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뷰티웰니스 100선’에서 찾은 나만의 쉼 코스, 정동·명동 일대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5.12.12. 14:29

수정일 2025.12.12. 14:29

조회 137

눈 내린 명동성당 풍경. 명동성당도 '서울 뷰티웰니스 100선' 중 한 곳이다. ©이선미
눈 내린 명동성당 풍경. 명동성당도 '서울 뷰티웰니스 100선' 중 한 곳이다. ©이선미
지난 10월 ‘서울 뷰티웰니스 관광 100선’이 선정되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서울의 일상’을 주제로 서울만의 매력적인 관광지를 새롭게 발굴하는 데 목적을 둔 100선은 서울 속 ‘쉼, 맛, 멋’ 문화를 아우르며 구성되었다. ☞ [관련 기사] 서울의 쉼·맛·멋에 반할지니! '뷰티웰니스 관광 100선' 공개

그 가운데 ‘쉼’의 목록에는 몸의 긴장을 풀고 한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많은 곳이 소개되었다. 마음이 더 깊이 쉴 수 있는,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들도 여럿이었다. 첫눈이 내리는 겨울의 초입에 그 가운데 몇 곳을 찾아보았다.

① 정동길 언덕 길, 정동제일교회

올 가을 뒤늦은 단풍이 더 절절하게 반가워 정동길은 정말 인산인해였다. 그 길의 중심에 ‘정동제일교회’가 있었다. 늘 지나다니면서도 안으로 들어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뷰티웰니스 100선’ 소식을 들은 후 지나가다가 우연히 밖에 관계자를 만나 물어보았다. “혹시 들어가도 되나요?” 오히려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요. 언제든 좋아요. 개관 시간 안에만 오면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도 안내받을 수 있고 예배당에도 들어갈 수 있어요.
1885년 세워진 벧엘예배당은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선미
1885년 세워진 벧엘예배당은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선미
환대의 자세가 참 고맙고 좋았다. 교회 앞마당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니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 앞에 봉사자가 있었다. 그가 대략적인 소개를 해주고는 벧엘예배당을 보겠느냐고 물었다. 너무나 당연히 보고 싶었다. 겉모습만으로도 설레는 곳인데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했다. 그가 앞장서 닫혀 있던 벧예배당 문을 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겠지만 무려 140년 전 문을 연 역사 깊은 예배당이었다.
  • 140년 전 문을 연 역사 깊은 벧엘예배당 내부 ©이선미
    140년 전 문을 연 역사 깊은 벧엘예배당 내부 ©이선미
  •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 앞에서 만난 봉사자가 벧엘예방당 문을 열고 안내해 주었다. ©이선미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 앞에서 만난 봉사자가 벧엘예방당 문을 열고 안내해 주었다. ©이선미
  • 140년 전 문을 연 역사 깊은 벧엘예배당 내부 ©이선미
  •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 앞에서 만난 봉사자가 벧엘예방당 문을 열고 안내해 주었다. ©이선미
“그런데 파이프오르간을 실제 연주할 수 있나요?” 보통 성당이나 교회에서 본 것과 달리 벧엘예배당에는 제대의 중심에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어서 무척 독특해 보였다.
“물론이에요. 예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지요.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려면 바람을 만들어내는 송풍기관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바로 뒤에 공간이 있지요. 유관순과 그 동료들이 그곳에서 태극기를 만들고 독립선언서를 등사했다는 얘기도 있답니다.”

1977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벧엘예배당에서는 결혼식도 거행된다. 꼭 신자가 아니어도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의미있는 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예식이 될 것 같았다.
파이프오르간 송풍실에서 유관순과 그 친구들이 독립선언서를 등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선미
파이프오르간 송풍실에서 유관순과 그 친구들이 독립선언서를 등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선미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에서도 새로운 발견과 감동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교회이자 감리교 교회를 세운 선교사가 아펜젤러 목사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가 서해바다에서 선박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몰랐다. 지금 양화진 묘원에 있는 묘지가 가묘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겨우 마흔서넛 젊은 나이에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1885년 그가 세운 배재학당은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선미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선미
  •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에서 만난 정동제일교회 백년사 ©이선미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에서 만난 정동제일교회 백년사 ©이선미
  •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에서 우리나라 근대사를 엿볼 수 있다. ©이선미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에서 우리나라 근대사를 엿볼 수 있다. ©이선미
  •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에서 만난 정동제일교회 백년사 ©이선미
  • 정동제일교회 역사기념관에서 우리나라 근대사를 엿볼 수 있다. ©이선미
“이곳은 늘 문이 열려 있어요. 보시는 것처럼 편히 쉬어갈 수도 있어요. 언제든 오셔도 좋습니다.”

