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한 마리 몰다 자칫 큰 일…귀엽지만 조심하세요!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5.06.18. 15:02


도심에 종종 출몰하는 야생 너구리.
곽재식의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33) 유럽 전설엔 늑대 인간, 서울엔 너구리 인간?
여름철 유행하는 공포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괴물 중에 흡혈귀 즉 뱀파이어가 있다. 흡혈귀는 보통 때는 평범한 사람과 같은 모습이지만 어느 날 변신을 해서 본색을 드러내면 돌변하여 사람을 물려고 한다. 만약 흡혈귀에게 물리면 그 물린 사람도 흡혈귀가 된다. 옛 유럽 전설에서는 흡혈귀를 사악한 마귀의 일종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종교 단체 같은 곳에서 어떤 성스러운 의식을 하거나 성수를 뿌리면 흡혈귀를 내쫓을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늑대 인간 전설도 흡혈귀와 비슷한 형태가 많았다. 차이가 있다면 늑대 인간은 늑대 비슷한 사나운 겉모습으로 변신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가 덧붙는 정도다.
도대체 옛사람들은 이런 전설을 왜 만들었을까? 그저 밑도 끝도 없이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내 보겠다고 누구인가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창작된 이야기일까? 그러나 그렇다고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흡혈귀 전설이나 늑대 인간 전설이 설령 전해져 오는 내용 그대로 사실은 아니었다고 해도 적어도 그런 식으로 오해되거나 과장될 만한 실제 사건이 곳곳에서 공통으로 일어났던 것은 아닐까? 만약 흡혈귀 전설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 뿌리가 되어 탄생한 이야기라면 도대체 어떤 사건을 보고 옛사람들은 흡혈귀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내가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수병*이다. 동물에게 발생했을 때 흔히 광견병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恐水病 : 물을 무서워하는 병, 편집자 주)
광견병이라는 이름 때문에 광견병은 개에게만 생기는 병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 광견병은 굉장히 많은 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병이다. 새끼를 낳아서 젖을 먹여 기르는 동물들, 그러니까 포유류 동물들 중에는 쥐 종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광견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고양이가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소가 광견병에 걸린 사례도 여러 건 발견된 적이 있다. 굳이 광견병이 개의 병이라는 말이 돈 이유는 그와 같은 여러 동물들 중에서 과거에는 개가 사람에게 광견병을 옮길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일 뿐이다.
광견병은 광견병에 걸린 동물이 다른 동물을 입으로 물 때 그 바이러스가 건너가면서 감염된다. 그런데 광견병 바이러스는 동물의 신경을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몸 속에서 바이러스가 숫자를 불려 그 사람의 신경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면 신경계와 뇌가 파괴된다. 사람의 경우에도 뇌가 정상과는 다르게 활동하게 된다. 바로 그 덕분에 사람은 무엇인가에 씌인 듯 이상한 행동을 한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현상은 격렬한 분노감에 휩싸여 주변을 마구 공격하려고 드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신경을 망가뜨려 주변을 마구 공격하게 만드는 것은 광견병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일이다. 왜냐하면 분노감에 시달리는 동물이 주변을 공격하려고 하다가 다른 동물을 입으로 물면 광견병 바이러스는 그 틈에 또 그 물린 동물의 몸 속으로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광견병에 감염된 사람의 경우에는 뇌가 이상해지다 보니 특이하게도 물에 대해 큰 공포감을 갖게 되는 이상한 반응을 같이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견병이 사람에게 감염되었을 때 공수병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아마도 옛사람들은 공수병에 걸린 사람이 사납게 돌변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이 흡혈귀라는 마귀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고, 공수병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물었을 때 공수병의 전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흡혈귀에게 물리면 흡혈귀가 된다”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옛 사람들이 공수병에 걸린 사람이 물을 무서워 하는 증상을 보고 “역시 마귀이기 때문에 성수를 뿌리면 무서워한다”는 말을 만들었을 거라는 추측도 해 본다.
공수병은 지금도 증상이 본격적으로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치료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병이다. 그러니 원인도 대처 방법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병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옛날에는 이 병을 흡혈귀의 무서운 저주라고 과장할 만했다는 생각도 든다.
