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자신 있어도 창업은 어렵다고? 청년창업가를 위한 '프렙 아카데미'!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5.05.23. 13:19

수정일 2025.05.23. 13:19

조회 4,551

성수동에 있는 ‘프렙 아카데미’에서 외식 창업을 앞둔 교육생들이 '1차 소비자 품평회'를 진행 중이다.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에서 외식 창업을 앞둔 교육생들이 '1차 소비자 품평회'를 진행 중이다. ©김윤경
“와 이거 맛있다, 한입 더 먹고 싶네.”
“재료가 다 잘 어울리는데, 가격도 이 정도면 적당한 것 같아.”

나른한 봄날 오후, 성수동에 있는 ‘프렙 아카데미’에서는 외식 창업을 앞둔 교육생들의 ‘1차 소비자 품평회’가 시작됐다. 앞으로 서울 곳곳에서 맛보게 될 신메뉴들이라 더 기대됐다. 사무실에 모인 내·외부 평가단은 고심하며 빽빽한 설문지에 의견을 적었다. 위층 조리실에서는 교육생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들다가 마무리 되면 내려와 테이블에 시식품을 세팅했다.
'프렙 아카데미'가 있는 성수동 빌딩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가 있는 성수동 빌딩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함께한 실전형 외식 창업 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는 상‧하반기 외식업과 식음료, 베이커리 분야 창업 지망 청년(만19~39세 청년(의무복무 제대군인은 최대 42세)) 20명씩을 선발해 교육 및 자금 지원 등 종합적인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12주간 250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한다.
요리 준비를 마치고 테이블에 시식품이 차려졌다. ©김윤경
요리 준비를 마치고 테이블에 시식품이 차려졌다. ©김윤경
소비자 품평회는 예상보다 꼼꼼하게 진행됐다. 세 차례에 걸쳐 20명의 교육생 음식이 시식용 테이블에 세팅됐다. 평가단들은 줄을 서서 하나씩 받아들고 사진을 찍었다. 테이블에는 한입 크기의 시식용 음식이 놓여 있고, 옆에는 실제 판매하게 될 음식이 놓여 있었다. 또 메뉴 설명과 매장 콘셉트를 간단하게 꾸며 간접적으로 식당 분위기를 체감해볼 수 있었다.
음식마다 질문이 다른 설문지. 음식의 맛에 집중해서 의견을 적었다. ©김윤경
음식마다 질문이 다른 설문지. 음식의 맛에 집중해서 의견을 적었다. ©김윤경
설문은 형식적이지 않았다. 지금껏 많은 설문을 해봤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물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었다. 예를 들어 찌개라면 국물의 짠맛, 감칠맛, 진한 맛 등은 각각 어떤지, 내용물의 양과 식감은 알맞은지, 구매 의사가 있는지 등을 물었다. 또 메뉴 구성 및 가격, 포장 등에 관해서도 세세하게 질문했다.

교육생은 사전에 매장의 지역 및 콘셉트, 메뉴 가격, 고객층 등을 정한 후, 설문지에 기재해 놓았고, 평가단들은 그 정보를 참고해 개선점과 아이디어 등을 상세하게 적었다.

무엇보다 모두 다 맛있어서 개선점을 쓰기가 어려웠다. 평가단들은 물로 마셔가며 오감에 집중했다. 설문지는 교육생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듯 싶었다. 교육생들은 이번 ‘1차 소비자 품평회’ 통해 개선점을 보완해 ‘2차 소비자 품평회’를 열게 된다.
시식품 옆에는 완전한 한상의 메뉴를 구비해 놓았다. ©김윤경
시식품 옆에는 완전한 한상의 메뉴를 구비해 놓았다.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는 ‘Preparation Academy for Food Business’의 줄임말로, 청년 창업가 준비(prepare)를 앞서(precede) 지원하는 기관이란 소리다. 쉽게 말해 프렙은 ‘프리퍼레이션(준비)’, 즉 요리사들이 요리하기 전 과정을 의미한다. 이곳은 2021년 ‘상권혁신 아카데미’로 개소해 ‘골목창업학교’에서 지난해 ‘프렙 아카데미’로 변경했다.

열심히 한 만큼 성과도 좋았다. 1~7기 수료생 135명 중 81명이 창업에 성공했으며 창업생존율 91%, 교육 만족도 98.6%로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에는 두 번의 소비자 품평회를 진행하는데, 그 품평회 현장에 참여해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1차 소비자 품평회는 무려 4시간이 넘어서야 마무리가 됐다.

