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루클린 '성수'가 되기까지…알수록 재미있는 '성동구'의 역사

신병주 교수

발행일 2025.04.16. 17:55

수정일 2025.04.16. 10:08

서울의 25개의 자치구 중에서 성동구는 한때 한강 이남과 한강 이북 지역을 함께 포함했던 유일한 자치구다.

신병주 교수의 사심(史心) 가득한 역사 이야기 (94) 성동구의 역사와 문화

서울의 25개의 자치구 중에서 한때는 한강 이남과 한강 이북 지역을 함께 포함했던 유일한 자치구가 있다. 바로 성동구(城東區)로서 한성의 동쪽이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시작됐다. 현재의 광진구는 물론이고,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의 일부까지 성동구에 포함된 시절이 있었다. 성동구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한강의 북쪽과 남쪽을 관할한 유일한 구

성동구(城東區)의 ‘성동’이라는 명칭은 한성(漢城)의 동쪽이라는 뜻이며, 한성의 북쪽이라는 뜻을 담은 성북(城北)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조선시대에는 한성부 동부 인창방(仁昌坊:왕십리, 마장동, 사근동, 용답동 등)과 남부 두모방(頭毛坊:두모포 일대, 왕십리, 신당, 행당, 화양동 등) 지역이었다. 1911년에는 경기도 경성부 인창면과 두모면이 됐고, 1914년에는 경기도 고양군에 속했다.

1943년 일제 강점 시기 서울 처음 구가 설치될 때 영등포구, 용산구,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 동대문구와 함께 성동구는 서울의 7개 구에 포함됐다. 1946년 경기도 경성부 서울시 성동구였다가, 1948년 서울특별자유시 성동구가 됐다.

1943년 일제 강점 시기 서울 처음 구가 설치될 때 성동구는 서울의 7개 구에 포함됐다.

1949년 서울특별시 성동구가 됐고, 1963년 서울시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중대면 등이 성동구에 편입되면서 현재의 강남, 송파, 강동구 등 서울의 동남부 지역을 모두 관할하는 거대한 구가 됐다. 한강 남북에 모두 걸쳐있던 서울의 유일한 구이기도 했다.

1973년 7월 영등포구 관할이었던, 현재의 서초구 일대(반포동, 잠원동, 양재동 등)까지 성동구로 편입됐다. 1963년 이후 10여 년간 최대의 지역을 확보했던 성동구는 1975년 신당동 일대를 중구에 넘겨줬고,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한강 이남 전체가 강남구(일부는 강동구, 서초구, 송파구로 분구)가 되면서 관할 구역이 대폭 축소됐다. 1995년 3월에는 화양동, 군자동, 중곡동, 자양동 등 성동구의 동쪽이 광진구로 분구됐다.

현재 성동구에 포함된 지역은 지하철역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가장 편할 듯하다.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왕십리역, 한양대역, 뚝섬역, 성수역까지가 성동구에 속한다. 성수역 다음의 건대입구역은 광진구에 포함된다. 2호선의 지선인 성수역에서 신설동역 구간에 있는 용답역도 성동구다. 용답역은 처음에는 이곳에 지하철 기지가 있어서 ‘기지역’이라고 했다가, 1992년에 그 이름이 용답역으로 바뀌었다.

2호선의 지선인 성수역에서 신설동역 구간에 있는 용답역도 성동구다.

3호선은 약수역, 금호역, 옥수역이, 5호선은 신금호역, 행당역, 왕십리역, 마장역이, 6호선은 약수역이 성동구에 포함된다. 경의중앙선에서는 옥수, 응봉, 왕십리역이 성동구에 포함되는데, 한강변을 가로지르는 이들 역을 통해 성동구는 한강을 가까이에 접하고 있는 지역임을 알 수가 있다.

