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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숲에는 무수한 석물들이 고대의 유물처럼 흩어져 있다. ⓒ이선미 -
잣나무 숲 속 무수한 석물들 ⓒ이선미
수국 보러 갔다가 역사공부까지! '초안산'과 '낙성대공원'
발행일 2025.06.30. 08:52
① 과거가 현재에 이어지는 초안산 수국동산
초안산에 처음 간 것은 내시무덤군 때문이었다.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이나 저명한 인물들의 무덤은 알려져 있지만, 내시들의 무덤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초안산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무덤의 자취를 보며 조선 왕조 오백 년 동안 나라를 이끌어온 임금과 정승들 이외에 궁궐에서 헌신한 내시와 상궁 등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초안산에는 산책로에 오래된 석물들이 자연 속에 흩어져 있다. ⓒ이선미
노원구 월계동과 도봉구 창동 등에 걸쳐있는 서울 초안산 분묘군은 조선 시대의 공동묘지로 2002년에 사적 제440호로 지정되었다. 양반부터 서민까지 다양한 계층의 무덤 1,000기 이상이 있는데, 그 가운데 내시들의 묘도 많아서 흔히 '내시 무덤'으로 알려져 있었다.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의 분묘와 석물들은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선미
처음 갔을 때도 그랬지만 초안산 곳곳에서 무덤의 자취를 만나게 되었다. 석물들은 방치된 상태로 풍화되어 가고, 흙 속에서 얼핏 드러나기도 한다. ‘상궁 개성박씨묘’가 있는 잣나무힐링숲에도 다양한 계층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석물들이 고대의 유물처럼 흩어져 있다. 잣나무숲 아래 곳곳의 석물들 사이를 걷는 것은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사색의 길이었다.

‘상궁 개성박씨묘’가 있는 잣나무힐링숲ⓒ이선미
지금은 맨발로 걸어도 편안할 만큼 등산로가 잘 관리되고 있었다. 살짝 더운 날이었지만 초안산을 오르내리는 시민들이 꽤 많았다. 무너진 봉분 앞에 문인상 석물이 서 있는 길에 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초안산은 맨발로 걷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선미

수국동산에서는 초안산 분묘군과 비석골 공원이 곧바로 이어진다. ⓒ이선미
최근 초안산 주변이 정비되고 아름답게 꾸며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숲속 작은도서관부터 가드닝센터도 문을 열고, 지난해에는 초안산 수국동산도 조성되었다. 버려진 땅을 정비해 더 의미있게 태어난 곳이었다. 입구도 말끔하게 단장된 수국동산에는 비 내린 후 맑은 대기 속 수국이 아름다웠다. 많은 시민들이 수국을 즐기고 있었다.
곳곳에 수국과 잘 어우러지는 포토존도 만들어놓아서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모두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환한 수국 사이에서 표정들이 참 밝았다.
의외로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동산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중심구역이 아니어도 아직 개화를 기다리는 많은 수국이 넓게 준비중이었다. 수국은 지금 한창 피고 있지만 7월까지도 꽃구경은 충분히 할 수 있다. 품종에 따라서 아예 7월이나 8월에 피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국동산 위쪽에는 왕벚나무 아래 조성된 ‘숲속 피크닉장’이 있었다. 나무그늘 아래 평상과 테이블을 놓아 시민들이 가장 편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 바로 곁에는 ‘맨발 황톳길’도 만들어 많은 시민들이 황톳길을 걸었다.

왕벚나무 아래 조성한 숲속 피크닉장은 정말 편안한 휴식공간이었다.ⓒ이선미
그물놀이, 터널, 나무 구조물까지 갖춘 ‘숲놀이터’도 있다. 목재 소재로 만들어 더 자연과 잘 어울리는 놀이터였다.

피크닉장 안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숲놀이터도 만들어놓았다.ⓒ이선미
동산은 경사로로 조성하거나 무장애 데크길을 만들어 남녀노소 모두가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수국동산과 비석골 공원을 오가는 1.3km의 순환산책로에는 쉼터와 의자들도 많이 설치돼 있어서 쉬어가며 수국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크진 않지만 충분히 아름답게 조성된 공원이었다. 훼손되고 버려졌던 숲을 살려내 자연을 회복하고 시민들의 여가를 위해 초안산 힐링타운으로 거듭난 수국동산은 과거가 현재에 이어지는 의미도 깊은 곳이 되었다.
② ‘수국나무’가 낙성대공원에도 피었어요
강감찬 장군 사당이 있는 낙성대공원에도 수국나무가 피었다. 바로 큰길 가 버스정류장에 있어서 오가는 시민들이 누구나 꽃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낙성대공원은 큰길 바로 옆에 있어서 접근성이 더 좋은 곳이다.ⓒ이선미

낙성대공원에도 수국나무가 피었다.ⓒ이선미
무지개아치길에도 풍성하게 수국을 배치해 말 그대로 꽃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꽃길에 들어서서 시민들은 탐스러운 수국을 들여다보며 꽃과 함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곤 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꽃길을 즐기는 데는 부족하지 않았다.
수국길을 지나 올라가면 강감찬 장군 사당인 ‘안국사’로 이어진다. 햇빛 쨍쨍한 오후였지만 의외로 안국사를 찾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낙성대공원에는 강감찬 장군 사당 ‘안국사’가 있다.ⓒ이선미
알려진 것처럼 ‘낙성대’라는 이름은 강감찬이 태어날 때 큰 별이 그의 집으로 떨어졌다는 탄생 설화로부터 얻었다. 948년 고려에 태어난 장군은 반란과 가뭄에 시달리며 약 25년 동안이나 이어지던 거란(요나라)과의 전쟁을 귀주대첩에서 승리로 끝냈다. 귀주대첩은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대첩과 함께 3대 대첩으로 꼽히는데, 고려만이 아니라 조선 시대에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장군의 위업은 여전히 기려졌다.

안국사에서는 고려시대 복식의 강감찬 장군 영정을 만날 수 있다.ⓒ이선미
고즈넉한 안국사 마당에 단아한 삼층석탑이 서 있었다.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탑은 13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백성들이 공적을 기리며 장군 집터에 사리탑 형태로 세운 것이다. 나중에 석탑 앞면에 쓰인 ‘강감찬 낙성대’라는 글자로 장군을 기념하는 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안국사 삼층석탑은 백성들이 강감찬 장군의 공적을 기리며 세웠다고 한다.ⓒ이선미
낙성대공원 한복판에는 강감찬 장군의 기마상이 여전히 위용을 드러내고 장군의 생애와 귀주대첩 등 관련 전시를 볼 수 있는 기념관도 둘러볼 수 있다. 아래에는 낙성대공원 도서관과 강감찬카페도 있고 체육시설도 갖춰져 있어서 한 곳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는 공원이었다.

수국꽃밭 바로 아래에는 체육시설이 있다.ⓒ이선미
수국을 보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역사공부를 하게 되었다.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오래전 시간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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