자신의 요리를 처음 선보이는 품평회, 오늘 1차 소비자 품평회를 준비한 교육생들은 어떤 심정일까. 또 ‘프렙 아카데미’는 특히 어떤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을까. 서울시 ‘프렙 아카데미’ 8기 교육생인 강동진 씨를 만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프렙 아카데미’ 8기 교육생 강동진 씨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8기 교육생 강동진 씨 ©김윤경

교육생 강동진 씨 "요리 창업에 필요한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아요"

“저는 스페인대학에서 요리를 공부했는데요. 처음에 ‘프렙 아카데미’에 지원하면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어요. 단지 한국 상황만 알게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정말 현재 시장 상황을 생생하게 가르쳐 주더라고요. 본인 사업체를 갖고 계신 강사님들이 실제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거든요. 무척 유익했어요. 프렙 아카데미가 성수동에 위치해 있어 주변에 힙한 매장을 다니며 수업 때 배운 내용이 적용된 사례를 보고 익힐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강동진(33세) 씨는 먼저 ‘프렙 아카데미’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곳의 좋은 점을 현장 중심 교육으로 꼽았다. 이곳에서는 실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됐단다. 특히 노무, 세무, 경영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핵심 내용을 짧은 시간 내에 알차게 배울 수 있는 점도 좋다고 했다.
강동진 씨가 품평회를 준비하며 요리를 하고 있다. ©김윤경
강동진 씨가 품평회를 준비하며 요리를 하고 있다. ©김윤경
그가 요식업을 하게 된 계기는 흥미로웠다. 원래 공대에 진학하려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다가 ‘내가 사랑에 빠진 물고기’라는 영어강의를 듣게 되었다고.
“강의를 보면 한 셰프가 생선 껍질에서 쓴맛을 느낀 게 나와요. 알고 보니 실제 바다에 중금속 등이 많이 쌓여 있고, 생선 껍질이 정수기 필터 같은 역할을 해 미세하게 쓴맛이 난다는 거죠. 셰프는 당시로는 낯설었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두고 요리 연구를 하죠. 요리만이 아닌 지구를 생각하다니 대단해 보였죠. 후에 그분이 고문으로 계신 스페인대학으로 갔어요.”

그는 강의를 듣고 감명을 받아 셰프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우선 식당 일부터 시작했다. 요리를 해본 적도, 주변에 요리하는 사람도, 대학에 가지 않은 친구도 없었지만, 이 길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하루 13시간을 넘게 일하면서 혼도 많이 났다. 월급도 적고 쉬지도 못했지만, 뿌듯했다. 그러다 저렴한 공간을 빌리게 되며 파스타를 팔게 됐다.

요리만 잘하면 잘 팔릴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매장에서 세무, 경영, 마케팅, 고객관리 같은 걸 잘 해야 하는데 전혀 몰랐던 거죠.” 일단 시작부터 했는데 운영이 잘 될수록 힘들어졌다. 모든 걸 계산해본 후 매장을 열어야 하는 걸 깨달았다.

“우리나라는 세대별로 즐겨 찾는 맛집이 좀 다르잖아요. 스페인에서는 아이랑 어르신이랑 같은 식당에서 가족처럼 어울려 먹어요. 앞으로 저도 모든 세대가 편안하게 어우러져 먹을 수 있는 스페인 음식점을 하고 싶어요.”
담당자들이 시식품을 건네주고 있다. ©김윤경
담당자들이 시식품을 건네주고 있다. ©김윤경
오늘 품평회에 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보통 일반 시민들의 피드백을 듣는 게 중요한데요, 대부분 맛이 없거나 서비스가 별로면 다시 방문하지 않거든요. 객관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정성껏 들을 수 있어 무척 좋아요”라며 품평회가 꽤 유익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프렙 아카데미’ 품평회는 소비자 1, 2차를 비롯해 동기들끼리도 참여하며 전문가 컨설팅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요리 실력을 갖춘 예비 창업 청년들이 오잖아요. 모두 경력은 다채롭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거든요. 서로 조언을 주고 받을 수 있어 참 유용하고 재밌어요.”
안내를 해준 프렙 아카데미 김용기 팀장 ©김윤경
안내를 해준 프렙 아카데미 김용기 팀장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김용기 팀장 "준비된 청년 창업가를 지원해 드립니다"

‘프렙 아카데미’의 전반적인 부분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서울시 골복상권 활성화 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프렙 아카데미’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기 팀장을 만나 궁금한 내용을 물었다.  
Q. ‘프렙 아카데미’는 어떤 곳인가요?
A. 쉽게 말해 요리 잘하는 직원을 사장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리에 관한 경력은 있지만, 내 가게를 차리자니 창업 지식이나 사업 모델이 좀 부족하다 싶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거든요. 전문가 특강을 비롯해 시장성이나 상품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요리 전문가와 1대1로 매칭해 메뉴에 관한 레시피를 개선하고, 사업성이 높은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 품평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메뉴를 검증 받는 등 상품성을 높이고 있어요.