동호독서당이 설치된 곳

조선시대 관리들에게도 휴가제도가 있었을까? 휴가가 있었음은 물론이고 그것도 유급 휴가였다. 관리들에게 휴식 기간을 주고 독서와 학문에만 전념하게 한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는, 현재 관공서나 대학교, 기업체 등에서 진행되는 공로연수, 또는 연구년 제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사가독서 제도의 기원은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유급 휴가를 부여한 것에서 유래한다. 세종 때는 처음 집에서 독서를 하게 했다가, 좀 더 시설을 갖춘 북한산 진관사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했다. 성종은 아예 국가에서 사가독서제를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용산 지역에 독서당을 건립했다. 용산 지역을 서울의 남호(南湖)라 불러서, 남호독서당이라 했다.

독서당은 학문에 대한 탄압이 심했던 연산군 대에 와서 수난을 당했다. 1504년(연산군 10)에 갑자사화의 여파로 다시 폐쇄됐다가, 중종에 의해 부활될 수 있었다. 중종은 독서 장려책을 적극 권장하면서, 1517년(중종 12)에 두모포(豆毛浦) 정자를 고쳐 지어 독서당을 설치하고 동호독서당(東湖讀書堂)이라 했다.

“좋은 자리를 두모포(豆毛浦) 남쪽 언덕 월송암(月松庵) 서쪽 산기슭을 선택하여 창건하였으며, 호당이라고 이름하였다.”는 기록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인다. 동호독서당이 위치한 곳은 현재의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로서, 이 지역을 ‘독서당로’라 칭하는 것도 동호독서당에서 유래한 것이다. 옥수동 극동아파트 입구에는 ‘독서당터’ 표지석과 안내 석판이 있다. ‘동호대교’의 명칭도 이곳을 ‘동호’라 부른 것과 관련이 깊다.

동호독서당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소각될 때까지 75년 동안 사가독서를 하는 학자들의 학문연구와 도서관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역대 왕들은 독서당에 궁중음식과 명마(名馬), 옥으로 장식한 수레 및 안장을 하사하는 등 특별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동호독서당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소각될 때까지 75년 동안 사가독서를 하는 학자들의 학문연구와 도서관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독서당에는 1426년(세종 8)부터 1773년(영조 49)까지 350여 년 동안 총 48차례에 걸쳐서 320인이 선발됐다. 이 중에는 신숙주, 주세붕, 이황, 이수광, 이산해, 이이, 정철, 유성룡 등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 대부분이 독서당 생활을 했다.

독서당은 조선시대 관리들에게 심신의 휴양을 위한 휴가지의 기능과 함께 학문에 몰두할 수 있는 학업의 장소로 기능을 했다. 이들은 독서당에서 교우관계도 형성했고, 함께 강 건너편에 있는 압구정까지 배를 타고 유람하며 한강의 풍광을 즐기기도 했다. 독서당에서 함께 수학한 사람들은 그 인연을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로 남겼다. 독서당과 한강의 풍경을 그림에 담고 함께 공부한 사람들의 명단을 적은 것이다.

‘독서당계회도’에는 예로부터 동창이나 동기 모임을 중시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 선조들의 모습이 나타나 있는데, 현재의 회원 수첩이나 카카오톡 단체방은 ‘독서당계회도’의 후신으로 볼 수가 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후손으로부터 기증을 받은 ‘독서당계회도’들이 보관돼 있는데, 같은 그림을 보관하고 있던 후손들이 나타나 선조들이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뚝섬경마장에서 서울숲으로

과천에 서울 경마장이 조성되기 전에, 뚝섬 일대에 경마장이 있었다. 근대 경마장의 역사는 1921년 이촌동 한강변에 상설경마장이 설치된 것에서 시작한다. 말 18두를 수용할 수 있는 마사 1동만 번듯한 건물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가설물에 가까웠다.