도대체 옛사람들은 이런 전설을 왜 만들었을까? 그저 밑도 끝도 없이 무서운 이야기를 지어내 보겠다고 누구인가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창작된 이야기일까? 그러나 그렇다고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흡혈귀 전설이나 늑대 인간 전설이 설령 전해져 오는 내용 그대로 사실은 아니었다고 해도 적어도 그런 식으로 오해되거나 과장될 만한 실제 사건이 곳곳에서 공통으로 일어났던 것은 아닐까? 만약 흡혈귀 전설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 뿌리가 되어 탄생한 이야기라면 도대체 어떤 사건을 보고 옛사람들은 흡혈귀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내가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수병*이다. 동물에게 발생했을 때 흔히 광견병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恐水病 : 물을 무서워하는 병, 편집자 주)
광견병이라는 이름 때문에 광견병은 개에게만 생기는 병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 광견병은 굉장히 많은 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병이다. 새끼를 낳아서 젖을 먹여 기르는 동물들, 그러니까 포유류 동물들 중에는 쥐 종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광견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고양이가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소가 광견병에 걸린 사례도 여러 건 발견된 적이 있다. 굳이 광견병이 개의 병이라는 말이 돈 이유는 그와 같은 여러 동물들 중에서 과거에는 개가 사람에게 광견병을 옮길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일 뿐이다.
광견병은 광견병에 걸린 동물이 다른 동물을 입으로 물 때 그 바이러스가 건너가면서 감염된다. 그런데 광견병 바이러스는 동물의 신경을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몸 속에서 바이러스가 숫자를 불려 그 사람의 신경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면 신경계와 뇌가 파괴된다. 사람의 경우에도 뇌가 정상과는 다르게 활동하게 된다. 바로 그 덕분에 사람은 무엇인가에 씌인 듯 이상한 행동을 한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현상은 격렬한 분노감에 휩싸여 주변을 마구 공격하려고 드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신경을 망가뜨려 주변을 마구 공격하게 만드는 것은 광견병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일이다. 왜냐하면 분노감에 시달리는 동물이 주변을 공격하려고 하다가 다른 동물을 입으로 물면 광견병 바이러스는 그 틈에 또 그 물린 동물의 몸 속으로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광견병에 감염된 사람의 경우에는 뇌가 이상해지다 보니 특이하게도 물에 대해 큰 공포감을 갖게 되는 이상한 반응을 같이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견병이 사람에게 감염되었을 때 공수병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아마도 옛사람들은 공수병에 걸린 사람이 사납게 돌변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이 흡혈귀라는 마귀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고, 공수병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물었을 때 공수병의 전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흡혈귀에게 물리면 흡혈귀가 된다”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옛 사람들이 공수병에 걸린 사람이 물을 무서워 하는 증상을 보고 “역시 마귀이기 때문에 성수를 뿌리면 무서워한다”는 말을 만들었을 거라는 추측도 해 본다.
공수병은 지금도 증상이 본격적으로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치료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병이다. 그러니 원인도 대처 방법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병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옛날에는 이 병을 흡혈귀의 무서운 저주라고 과장할 만했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 한국에서 광견병은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사실상 거의 사라진 병이 되었다. 사진은 예방접종 중인 반려견.
현대의 한국에서 광견병은 사실상 거의 사라진 병이 되었다. 특히 개를 통해서 광견병이 이루어지는 일은 옛일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극적으로 줄어 들었다. 사람이 키우는 개들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실시하게 되면서 광견병 바이러스가 자리 잡고 퍼져 나가지 못하는 백신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광견병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걱정거리가 있다면 사람이 돌보는 동물이 아니라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 사이에 퍼져 나가는 광견병 바이러스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동물은 바로 너구리다. 너구리는 잡식 동물로 현대의 한국 환경에 잘 적응하여 비교적 꾸준히 번성하고 있는 동물이다. 그러면서도 개과 동물로서 다른 동물을 물 수 있는 몸을 갖고 있기에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가 가축을 공격하거나 사람을 공격하여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3년에는 우연히도 광견병 바이러스를 갖고 있던 너구리에게 한 40대 남성이 물리는 바람에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었다. 21세기 들어 광견병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은 국내에서 매우 드문데 그 몇 안 되는 사례의 원인 중에 너구리가 끼어 있는 것이다.
