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커튼 뒤 미지의 세계로…DDP 최초 레이저아트 전시
발행일 2025.06.26. 14:48
DDP 레이저아트 전시 <이원공명>…7월 31일까지 무료 진행
빛과 소리로 오감을 깨우는 DDP 레이저 아트 전시 <이원공명(Resonance of Reality and Virtuality, 異元共鳴)> 현장 스케치 ©김아름
2021년 터키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이 총감독 겸 작가로 참여한 '서울 해몽Ⅱ(SEOUL HAEMONGⅡ)' 이후로 매년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 <서울라이트(SEOUL LIGHT)>나 2022년 DDP 뮤지엄 전시관에서 펼쳐진 기아(KIA)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몰입형 미디어 전시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생소했던 미디어 아트, 미디어 파사드와 같은 용어들이 점차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되기 시작했고, 가는 곳마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예술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마치 미지의 세계로 가는 관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최근 5년간 큰 규모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꾸준히 접함에도 매번 놀라게 되는데, 몰입형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전 방향 4D 사운드, 시네마틱 비디오, 인터랙티브 아트 등 예술에 다양하게 접목되는 최첨단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시도하는 사람들 덕분에 전시마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를 유영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최근 5년간 큰 규모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꾸준히 접함에도 매번 놀라게 되는데, 몰입형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전 방향 4D 사운드, 시네마틱 비디오, 인터랙티브 아트 등 예술에 다양하게 접목되는 최첨단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시도하는 사람들 덕분에 전시마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를 유영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DDP 최초로 선보인 레이저 아트 전시 <이원공명>
이번에는 '레이저 아트' 전시다.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레이저(Laser)는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빛이지만,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건 새롭다. 현재 DDP 디자인 랩 3층에서 4월 25일~7월 31일까지 10:00~20:00에 무료로 진행되고 있는 <이원공명(Resonance of Reality and Virtuality, 異元共鳴)> 전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암막 커튼을 살짝 걷어 어두운 공간에 조심스레 발을 디디면, 곳곳에 번뜩이는 빛과 상호작용을 하는 소리가 온몸을 휘감으면서 다양한 감각을 깨운다. 레이저 빛에 살짝 손을 대면 손가락 사이로 빛줄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빛에 반응하는 빠른 박자의 음향은 몰입감을 더했다. 레이저, 발광 큐브, 종 모양의 스피커, AI 등 다양한 오브젝트와 기술로 표현된 다섯 가지 주제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꽤 많은 장면을 연출했지만, 전시는 어느덧 끝을 향해 있다. 이대로 떠나기가 아쉬워 두 번 더 관람한 후에야 전시관을 나설 수가 있었다. ☞ [관련 기사] 5월 DDP '디자인 테마파크' 변신! 축제 가득…미디어전시까지
작품을 감상한 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원공명>을 연출한 윤제호 작가는 컴퓨터 작곡(전자음악)을 전공했지만,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이기도 한데 청각과 시각적인 부분을 동시에 다루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또한 인터렉션 사운드, 설치 사운드, 오디오 비주얼, 프로젝션 맵핑, 레이저 아트 등 다양한 기술 습득과 직업적 확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마침, 특별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작품을 감상한 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원공명>을 연출한 윤제호 작가는 컴퓨터 작곡(전자음악)을 전공했지만,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이기도 한데 청각과 시각적인 부분을 동시에 다루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또한 인터렉션 사운드, 설치 사운드, 오디오 비주얼, 프로젝션 맵핑, 레이저 아트 등 다양한 기술 습득과 직업적 확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마침, 특별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물 전경 ©김아름

DDP 어울림광장 전경 ©김아름

DDP 디자인랩 3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레이저 아트 전시 <이원공명>을 관람하는 시민들 ©김아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기를 겪은 작가가 AI를 활용해, 어린시절 그려 본 2025년의 미래를 구현한 영상 ©김아름

곳곳에 번뜩이는 빛과 상호작용을 하는 소리가 온몸을 휘감으면서 감각을 깨운다. ©김아름

천장에 매달린 종 모양의 스피커에 디지털 정보를 실은 레이저가 닿으면 이를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꿔 스피커를 울린다. ©김아름
전통 리듬과 현대 기술의 만남, 단 하루 열린 특별 공연
6월 13일 저녁에 진행된 <이원공명> 스페셜 퍼포먼스 & 토크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특별 공연답게 기존 전시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연희와 탈춤을 전공하고 김덕수 사물놀이패 수석 단원을 역임했던 소경진 연주자와 협업하여 전통 리듬과 현대 기술이 어우러진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다. 아티스트 토크에서 윤제호 작가는 '디지털 기술은 현대의 주술'이라고 표현했는데 '코드'라는 기호 마법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고, 사용자는 그 과정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체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복잡한 과정을 알지 못한 채 완전한 결과물로서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소경진 연주가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은 '과학자', 소경진 연주자는 '주술사'가 되어 디지털 아트와 전통이 결합해 하나의 큰 시너지가 되는 작업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날 하루만 진행되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을 시민들, 전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 도전 정신과 예술적 영감이 되어줄 '아티스트 토크' 내용을 간추려 보았다.
작가는 소경진 연주가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은 '과학자', 소경진 연주자는 '주술사'가 되어 디지털 아트와 전통이 결합해 하나의 큰 시너지가 되는 작업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날 하루만 진행되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을 시민들, 전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 도전 정신과 예술적 영감이 되어줄 '아티스트 토크' 내용을 간추려 보았다.

