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단풍이 가장 고울 때, 종묘부터 4대 궁궐까지 무료로 즐겨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5.11.03. 14:33

수정일 2025.11.03. 14:53

조회 7,877

궁궐과 종묘 등은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기간 동안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다. ©이선미
궁궐과 종묘 등은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기간 동안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다. ©이선미
예년에 비해 조금 늦은 단풍 소식에 오히려 단풍이 더 보고 싶어진다. ‘서울관광데이터’에 의하면 시민과 여행자들이 꼽은 서울 가을 명소로 '고궁'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특히 11월 9일까지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기간 동안에는 서울 4대 궁궐종묘, 조선왕릉(전국 18곳) 등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SNS에서 반응 뜨거운 '서울 가을 명소' BEST 10…1위는?

① 종묘 단풍 명소 - 정전 가는 길, 은행나무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종묘를 찾았다. 초입의 연못에도 가을빛이 물들었다. 하늘은 네모지고 땅은 둥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으로 조성한 연못들이다.
종묘에 있는 세 연못 가운데 신도 왼쪽에 자리한 하지당(下池塘) ©이선미
종묘에 있는 세 연못 가운데 신도 왼쪽에 자리한 하지당(下池塘) ©이선미
신로 너머 맞은편 망묘루 앞에는 하지당에 비해 규모도 크고 더 엄숙해보이는 중지당이 그림처럼 깊어보인다. 임금이 제사를 드리러 왔을 때 준비하고 휴식하는 누각인 망묘루 앞에 조성한 중지당은 제를 앞두고 마음을 정갈하게 가다듬는 공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향나무가 오래된 둥근 섬 너머로 망묘루가 보인다. ©이선미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향나무가 오래된 둥근 섬 너머로 망묘루가 보인다. ©이선미
종묘에서 가장 눈부시게 단풍이 물드는 곳은 재궁에서 정전 사잇길인데 지금 재궁이 일부 공사 중이어서 올해는 그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정전 가는 길 은행나무가 환하게 길을 비춰주었다.
  • 정전 가는 길 은행나무 ©이선미
    정전 가는 길 은행나무 ©이선미
  • 영녕전에서 정전으로 들어가는 길에도 점점 단풍이 물들고 있다. ©이선미
    영녕전에서 정전으로 들어가는 길에도 점점 단풍이 물들고 있다. ©이선미
  • 정전 가는 길 은행나무 ©이선미
  • 영녕전에서 정전으로 들어가는 길에도 점점 단풍이 물들고 있다. ©이선미
악공청을 지나 오르막길을 걸을 때 오래된 숲이 고요했다.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시민들은 사진을 많이 찍었다. 종묘사직을 어깨에 짊어진 임금들이 이 고갯길을 지날 때 바라봤을 북한산 보현봉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안내를 보고 있다. ©이선미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안내를 보고 있다. ©이선미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길목, 북한산 보현봉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선미
창경궁으로 넘어가는 길목, 북한산 보현봉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선미

② 덕수궁 단풍 명소 - 준명당 단풍나무, 즉조당 회잎나무

정동길 단풍이 한창인 데 반해 덕수궁은 아직 일러 보였다. 공사 중인 카페 아래 연못을 따라 걸었다. 돌담 옆에 놓인 벤치에 앉아 쉬거나 대화 중인 이들도 많았다. 공사 때문에 조금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연못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란 어리연꽃이 피었던 연못에는 잎만 가득했다.
덕수궁 연못에도 호젓한 가을이 찾아왔다. ©이선미
덕수궁 연못에도 호젓한 가을이 찾아왔다. ©이선미
석어당 앞 살구나무는 어느새 잎이 많이 졌다. 봄날 그토록 환하게 피어주었던 꽃과 나뭇잎이 금세 추억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멋진 풍경이었다.
타오르듯 붉은 단풍 사이로 준명당이 보인다. ©이선미
타오르듯 붉은 단풍 사이로 준명당이 보인다. ©이선미
가장 멋진 단풍은 준명당 앞에서 타오르듯 물들었다. 대한제국 시절에 외국 사신을 접견한 곳으로 고종황제가 막내딸 덕혜옹주를 위해 유치원으로도 사용한 곳이다. 그 기억의 자리에서 지난 ‘가을 궁중문화축전’에서는 ‘준명당 어린이 학교’가 열리기도 했다.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즐거워하는 이들을 보니 마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준명당 단풍 너머로 중화전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선미
준명당 단풍 너머로 중화전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선미
즉조당 뒷마당의 회잎나무도 멋진 포인트가 되었다. 붉게 타오르는 이 나뭇잎은 얼핏 화살나무처럼 보이지만 코르크 날개가 달리지 않아서 구분할 수 있다. 지금 궁궐마다 이토록 붉게 물든 나무는 대부분 화살나무이거나 회잎나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두 나무는 유전적으로도 별 차이가 없어서 헷갈려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싸리나무도 노랗게 물드니 더욱 분위기가 좋았다.
시민들이 회잎나무 잎과 싸리나무 사이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시민들이 회잎나무 잎과 싸리나무 사이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③ 창경궁 단풍 명소 - 춘당지

