2회 관람까지 했다. 한 번 보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재궁에서 정전으로 가는 사잇길의 나무는 눈옷을 소복소복 입어 하얗게 빛났고, 북한산은 병풍처럼 종묘를 둘러쳤다.
종묘는 1963년 사적 제125호로, 1985년 정전은 국보 제227호로 지정됐다.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신전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았다. 지금도 매년 5월 첫째 일요일과 11월 첫째 토요일에 종묘대제가 봉행된다.
겨울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매주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연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모든 관람객이 무료다.
첫눈 내린 종묘는 특별했다. 하지만 어느 계절에 가도, 이곳은 서울 한복판에서 600년 전 조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천원의 행복, 종묘에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종묘 담장 너머 고목에 하얀 눈이 쌓여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문청야

망묘루 앞 중지당에는 수백 년 된 향나무 한 그루가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청야

입장료 1,000원에 만나는 세계유산 종묘 ©문청야

600년 전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한 뒤 가장 먼저 지은 건물이 바로 이 종묘다. ©문청야

전사청에서는 제례 음식을 준비했다. 'ㅁ'자 모양 건물의 마당에는 음식을 준비하던 돌절구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찬막단에서는 제사 음식을 검사했다. ©문청야

눈 덮인 겨울 종묘, 고요한 전통 한옥의 품격과 자연의 평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문청야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종묘, 전통 담장과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고즈넉한 풍경 ©문청야

눈꽃처럼 소복이 쌓인 소나무 가지와 고즈넉한 종묘의 한옥 지붕, 겨울이 선사하는 고요한 아름다움 ©문청야

종묘 제례에서 향과 제기(제사용 기구)를 보관하고 준비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향대청, 전통 한옥 특유의 단아한 구조와 아늑한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 ©문청야

정전 입구 동문에서 마주한 두 지붕, 고전미를 살린 곡선과 단아한 선들이 겨울 햇살 아래 조화를 이루는 순간 ©문청야

서로 다른 계절이 만나는 이 순간, 자연은 찬란함과 고요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문청야

큰 길 위에서 한 번 더 뒤돌아본 순간,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펼쳐질 길이 고요하게 맞닿다. ©문청야
종묘
○ 위치 : 서울 종로구 종로 157
○ 교통 :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11번 출구, 3 5호선 종로3개역 8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관람일시
- 일반관람일 : 토·일, 공휴일, 매달 마지막 수요일 2월~5월, 9월~10월 09:00~18:00(입장마감 17:00), 6월~8월 09:00~18:30(입장마감 17:30), 11월~1월 09:00~17:30(입장마감 16:30)
- 시간제 관람일 : 월·수·목·금요일 10~2월 09:20, 10:20,11:20, 12:20, 13:20 14:20, 15:20, 16:20, 3~9월의 경우 16:40 추가
○ 휴관일 : 매주 화요일
○ 누리집
○ 교통 :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11번 출구, 3 5호선 종로3개역 8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관람일시
- 일반관람일 : 토·일, 공휴일, 매달 마지막 수요일 2월~5월, 9월~10월 09:00~18:00(입장마감 17:00), 6월~8월 09:00~18:30(입장마감 17:30), 11월~1월 09:00~17:30(입장마감 16:30)
- 시간제 관람일 : 월·수·목·금요일 10~2월 09:20, 10:20,11:20, 12:20, 13:20 14:20, 15:20, 16:20, 3~9월의 경우 16:40 추가
○ 휴관일 : 매주 화요일
○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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