너구리는 한국의 야생 동물 중에는 21세기의 도시 인근 환경에 비교적 적응하여 잘 살아남은 편에 속한다. 이미 30년 전부터 서울의 양재천 인근에 너구리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될 정도였다. 1990년대에 양재천 너구리는 인근 아파트 단지의 명물처럼 취급되어 주민들이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곤 했고 그 먹이를 너무 잘 받아먹은 너구리들이 비만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종종 너구리가 발견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서울 전역의 야산, 공원 등지에서 심심찮게 너구리가 출몰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관계 당국에서는 야생 너구리의 광견병 예방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너구리들이 사람처럼 보건소에 와서 스스로 백신을 맞을 리는 없으니 무엇인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미끼 예방약이라고 해서 먹으면 백신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을 너구리가 좋아할 만한 먹이에다 집어넣어 너구리가 나타날 만한 곳에 이리저리 뿌려 두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어묵과 같은 재질의 미끼를 만들어 그 속에 백신을 숨겨 놓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광견병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걱정거리가 있다면 사람이 돌보는 동물이 아니라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 사이에 퍼져 나가는 광견병 바이러스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동물은 바로 너구리다. 너구리는 잡식 동물로 현대의 한국 환경에 잘 적응하여 비교적 꾸준히 번성하고 있는 동물이다. 그러면서도 개과 동물로서 다른 동물을 물 수 있는 몸을 갖고 있기에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가 가축을 공격하거나 사람을 공격하여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3년에는 우연히도 광견병 바이러스를 갖고 있던 너구리에게 한 40대 남성이 물리는 바람에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었다. 21세기 들어 광견병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은 국내에서 매우 드문데 그 몇 안 되는 사례의 원인 중에 너구리가 끼어 있는 것이다.
너구리는 한국의 야생 동물 중에는 21세기의 도시 인근 환경에 비교적 적응하여 잘 살아남은 편에 속한다. 이미 30년 전부터 서울의 양재천 인근에 너구리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될 정도였다. 1990년대에 양재천 너구리는 인근 아파트 단지의 명물처럼 취급되어 주민들이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곤 했고 그 먹이를 너무 잘 받아먹은 너구리들이 비만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종종 너구리가 발견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서울 전역의 야산, 공원 등지에서 심심찮게 너구리가 출몰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관계 당국에서는 야생 너구리의 광견병 예방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너구리들이 사람처럼 보건소에 와서 스스로 백신을 맞을 리는 없으니 무엇인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미끼 예방약이라고 해서 먹으면 백신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을 너구리가 좋아할 만한 먹이에다 집어넣어 너구리가 나타날 만한 곳에 이리저리 뿌려 두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어묵과 같은 재질의 미끼를 만들어 그 속에 백신을 숨겨 놓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서울 주변 산을 중심으로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좋아할 만한 미끼로 광견병 예방약을 놓아둔다.
서울에서는 봄, 가을마다 한 번씩 산 주변을 중심으로 한 번에 수만 개 수준의 미끼 예방약을 뿌려 놓는다. 2025년에는 서울시에서 4월 1일부터 5월 15일에 걸쳐 4만 개의 미끼 예방약을 뿌려 두었다고 하므로 지금도 서울 각지에 미끼 예방약이 뿌려져 있을 것이다.
보통 미끼 예방약은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도록 칙칙한 색깔로 만들어 놓기는 하지만 혹시나 산길 주변을 가다가 묘하게 어묵 같은 냄새가 나는 이런 물체를 발견한다면 헤집거나 건드리지 말고 그냥 가만히 놓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너구리들이 지나가다가 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여러 노력이 성공하고 있는지 최근의 조사에서는 관찰 대상이 된 너구리의 몸에서 광견병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사례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통 미끼 예방약은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도록 칙칙한 색깔로 만들어 놓기는 하지만 혹시나 산길 주변을 가다가 묘하게 어묵 같은 냄새가 나는 이런 물체를 발견한다면 헤집거나 건드리지 말고 그냥 가만히 놓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너구리들이 지나가다가 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여러 노력이 성공하고 있는지 최근의 조사에서는 관찰 대상이 된 너구리의 몸에서 광견병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사례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광견병 미끼 예방약을 살포하는 지역(붉은색 선). 지난 봄에 4만 개를 뿌려 두었다.
