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역사의 '광장시장'에서 보낸 소소하지만 특별한 하루

발행일 2025.06.11. 13:04

수정일 2025.06.11. 17:21

종로5가역 열차 정보 안내 모니터(행선안내기) ©이진형

전동 열차를 타고 종로5가역에 도착했다. 행선안내기 속 꼬마열차가 '종로5가'에 멈춰있다. 플립형 행선안내기가 철거되고 모니터형으로 변경되면서 직관적 아이콘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꼬마열차에 차량번호만 표기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종착역까지 병기되어 열차 이용에 실수가 없도록 했다. 하차 태그를 마친 사람들의 발길은 약국, 청계천, 전통시장, 두산아트센터에 가기 위해서 지하철역 출구로 분산된다.

화단을 조성하고 가꾸니 소화전이 더 눈에 띈다. ©이진형

거리의 조경 식물로 등장한 휴케라. 종로5가역 주변에서는 붉은 잎이 눈에 띄어 다가서니 식물 이름표가 있어 이름을 알게 되었다. '바위치'라고도 부르며, 잎의 색은 다양했다. 꽃이 피기 전에 잎부터 아름답다. 휴케라 주변에 둥근 측백이 자리잡은 곳도 있다.

서울 종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버스 정류장 ©이진형
노란풍선 시티버스 정류장과 공용이다. ©이진형

종로 08번 마을버스와 노란풍선 시티버스(전통문화 노선)가 경유하는 공용 정류장이다. 1호선을 이용하는 성균관대 통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위치다. 판매할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결정한 선택인 것 같은데 정류장 주변에는 빈 수레가 아닌 식물들로 가득하다.

우리은행 종로4가 금융센터 주차장 출입구 ©이진형
배 모양의 구조가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이진형

시장과 가깝게 있어 주민보다는 소상공인과의 거래가 많은 우리은행 종로4가 금융센터다. 100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는 지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 광장시장과 가까운 이 영업점은 1916년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테라코타 벽화가 영업점 정면에 조성되어 마치 미술관에 방문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설치물들은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광장시장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배 모양의 독특한 영업점 건축물과 영국의 지하철 튜브를 생각나게 하는 아치형 주차장 출입구 구조를 한 번은 보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 ©이진형
음식의 광장, 광장시장 입구부터 긴 대기줄이다. ©이진형
활기가 넘치는 광장시장 먹자골목 ©이진형

입맛은 SNS 채널을 타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글 간판은 몰라도 긴 대기줄을 보면 꼭 한 번은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렇게 맛보는 꽈배기와 호떡의 쫄깃함과 달콤함에 빠지며 광장시장 내부까지 활기가 이어진다. 전통시장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이 한 컷 사진과 함께 SNS 채널을 통해 알려지고 공유된다.

광장시장 한복전문점 입구에 진열된 고운 한복 ©이진형
옷감을 파는 매장의 틈새 전략 ©이진형

120년 전통의 서울 광장시장

일제시대 조선의 경제적 지배를 위해 1905년에 단행한 것은 화폐정리사업이다. 유통되는 백동화를 문제 삼아 일제가 원하는 통화 제도를 수립하며 조선의 경제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당장 자영업자와 상인이 타격을 입고 기반마저 흔들리자 뜻을 모아 조선의 자본으로 탄생시킨 최초의 상설시장(1905년~현재)이다.

명절이면 아이에게 입힐 한복이나 윤달이나 윤년에 맞춰 주머니가 없는 수의를 장만하기 위해 광장시장을 찾는다. 옷감이나 원단을 판매하는 매장 일부는 용도(음식 만들기, 곡물 보관)에 맞게 주머니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우주에서 가장 좋다며 품질을 약속하는 위생 행주 또는 가제손수건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겨울에 유리면에 부착했을 수제 안내문 ©이진형
광장시장 내 수입 구제 매장 입구를 알리는 간판 ©이진형
의류와 가방 그리고 모자를 취급하는 수입 구제 매장 ©이진형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중고 의류도 여전히 쓸만하다. ©이진형

가성비를 생각하고 찾아오는 광장시장 2층 수입 구제 매장이다. 바닥에 자리를 깔고 수북하게 옷들을 쌓아놓는 방식이 아닌 색상별, 품목별로 가지런히 진열해서 선택하기 좋다. 스팀다리미를 사용해 진열 상품을 관리하거나 진열 위치를 바꿔보는 오후 시간에 운동할 때 입기 적당한 반바지 하나를 장만했다. 적당한 흥정으로 버스비 정도 아낄 수 있다면 매장의 위치를 기억해 이번 구매가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남게 만드는 것도 좋겠다.

광장시장은 식당마다 떡볶이 가격도 다르니 메뉴판 확인이 필요하다. ©이진형

스타벅스 광장마켓 입구의 풍경이다. ©이진형

조금은 꾸덕꾸덕해 보이는 매운 양념은 떡볶이 먹기 좋을 때를 알렸다. 식당마다 메뉴는 비슷하다. 분식 가격이 예전 같지 않다. 조금 더 저렴하게 파는 식당을 찾다 보니 떡볶이 1인분 가격도 차이가 있음을 메뉴판 가격을 보면서 알게 된다. 접시에 적게 담아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가격에 알맞은 양이라 생각하니 뻔한 어묵 국물까지 맛있게 느껴진다.

전통시장은 젊은 소비층의 유입이 중요하다. 미래의 단골 고객 확보가 필요한 시기에 새로 문을 연 스타벅스 광장마켓점. 서울 경동시장에 이어 광장시장 중심에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스타벅스 광장마켓은 1층, 2층, 3층(루프탑) 매장 운영방식이 다르다. 1층은 가볍게 오늘의 커피나 콜드 브루 커피 또는 스낵을 선택해 포장해서 광장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포장 중심으로 운영한다. 휠체어 이용 고객에 한해 차를 마실 수 있는 좌석을 별도로 제공한다. 2층에서는 특화된 MD 상품을 판매한다. 현장 주문, 사이렌 오더를 통한 수령이 가능하다. 많은 좌석이 있는 층이다. 3층은 루프탑이다. 한글 간판 '광장시장' 배경은 멋진 포토존이 된다.

스타벅스 광장마켓점 내 벽면에 그려진 광장시장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이진형
스타벅스 광장마켓점은 창문을 통해 광장시장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좌석을 마련했다. ©이진형
스타벅스 광장마켓점 창가 좌석을 이용하는 사람들 ©이진형

3층 루프탑에도 테이블 좌석을 마련했다. ©이진형

광장시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88
○ 기본 운영일시 : 월~토요일 09:00~18:00, 매주 일요일 휴무
○ 교통 :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 8번 출구, 지하철 2호선, 5호선 을지로 4가역 4번 출구 100m
○ 구제상가 운영일시 : 월~토요일 10:00~19:00, 매주 일요일 휴뮤, 공휴일 정상영업
○ 먹자골목 운영일시 : 월~일요일 09:00~23:00, 연중무휴
○ 스타벅스 광장마켓점 운영일시 : 월~일요일 9:30~22:00, 연중무휴
○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