경마장은 1925년 서울을 휩쓴 을축년 대홍수로 바로 폐쇄됐다. 경마장 가설물과 콘크리트로 지은 마사까지 흔적 없이 쓸려 내려가면서, 경마장을 주관하는 부처인 ‘조선경마구락부’는 제2의 장소를 급히 물색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통이 편리하고 부지 선정이 용이한 곳으로 경성부 용두정(龍頭町:동대문구 신설동, 용두동 일대)에 경성경마장이 건립됐다.

경성경마장은 한국전쟁으로 폐하가 됐고,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새로운 부지 물색에 나서 결정된 곳이 뚝섬 경마장이었다.

그러나 경성경마장은 한국전쟁으로 폐하가 됐고,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새로운 부지 물색에 나서 결정된 곳이 뚝섬경마장이었다. 뚝섬의 ‘뚝’은, 원래 둑(纛)에서 나온 말로서, 왕의 행차 때 걸어두는 큰 깃발이었다. 뚝섬 일대는 조선시대 초부터 말을 먹이는 목장이 있었고 왕실 사냥터로 쓰이기도 했기에 왕이 자주 행차를 했고, 그때마다 왕을 상징하는 깃발이 걸렸기에 ‘둑도(纛島)’, 즉 ‘뚝섬’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뚝섬 일대에는 조선시대에도 말을 먹이는 목장이 있었던 곳인데, 1954년 제주도 조랑말을 들여와 경마장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서울 시민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으로 활용됐던 뚝섬 서울경마장은 1989년 과천에 경마장이 새로 조성되면서, 그 막을 내리게 됐다.

뚝섬경마장이 이제는 서울의 외곽이 아닌 도심에 있게 된 점과,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승마 경기를 치르기 위해 새로운 경마장 부지를 물색했다. 1984년부터 건설을 시작해서 1989년 9월 1일에 공식 개장한 과천경마장은 1998년까지 ‘서울경마장’으로 불렀다가, 현재는 ‘렛츠런파크 서울’로 불리고 있다.

뚝섬경마장 부지는 2005년 서울숲으로 재탄생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서울숲에는 기수와 말이 경마를 펼치는 모습을 담은 동상을 조성해, 이곳이 한동안 경마장으로 활용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숲은 5개의 테마로 조성돼 있는데 1테마는 문화예술, 2테마는 생태, 3테마는 습지, 4테마는 자연체험, 5테마는 한강 수변으로 조성돼 있다.

서울숲에는 기수와 말이 경마를 펼치는 모습을 담은 동상을 조성해, 이곳이 한동안 경마장으로 활용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숲의 중앙공연장 옆에는 2008년 8월 26일 중국의 국가 주석 후진타오와 이명박 대통령이 공동으로 식수한 소나무임을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당시 후진타오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특별히 서울숲을 찾은 것을 기념해 심은 소나무다. 서울숲 주변에는 서울숲 트리마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연예인들도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신흥 부촌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변신한 성수동

성동구에서도 성수동은 최근에 들어와 젊은층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됐다. 성수동은 한강과 중랑천이 접한 지역으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소규모 공장들이 들어선 서울의 대표적인 공단 지역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공장 건물 자리에 IT 관련 벤처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지금의 IT 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성수동 공장지대에는 특히 수제 구두를 만드는 곳이 많았는데, 이 일대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면서 성수동 수제화거리로 재탄생했다. 현재도 구두 장인들이 작업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성수동에는 옛날 공장들을 리모델링해 청년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공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공간 등도 다수 생겨나면서, 젊은층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성수동은 젊은층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폐공장을 카페로 변신시켜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어니언 성수’다. 어니언 성수는 새롭게 개발한 빵과 함께 붉은 벽돌, 오래된 공장의 느낌을 살리는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점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성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미국 뉴욕에서 낙후된 공장지대였던 브루클린이 1990년대 이후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로 재탄생한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강뷰와 함께 서울 도심의 최고 공원이라 할 수 있는 서울숲을 보유하고, 여기에 젊은층이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산업단지가 몰려들면서 성동구는 서울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