의외로 너구리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흔한 동물은 아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라쿤(raccoon)이 너구리의 일종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라쿤은 개과 동물인 너구리와는 별 상관이 없는 동물이다. 라쿤은 개과도 아니고 습성도 너구리와 다른 점이 있다. 그저 얼굴 부분의 모습만 우연히 너구리와 좀 닮았을 뿐인 매우 다른 동물이다.
유럽,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에도 원래 너구리가 없었다. 요즘 유럽에 가끔 너구리가 출현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동아시아에서 사람들이 데려간 너구리가 잘못 퍼져 나가서 일부가 살고 있는 것뿐이다. 근래에는 일본너구리를 보통 너구리와 구분하여 별도의 종으로 보기도 하기 때문에 보통 너구리는 한국과 중국 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이 주류다.
그러니 별로 넓지도 않은 너구리가 사는 지역 중에서도 한국이야말로 너구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묘하게도 요즘 중국어로 너구리를 흔히 맥(貉)이라는 한자를 써서 표현하는데 고대에는 중국인들이 흔히 고구려인들을 “맥인(貉人)”이라고 부르곤 했다. 혹시 한국인의 상징을 너구리라고 생각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유럽,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에도 원래 너구리가 없었다. 요즘 유럽에 가끔 너구리가 출현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동아시아에서 사람들이 데려간 너구리가 잘못 퍼져 나가서 일부가 살고 있는 것뿐이다. 근래에는 일본너구리를 보통 너구리와 구분하여 별도의 종으로 보기도 하기 때문에 보통 너구리는 한국과 중국 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이 주류다.
그러니 별로 넓지도 않은 너구리가 사는 지역 중에서도 한국이야말로 너구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묘하게도 요즘 중국어로 너구리를 흔히 맥(貉)이라는 한자를 써서 표현하는데 고대에는 중국인들이 흔히 고구려인들을 “맥인(貉人)”이라고 부르곤 했다. 혹시 한국인의 상징을 너구리라고 생각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경기도 도심 아파트 인근에서 발견된 너구리들
지난 6월초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표한 '수도권 너구리 생태 현황 지도'라는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변의 너구리들을 유전자 분석을 해서 족보를 만들어보니 몇 가지 파벌로 나뉜다고 한다. 크게 보면 서울 서부 끝자락, 인천, 경기도 남서부에 사는 너구리들의 파벌이 있고, 그 밖의 서울 전체와 나머지 경기도 지역에 사는 파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특이하게도 두 파벌의 틈 사이에서 서울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의 좁은 지역에 사는 너구리들이 자기들만의 파벌을 이루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흔히 서울의 중심을 종로나 강남이라고들 하는데 너구리 입장에서 보면 서울 너구리들이 가장 특징적으로 모여 있는 중심지는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수도권의 순환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 때문에 너구리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태에서 대대로 너구리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눌러앉아 살다 보니 이런 특이한 파벌 관계가 나타난 것 같다고 한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서울의 너구리와 서울 시민들은 어느 정도는 부드럽게 공존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야생 동물을 보고 신기하고 귀엽다고 만지려고 하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사람에게도 위험하고 너구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그보다는 앞으로도 공존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과 과학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흔히 서울의 중심을 종로나 강남이라고들 하는데 너구리 입장에서 보면 서울 너구리들이 가장 특징적으로 모여 있는 중심지는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수도권의 순환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 때문에 너구리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태에서 대대로 너구리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눌러앉아 살다 보니 이런 특이한 파벌 관계가 나타난 것 같다고 한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서울의 너구리와 서울 시민들은 어느 정도는 부드럽게 공존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야생 동물을 보고 신기하고 귀엽다고 만지려고 하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사람에게도 위험하고 너구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그보다는 앞으로도 공존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과 과학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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