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상권 부활을 꿈꾸며…유명 셰프의 팝업 레스토랑과 함께!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12.27. 11:45

수정일 2023.12.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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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앞 거리에 '2023 동행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윤혜숙
이대 앞 거리에 '2023 동행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윤혜숙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대역에서 친구들과 자주 만났다. 전철역에 내려서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대) 정문까지 가는 길에 미용실과 옷, 액세서리 가게가 즐비했다. 거기서 머리 모양도 바꾸고 최신 유행하는 옷도 구매했다. 그리고 골목 곳곳에 있는 분식점에서 김밥과 떡볶이, 라면 등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재잘거렸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론 좀처럼 이대 앞 거리를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최근에 이대 앞 거리를 지나면서 격세지감이 들었다. 드나드는 젊은이들로 붐볐던 이대 앞이 지금은 길거리를 오가는 행인보다 차량이 끊이질 않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이대 앞 골목상권도 과거보다 침체되어 있었다. 곳곳에 빈 매장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대 상권을 활성화 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어떤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일까? 그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로 오세득 셰프와 함께 하는 팝업레스토랑이 열렸다. ⓒ윤혜숙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로 오세득 셰프와 함께 하는 팝업레스토랑이 열렸다. ⓒ윤혜숙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일 저녁이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우산을 받쳐 들고 이대역 정류장에 내렸다. 마침 '2023 동행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떠들썩한 연말의 축제와는 무관해 보이는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대현문화공원을 끼고 왼쪽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비가 내려도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었다.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 팝업레스토랑을 알리는 세움간판이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말을 맞이하는 지금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 5회차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의 셰프는 오세득, 팝업 메뉴는 한우카츠버그, 새우버그, 보말꼬막차우더 3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세득 셰프를 비롯한 직원들이 주방에서 버거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윤혜숙
오세득 셰프를 비롯한 직원들이 주방에서 버거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윤혜숙

팝업레스토랑에 입장하자 왼쪽에 오픈된 주방이, 오른쪽에 테이블이 있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다. 기자는 포장을 선택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레스토랑 안을 살펴봤다. 버거를 먹고 있는 사람들로 빈 테이블이 없었다.

지나던 길에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를 알리는 세움간판을 보고 입장했다는 한 시민은 “새우버거를 주문했어요. 유명한 셰프가 직접 개발한 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어왔어요. 한 끼 식사로 충분할 만큼 양도 많고 든든해요.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어요. 그럼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대 앞을 찾아올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주 매장까지 가지 않고도 오세득 셰프가 개발한 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윤혜숙
제주 매장까지 가지 않고도 오세득 셰프가 개발한 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윤혜숙

버거를 나이프로 자르고 있는 다른 한 시민에게 물어봤다. 그는 서대문구청의 홍보 안내문을 보고 사전에 예약해서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5번째 행사라고 하는데 저는 오늘 처음 방문했어요. 오세득 셰프가 운영하는 버거 매장이 제주도에 있어요. 그런데 제주도에 가지 않고 이대 앞에서 오세득 셰프가 만든 버거를 먹어볼 기회여서 얼른 신청했어요. 버거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네요. 더구나 비용까지 저렴해서 여기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대 앞이 예전 같지 않아서 거의 오질 않았는데 이런 이벤트가 열린다면 기꺼이 와야죠”라고 말한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팝업레스토랑을 방문한 시민들이 많았다. ⓒ윤혜숙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팝업레스토랑을 방문한 시민들이 많았다. ⓒ윤혜숙

팝업레스토랑을 방문한 시민들은 TV에 출연했던 유명 셰프의 얼굴을 보고, 또 그가 개발한 메뉴를 먹어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니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덩달아 주방과 홀에 있는 직원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열린 유명 셰프와 함께 하는 팝업레스토랑은 큰 호응을 얻었다. 직접 얼굴을 보기 어려운 유명 셰프를 만나고, 그가 만든 요리도 먹을 수 있으니,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포장한 버거를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도 훌륭했다.
이대 상권은 대학가와 인접해서 청년층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윤혜숙
이대 상권은 대학가와 인접해서 청년층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윤혜숙

서대문구에 있는 이대 상권은 기자의 청춘 시절 한때 '쇼핑 천국'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사람이 방문했던 곳이다. 기자도 친구들과 주말이면 이대 앞을 방문했다.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어떤 것을 사야 할지 저울질하던 청춘 시절의 추억이 있다. 지금은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을 뒤로 한 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대 상권은 대학가와 인접한 곳이다. 이화여자대학교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이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청년들의 눈길을 끌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한동안 침체했던 상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서대문구청은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를 위해 홍신애, 여경래, 미카엘, 정호영, 오세득 5인의 유명 셰프와 함께 팝업레스토랑을 열었다.
서대문구청에서 직영하는 '빵사이에낀과일' 매장이 재개점을 준비 중이다. ⓒ윤혜숙
서대문구청에서 직영하는 '빵사이에낀과일' 매장이 재개점을 준비 중이다. ⓒ윤혜숙

그뿐만 아니다. 점포 1개소를 구청 직영으로 운영하여 사라져가는 명물 가게의 메뉴를 리뉴얼·인큐베이팅하고 신메뉴까지 개발하여 판매 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선정된 점포가 '빵사이에낀과일'이다. 20년 넘게 이대생들 사이에 추억의 분식집으로 인기를 끌었던 점포였다. 한때 폐점 위기를 맞았지만, 구청 직영 첫 번째 점포로 선정되어 내년 1월 재개점을 준비 중이다.

지역 내 브랜드 하나가 성공한다면 전체 상권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도 있다. 식음료 판매뿐만 아니라 초기 창업자 시제품 홍보, 지역예술가 작품 전시 등 열린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오른쪽 좁은 골목길 안에 있는 그곳에 가봤다. 어두운 골목길 안에 지금은 문이 굳게 닫혀 있지만, 새해에는 예전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신촌스퀘어'가 조성되는 곳은 버스킹 공연이 열릴 때마다 사람이 많이 모여든다. ⓒ윤혜숙
'신촌스퀘어'가 조성되는 곳은 버스킹 공연이 열릴 때마다 사람이 많이 모여든다. ⓒ윤혜숙

서대문구청은 청년 상인의 이대 상권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점포를 확보하여 청년 상인들에게 제공할 예정이기도 하다. 임대료 지원, 역량 강화 컨설팅, SNS 홍보 및 공동마케팅 등을 지원한다고 하니 청년 상인들은 이 기회를 활용하면 좋겠다.

또한 새해에는 신촌의 상징성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꾸며진 신촌의 명소 ‘신촌스퀘어’를 조성하고자 한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은 버스킹 공연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곳에 조성될 ‘신촌스퀘어’를 중심으로 투어 코스를 개발하는 한편, 국내외 대학생들로 '신촌서포터즈'를 구성해서 상권 활성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신촌 상권과 연결된 이대 상권도 더불어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모처럼 신촌 오거리에서 출발해서 이대 앞까지 걸었다. 예전처럼 인파가 넘쳐나진 않지만, 길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이 여럿 있었다. 청년층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으니 언제든 다시 이곳의 상권이 부활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대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입소문을 타고 새해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길 바라본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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