Q. ‘프렙 아카데미’가 기존 외식 창업교육과 다른 특징은 무엇일까요?
A. ‘프렙 아카데미’는 준비된 외식업 청년 창업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어요. 필수적으로 3개월간의 집중 교육 과정을 받아야 합니다. 보통 요리 교육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은 많은데요, 저희는 그런 것은 물론 경영할 때 필요한 전문적인 창업 교육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렙 아카데미' 4층 이론교육장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4층 이론교육장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4층 휴식공간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4층 휴식공간 ©김윤경
Q. 교육을 마친 수료생을 위한 지원도 있다고 들었어요.
A. 네, ‘프렙 아카데미’에서는 수료생 사후관리 지원을 하고 있어요. 실습실 및 정규과정을 청강하거나 최대 7,000만 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하며 전문가 컨설팅과 창업홍보, 매출리포트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민간 협력을 통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위생등급 및 토스의 결제 단말기 무상 지급 등을 지원하고 있고요.
특히 네트워킹 지원이 장점인데요, 수료생들이 소통하고 네트워킹을 활성화하기 위해 간담회나 총동문회를 통한 활동을 활발하게 지원합니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도 100여 명의 수료생이 소통하고 있거든요. 같은 업계에서 서로 답변이나 공감을 해주고 있지요.

Q. ‘프렙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모델이 있나요?
A. ‘프렙 아카데미’ 2기 수료생이 쌍리단길에 창업했는데요. 후배 수료생이 추천받아 그곳에 매장을 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모델이 이런 것이에요. 수료생들이 잘 배워 골목상권에 진출하면 상권 활성화에 좀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이를 두고 저희는 '선순환 창업 생태계'라고 칭하는데 이를 추구하고 있어요.

Q. 보통 교육생들은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A. 주 4일 수업을 하고 있고,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의 하루종일 수업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습 수업은 1대1로 진행해 학생마다 수업 시간대가 다르죠. 실습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평일에는 상시 개방을 해놔요. 물론 수료 후에도 이용할 수 있고요.

Q. 어떤 교육을 받게 되나요?
A. 다양한 창업 기초 역량에 대해 배울 수 있는데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부터 위생안전관리 교육, 고객 서비스, 상가 임차 계약, 실무 주방 설비 및 동선, 노무 관리 등을 비롯해 사업 계획서 작성 등 사업 계획과 관련된 수업이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워낙 브랜딩 마케팅이 중요하다 보니 브랜딩 마케팅 관련된 수업, 상권 입지 등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어요.
'프렙 아카데미' 5층 조리실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5층 조리실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5층 조리실(디저트 조리실) ©김윤경
'프렙 아카데미' 5층 조리실(디저트 조리실) ©김윤경
스튜디오 ©김윤경
스튜디오 ©김윤경
Q. ‘프렙 아카데미’의 심사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A. 100% 공개 모집으로 1차 서류 심사, 2차 면접 심사가 있어요. 저희는 요리 실력은 있는데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모집 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데 그걸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100% 완성이 되진 않더라도 체계를 갖추고 절실한 열정을 보여주는 청년들이면 유리하지 않을까요?

Q. 수료 조건이 어렵다고 들었는데요.
A. 출석률이 90% 이상이어야 하고, 소비자 품평회에 다 참여해야 하고, 사업계획서가 완성돼 나와야 융자를 지원 받을 수 있어요. 공공 지원 사업 중에 출석률이 90% 이상돼야 수료시켜주는 건 저희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도 최근 2년 간 수료율은 100%였습니다.
예쁘게 놓인 디저트. 교육생의 품평회 요리다. ©김윤경
예쁘게 놓인 디저트. 교육생의 품평회 요리다. ©김윤경
서울시는 청년 외식업 창업가 육성을 통해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 선순환 창업 생태계를 마련하고자 ‘프렙 아카데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운영 5주년을 맞아 교육 인원과 지원 규모를 확대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마포구에 신규 교육시설을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또 연간 교육 인원을 60명으로, 실무 중심의 단기 특강도 12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렙 아카데미’는 누구보다 맛은 자신 있지만, 자금이나 정보가 부족해 곤란을 겪는 서울시 외식 예비 창업 청년에게 무척 든든한 힘이 될 듯하다. 서울시 외식 예비 창업 대표 프로그램인 ‘프렙 아카데미’를 통해 셰프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며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며 서울 곳곳의 골목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점이 흐뭇하다. 오늘도 꿈을 향해 달리는 청년들을 응원한다.

프렙 아카데미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상원12길 1 이노시스빌딩 4, 5층
○ 교통 : 지하철 2호선 뚝섬역 2번 출구에서 381m
○ 운영일시 : 월~금요일 10:00~16:00
○ 휴무일 : 매주 토·일요일
○ 지원내용 : 요리 창업 관련 이론교육, 실습교육, 멘토링, 창업자 사후관리 등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 누리집

시민기자 김윤경

서울 속 보이지 않았던 구석구석을 함께 보면 좋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