‘쉴만한 물가’라는 공간은 말 그대로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게공간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는데 요일마다 운용하는 시간이 다르다. 구체적인 사항은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선미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선미

② 로마네스크 양식과 우리 전통을 동시에!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서울 한복판, 덕수궁과 시청 인근에 있는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은 이미 열린 공간이어서 많은 시민들과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문이 늘 열려 있었던 까닭에 ‘6월 민주항쟁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마당에 예쁜 트리가 장식돼 있다. ©이선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마당에 예쁜 트리가 장식돼 있다. ©이선미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에 들어서자 황금빛 모자이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좀처럼 보기 드문 황금빛 모자이크 제단화가 낯설지만 어떤 경외를 느끼게 했다. 고요한 성당 안에 깊이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황금빛 모자이크 제단화가 경외를 느끼게 했다. ©이선미
황금빛 모자이크 제단화가 경외를 느끼게 했다. ©이선미
파이프오르간이 장엄하다. ©이선미
파이프오르간이 장엄하다. ©이선미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안에서는 이곳의 역사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어렵사리 성당이 건축된 과정과 한국전쟁 당시 주교가 납치되고 사제와 수녀가 목숨을 잃은 수난사도 있었다. 고요한 성당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당시 희생된 사제와 수도자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제와 수도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선미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제와 수도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선미

③ 첫눈 온 날, 명동성당

명동성당에서 첫눈을 맞았다. 명동 한복판이어서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명성당을 찾았다. 눈이 쏟아지자 모두가 축제처럼 흥겨워졌다. 
명동성당에서 첫눈을 맞았다. ©이선미
명동성당에서 첫눈을 맞았다. ©이선미
명동대성당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으로 약현성당에 이어 고딕양식으로는 두 번째로 지어졌다. 그 옛날 ‘명례방’이 있었던 언덕에 지어진 이래 우리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을 지나 10여 년 재단장한 뒤 더욱 사랑 받고 있다.
격동의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롭게 조성된 명동성당은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선미
격동의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롭게 조성된 명동성당은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선미
명동성당 뒤로 들어서면 넓은 공간에 편안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 누구든 오가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 공간에서 바라보는 곳에는 지하소성당이 있는데 여기에 순교자들의 유해가 있어서 신자들은 더욱 조심스럽게 기도하는 곳이다.
소성당이 있는 뒤쪽 밤 풍경 ©이선미
소성당이 있는 뒤쪽 밤 풍경 ©이선미

④ ‘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

생각해 보니 세 곳의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죽음'에 대한 기억과 기념을 만났다. 그런데 딜쿠샤에서는 그 기억에 더 쐐기를 박아주었다. 가을 깊은 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고 싶었는데 이미 잎이 다 진 후였다.
‘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 ©이선미
‘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 ©이선미
지금 딜쿠샤에서는 <독립, 일상에서 지킨 염원>이라는 작은 전시가 진행 중이다. 내년 6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딜쿠샤의 앨버트와 그의 한국 생활을 도왔던 김주사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딜쿠샤 앞 은행나무의 멋진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전시에서 더 의미 있는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딜쿠샤와 은행나무 앞에 서 있는 김주사’ 사진도 있고, 그 김주사의 외손자인 서양화가 민정기 작가가 할아버지와 딜쿠샤를 멋있게 복원해 놓은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앨버트와 김주사를 이어준 어떤 인연, <독립, 일상에서 지킨 염원>이 전시 중이다. ©이선미
앨버트와 김주사를 이어준 어떤 인연, <독립, 일상에서 지킨 염원>이 전시 중이다. ©이선미
  • 김주사의 외손자가 그린 ‘1926년 이전 딜쿠샤와 은행나무 앞의 김주사’와 옛 사진 ©이선미
    김주사의 외손자가 그린 ‘1926년 이전 딜쿠샤와 은행나무 앞의 김주사’와 옛 사진 ©이선미
  • 김주사의 외손자가 그린 ‘1926년 이전 딜쿠샤와 은행나무 앞의 김주사’와 옛 사진 ©이선미
    김주사의 외손자가 그린 ‘1926년 이전 딜쿠샤와 은행나무 앞의 김주사’와 옛 사진 ©이선미
  • 김주사의 외손자가 그린 ‘1926년 이전 딜쿠샤와 은행나무 앞의 김주사’와 옛 사진 ©이선미
  • 김주사의 외손자가 그린 ‘1926년 이전 딜쿠샤와 은행나무 앞의 김주사’와 옛 사진 ©이선미
전시는 꽤 묘한 인연을 발견했다. AP통신 특파원으로 3.1운동과 고종의 국장, 제암리 학살 사건과 독립운동가의 재판 등을 취재해 해외로 타전했던 앨버트는 3.1만세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막 태어난 아들의 침대에 감췄다. 그리고 김주사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태극기를 감춘 천장 아래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진 공간이 바로 ‘잠드는 곳’이었다. 전시실에 설치된 작은 침대는 이 우연과 ‘잠드는 곳’에 대한 생각을 돕는다. 

이제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영원히 잠들었다. 한 해가 저무는 시간에 ‘잠듦’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도 괜찮았다. 앨버트와 김주사의 삶을 이어주는 재미있고 뭉클한 발견이었다. 
딜쿠샤에 뷰티웰니스 100선 안내책자가 비치돼 있다. ©이선미
딜쿠샤에 뷰티웰니스 100선 안내책자가 비치돼 있다. ©이선미
‘쉼’은 흔히 ‘나를 만나는 시간’을 목적으로 한다. 나를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무척 중요한 일이다. 번잡함 속에서도 그 만남은 가능하지만 좀 더 도움이 되는 공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 공간들을 일부러 찾아가 정말 제대로 ‘쉬고’ 제대로 힘을 얻어 긴 겨울을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다. ‘서울 뷰티웰니스 관광 100선’ 덕분에 좋은 쉼을 누렸다.

정동제일교회

○ 위치 : 서울시 중구 정동길 46 정동교회 >
○ 교통 : 지하철1·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404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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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 위치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21길 15
○ 교통 :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3번 출구에서 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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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 위치 : 서울시 중구 명동길 74
○ 교통 :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12번 출구에서 56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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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2길 17
○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해설 프로그램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통해 사전예약 후 이용
○ 입장료 : 무료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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