창경궁에서는 춘당지로 향하는 발길이 많았다. 원래 춘당지는 임금이 농사를 장려하며 직접 체험하기 위한 논이 있던 권농장이었다. 1909년 일제가 창경궁을 유원지로 개조하면서 위쪽에 있는 연못과 합쳐 큰 연못을 만들고 춘당지라고 불렀다. 춘당지 위로 케이블카가 오갔다고 한다.
춘당지 윗길 산책로 ©이선미
춘당지 윗길 산책로 ©이선미
춘당지 윗길을 걸으며 내려다본 건너편. 단풍빛  나무 사이로 백송의 자태가 고고해 보인다. ©이선미
춘당지 윗길을 걸으며 내려다본 건너편. 단풍빛 나무 사이로 백송의 자태가 고고해 보인다. ©이선미
춘당지와 어우러진 단풍 ©이선미
춘당지와 어우러진 단풍 ©이선미
창경궁은 언제 가도 꽃을 볼 수 있다. 대온실에서도 그렇지만 온실 앞에 따로 계절마다 우리 꽃을 가꾸는 꽃밭이 있다. 통명전 연지를 건너 열매가 붉게 익어가는 백당나무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창덕궁으로 향했다.

④ 창덕궁 단풍 명소 - 책고의 은행나무

창덕궁은 무료 개방이라 함양문을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게 좋았다. “와, 그냥 들어가면 된다고? 너무 좋은데!” 다들 깜짝 선물을 받은 듯 반가워 했다. 후원은 예약이 빛의 속도로 마감돼 버리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후원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수많은 것이 있어서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다. 
후원 들어가는 초입이 환하다. ©이선미
후원 들어가는 초입이 환하다. ©이선미
봄날 꽃이 흐드러지던 승화루 아래 매화나무와 성정각 살구나무 등은 아직 물들지 않았다.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니 순식간에 단풍이 들지도 모르겠다. 
희정당 마당, 붉게 물든 회잎나무가 시선을 끌었다. ©이선미
희정당 마당, 붉게 물든 회잎나무가 시선을 끌었다. ©이선미
인정전을 지나 궐내각사 깊숙이 책고의 은행나무를 보러 열심히 걸었다. ‘책고’를 사이에 두고 심어진 두 그루 은행나무가 저마다 다른 빛깔이었다. 금천 바로 옆 은행나무는 벌써 노랗게 물들어 지고 있는데, 책고 앞 마당에는 아직 푸른 나무가 있었다.
  • 궐내각사 책고에서는 두 그루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궐내각사 책고에서는 두 그루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책고 앞 마당에는 아직 푸른 은행나무가 있었다. ©이선미
    책고 앞 마당에는 아직 푸른 은행나무가 있었다. ©이선미
  • 궐내각사 책고에서는 두 그루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책고 앞 마당에는 아직 푸른 은행나무가 있었다. ©이선미

⑤ 경복궁 단풍 명소 - 자경전, 건춘문

경복궁 향원지의 단풍은 어느 정도 물들었을까 설레며 걸었다. 간밤에 느닷없이 번개가 치고 비가 살짝 내려서 하늘의 구름이 참 좋았다. SNS 언급량이 다른 궁궐에 비해 현저히 많은 경복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멋진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경회루는 아직 추색이 물들지 않았다. ©이선미
경회루는 아직 추색이 물들지 않았다. ©이선미
향원지에는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대곤 했다. 어느새 바람결에 낙엽이 나부꼈다. 백로 한 마리가 향원지 곳곳에서 모델이 되어주었다. 앉아 있다가 날아가 또 다른 곳에 앉아서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하듯 서 있었다.
  • 향원지에 가면 늘 백로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향원지에 가면 늘 백로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향원지 주변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돌의자가 놓여 있다. ©이선미
    향원지 주변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돌의자가 놓여 있다. ©이선미
  • 향원지에 가면 늘 백로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향원지 주변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돌의자가 놓여 있다. ©이선미
꽃담을 배경으로 가을빛이 더욱 멋진 자경전을 지나 건춘문 쪽으로 향했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마치 축제라도 열린 것 같았다. 단체 여행객들과 시민들이 은행나무의 너른 품 아래서 마음껏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꽃담을 배경으로 가을빛이 더욱 멋진 자경전 ©이선미
꽃담을 배경으로 가을빛이 더욱 멋진 자경전 ©이선미
노랗게 물든 건춘문 앞 은행나무 아래는 축제 같았다. ©이선미
노랗게 물든 건춘문 앞 은행나무 아래는 축제 같았다. ©이선미
궁궐을 즐기는 방법은 여럿이다. 오래된 숨결을 느끼며 우리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즐거움이다. 선조들의 자취는 좋든 싫든 전해주는 바가 있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풍경을 즐기는 것이다. 사시사철 다른 표정으로 만날 수 있는 궁궐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더욱이 이 가을날에는 궁궐에 단풍이 물들고 있다. 똑같은 수종이 군락을 이룬 곳이 아니어서 보물찾기 하듯 곳곳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즐거운 궁궐 나들이다. 
11월 9일까지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기간에 궁궐을 무료 입장할 수 있는 데다가, 단풍까지 절정을 이룰 예정이니, 이 좋은 시기를 놓치지 말자. 11월부터 동절기에 접어들어 시간도 조정되었으니, 궁궐마다 휴무일과 입장 마감 시간은 꼭 확인하도록 하자.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기간 서울 4대 궁과 종묘 무료 개방

○ 기간 : 10월 29일~11월 9일
○ 무료 개방 장소 : 서울 4대 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및 조선왕릉(전국 18곳)
관람시간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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