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혼밥탈출 뿌꾸미슐랭' 참여기(ft. 맛집 지도)

시민기자 장신자

발행일 2025.05.28. 13:00

수정일 2025.05.28. 16:34

조회 861

지난 24일 오전 10시, 강북구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열리는 ‘혼밥탈출 뿌꾸미슐랭’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평소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익숙했기에,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이 프로그램은 꽤 낯설면서도 묘한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몇몇 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도 있었고, 청년 참가자들도 보였다. 마치 새로운 반에 전학 온 듯한 기분이었다.

강의실 정면에는 큼지막한 화면이 띄워져 있었고, 강북구 1인가구지원센터의 담당자가 프로그램 취지부터 일정, 활동 방식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센터는 '모든 1인가구가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 공동체'를 비전으로 삼고 있으며, 이번 프로그램은 네트워크 및 공모사업 중 하나로,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골고루 참여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맛집탐방’이라는 가벼운 주제를 통해 관계 형성과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총 3회의 식사 미션을 수행하며, 회기마다 팀원들과 식당을 함께 방문해 식사하고, 미션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이라고 해도 복잡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숟가락 모아 찍기, 거울 셀카, 인생네컷 촬영, 맛집 후기를 기록하는 등의 활동이다. 일정 점수 이상을 달성하면 센터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는 떡 만들기 키트를 활용한 네트워킹도 이뤄졌다. 서로 어색했던 팀원들이 떡을 빚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트기 시작했고, 웃음도 터졌다. 기자는 ‘한식팀 미슐랭’이라는 팀명 아래 팀원들과 함께 향후 일정을 조율하고, 모임 계획표도 작성했다. '5월 31일, 6월 3일, 6월 14일 오후 12시 수유역 앞에서 모이자'는 계획이 빠르게 수립되었다. 역시 밥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활동의 실질적인 운영 방식도 명확했다. 팀원 5명이 모두 모여야 식비 지원이 가능하며, 1인당 1만 3,000원이 카드 결제로 지급된다. 식사 후엔 음식 사진, 단체 셀카, 미션 수행 사진 총 3장을 카카오톡 채널로 제출해야 한다. 영수증은 반드시 품목이 기재된 종이 영수증이어야 하며, 모임 리더가 지출 후 지급받는 방식이다. 기자도 팀 리더가 되어 이 절차를 직접 관리하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 회기에는 강북구 내 식당들을 돌아보며 직접 만든 ‘맛집탐방지도’를 완성하게 된다. 이 지도에는 우리가 다녀온 식당의 이름, 추천 메뉴, 음식의 특징, 별점, 한 줄 평 등이 들어간다. 나중에는 센터에 전시도 된다고 한다. "내가 밥을 먹은 경험이 지도로 남는다니,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활기찼다. 누군가는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했는데, 함께 먹을 약속이 있다는 게 기대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강북구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고맙다”고 했다. 1인가구가 일상 속에서 겪는 작지만 깊은 고립감을, ‘식사’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시도는 분명 의미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회의실을 나오며 생각했다. 식사는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혼밥이 익숙했던 기자에게 ‘함께 먹는 밥’은 새롭고 따뜻한 감각이었다.

‘혼밥탈출 뿌꾸미슐랭’은 단지 한 달간의 식사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조용한 다리가 되고 있었다. 혼자의 시간이 길었던 이들에게, 함께 밥을 먹는 경험은 분명히 삶의 맛을 더해주는 좋은 양념이 될 것이다.
강북구 1인가구지원센터 담당자가 '혼밥탈출 뿌꾸미슐랭'의 취지와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장신자
강북구 1인가구지원센터 담당자가 '혼밥탈출 뿌꾸미슐랭'의 취지와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장신자
강북구 1인가구지원센터의 운영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장신자
강북구 1인가구지원센터의 운영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장신자
음식은 단순한 조리가 아니라 사람 사이를 잇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장신자
음식은 단순한 조리가 아니라 사람 사이를 잇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장신자
떡 만들기 키트를 활용한 참여자들 간의 네트워킹 시간도 있었다. ©장신자
떡 만들기 키트를 활용한 참여자들 간의 네트워킹 시간도 있었다. ©장신자
서로 어색했던 팀원들이 떡을 빚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트기 시작했다. ©장신자
서로 어색했던 팀원들이 떡을 빚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트기 시작했다. ©장신자

강북구 1인가구지원센터

○ 위치 : 서울시 강북구 덕릉로28길 28 아르테가 수유역 오피스텔 2층
○ 교통 : 지하철 4호선 수유역 1번 출구에서 469m
강북구 가족센터 누리집
서울시 1인가구포털

시민기자 장신자

문화술과 취약계층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하며 소통하고,마음을 나누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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