스페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윤제호 작가 ©김아름

윤제호 작가는 소경진 전통 타악 연주자와 함께 전통 리듬과 현대 기술이 교차하는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아름

소경진 연주가는 주술가라는 캐릭터로 연극 무대와 같은 공연을 선보였다. ©김아름

역동적인 레이저 아트 빛 속에서 나각, 장구, 북 등 다양한 전통 악기 연주와 사자춤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 소경진 연주자 ©김아름

점차 빨라지면서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장구 연주 ©김아름

전통 악기와 최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었다. ©김아름
작품에 대해 들어보는 '아티스트 토크' 시간
가장 궁금했던 청각과 시각을 넘나드는 작업의 연유에 대해 윤제호 작가는 초기부터 최근에 이르는 대표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전자음악을 전공한 작가는 '소리'에 대해 좀 더 감각적으로 풀어보고자 '비주얼'을 쓰게 되었고, 데이터를 이용해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고 한다. 이후 디지털 작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번 전시에서도 볼 수 있는 픽셀을 상징하는 큐브 오브젝트 작업이나 레이저 등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소리에 반응하는 비주얼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이후엔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화이트 큐브 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백화점, 호텔, 숲, 동계 청소년 올림픽 경기장 등 성격과 규모가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확장해 나갔다고 했다.
전자음악을 전공했지만, 레이저 아트와 같은 기술을 어떻게 배웠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작가가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들의 관심사가 '소리의 시각화'였는데 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은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했고, 관심 있는 부분들을 조금씩 경험을 통해 발전시켜 나갔다고 한다. 관심 분야를 파고드는 집요함과 시행착오, 끊임없는 노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윤제호 작가와 소경진 연주자가 협업한 지 10여 년이 되어 간다고 했다. 이날 접했던 특별 공연은 여러모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전통 악기와 최첨단 기술이 무척이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소경진 연주자는 전통예술이 직면한 어려움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 작업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기술과 오랜 전통예술은 서로 대척되는 면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기술적인 부분과 아날로그적인 것이 만났을 때의 매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예술이 동시대의 대안적인 부분에선 아직 힘들겠지만(전통 훼손으로 보는 관점으로 인해), 일정 부분을 수용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 같고요. 그러기 위해선 전통 예술가들이 기술을 이해하려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기술을 담당하는 기술자들도 예술에 대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더 좋은 공연 예술로 풀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경진 연주자에게서 전통 예술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개척자 정신을 엿볼 수가 있었다.
전자음악을 전공했지만, 레이저 아트와 같은 기술을 어떻게 배웠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작가가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들의 관심사가 '소리의 시각화'였는데 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은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했고, 관심 있는 부분들을 조금씩 경험을 통해 발전시켜 나갔다고 한다. 관심 분야를 파고드는 집요함과 시행착오, 끊임없는 노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윤제호 작가와 소경진 연주자가 협업한 지 10여 년이 되어 간다고 했다. 이날 접했던 특별 공연은 여러모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전통 악기와 최첨단 기술이 무척이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소경진 연주자는 전통예술이 직면한 어려움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 작업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기술과 오랜 전통예술은 서로 대척되는 면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기술적인 부분과 아날로그적인 것이 만났을 때의 매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예술이 동시대의 대안적인 부분에선 아직 힘들겠지만(전통 훼손으로 보는 관점으로 인해), 일정 부분을 수용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 같고요. 그러기 위해선 전통 예술가들이 기술을 이해하려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기술을 담당하는 기술자들도 예술에 대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더 좋은 공연 예술로 풀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경진 연주자에게서 전통 예술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개척자 정신을 엿볼 수가 있었다.

스페셜 퍼포먼스 후에는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됐다. ©김아름
전통과 현대의 양 끝점을 잇는 작업이라 협업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굳이 꼽으라면 윤제호 작가는 컴퓨터 음악을 하다 보니 지켜야 할 것들, 엄격한 코드, 정확성, 규칙과 같은 부분들 때문에 소경진 연주자의 멋진 연주와 퍼포먼스를 너무 기술로 옥죄지 않았나 싶었던 아쉬움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사물놀이를 볼 때면 큰 틀 안에 규칙이 있지만, 대개 즉흥성과 유연함, 자유분방함부터 떠올리기 때문이다. 소경진 연주자는 전통음악이 지닌 고유의 리듬이나 전통악기의 재료가 되는 동물의 가죽이나 오동나무, 소나무 등 자연이 가지고 있는 울림이 기계음과 섞여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각 소리의 특성을 이해하고, 오디오나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서로 조율해 가면서 아름다운 공연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 사물놀이에 사용되며 각각 천둥, 비, 구름, 바람의 소리로 여겨지는 꽹과리, 장구, 북, 징과 같은 악기의 연주를 의외의 장소에서 접하게 되어 반갑기도 했다. 소경진 연주자가 거듭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한국 문화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나 일상에서 전통 공연 등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미디어 아트처럼 디지털적 요소와 결합한 작품을 통해 전통에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미디어 아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서울디자인재단에서는 <이원공명>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가을과 겨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벽을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하는 '서울 라이트(SEOUL LIGHT)'는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번 여름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부에도 미디어 파사드(2025 서울 라이트 DDP 여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여름밤에 펼쳐질 빛의 향연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 사물놀이에 사용되며 각각 천둥, 비, 구름, 바람의 소리로 여겨지는 꽹과리, 장구, 북, 징과 같은 악기의 연주를 의외의 장소에서 접하게 되어 반갑기도 했다. 소경진 연주자가 거듭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한국 문화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나 일상에서 전통 공연 등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미디어 아트처럼 디지털적 요소와 결합한 작품을 통해 전통에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미디어 아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서울디자인재단에서는 <이원공명>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가을과 겨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벽을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하는 '서울 라이트(SEOUL LIGHT)'는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번 여름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부에도 미디어 파사드(2025 서울 라이트 DDP 여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여름밤에 펼쳐질 빛의 향연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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