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용산역 광장 계단에 앉아 쉬어 가기 좋다. ©이진형
- 용산역 앞에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진형
봄이 시작하는 길목, '뚜벅뚜벅' 떠나는 용산역 도보 여행기
발행일 2025.03.18. 17:31
용산역 승강장에서 문산 방면 경의중앙선 전동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진형
추억행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 광역철도, 도시철도 등 모든 종류의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용산역. 수원, 서대전, 광주송정역으로 향하는 장거리 운행 일반열차를 비롯해 1호선과 경의중앙선 전동열차와 인천 방면의 급행열차도 용산역을 경유한다. 그만큼 역사도 길고 승강장도 많은 기차역이지만 역 밖으로 나와서 5분 정도 걸으면 하나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거리가 있으니 3월, 봄이 시작하는 길목에서 걸어봄 직하다.
용산역 우측 편으로 딱 5분 걷기
용산역에는 계단이 많아 에스컬레이터 이용객이 많지만 포근한 날씨라면 운동 삼아 계단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하나씩 밟아 이동하는 계단의 끝에서 우측 편으로 걷다 보면 사람을 모티브로 제작된 하얀색 환경조형물 앞을 지나게 된다.
나무 대문과 동그라미 손잡이가 예스럽다. ©이진형
불편하지만 다소 설레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용산역 주변은 초고층 건물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빌딩숲 한가운데 횡단보도 주변에서 차량 한 대 지나가길 기다리는 순간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커다란 나무 대문 하나를 발견했다. 터치식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디지털 시대에 살며 손으로 "계십니까?" 하고 직접 문을 두드리면 직접 나와 열어주는 시대를 생각해 보니 불편하지만 설레기도 하고 반가움이 더했다.
빌딩숲 한가운데 횡단보도 주변에서 차량 한 대 지나가길 기다리는 순간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커다란 나무 대문 하나를 발견했다. 터치식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디지털 시대에 살며 손으로 "계십니까?" 하고 직접 문을 두드리면 직접 나와 열어주는 시대를 생각해 보니 불편하지만 설레기도 하고 반가움이 더했다.
정겨운 한글 간판
이렇듯 용산역 주변을 걷다 보면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흰 타일로 마감하거나 적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은 오랜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런 날 것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마치 200자 원고지 같은 네모난 간판에 적힌 한글을 읽어보면서 정겨운 마음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사용되는 소품 하나만 오롯이 전시하여 감각 있게 업종을 소개하는 이런 거리가 용산역 근처에 있으니 시간을 내어 걸어볼 만하다
사용되는 소품 하나만 오롯이 전시하여 감각 있게 업종을 소개하는 이런 거리가 용산역 근처에 있으니 시간을 내어 걸어볼 만하다
추억을 선물하는 식당
나른한 오후에 한옥 식당을 발견했다. 커다란 창으로 쉬는 시간이자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출입구 옆에 빨간 우체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식용 오브제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벤트를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2025년 3월의 발송 일을 공지하며 식당에서 제공하는 엽서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마운 부모님께 손 글씨를 담아 우체통에 넣으면 추억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발송 취소는 없다고 한다.
2025년 3월의 발송 일을 공지하며 식당에서 제공하는 엽서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마운 부모님께 손 글씨를 담아 우체통에 넣으면 추억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발송 취소는 없다고 한다.
실사 출력보다 매력 있는 작은 간판
식당을 지나 걷다 보니 조명은 없지만 손재주를 담은 간판이 보였다. 1m 거리를 두고 작품을 감상하듯 그림을 보다가 덧칠한 흔적에 직접 그린 것을 알았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라면 손님을 위해 준비하는 재료 하나하나 정성을 다했을 것 같은 기대가 샘솟는다.
창을 하나 내겠소
카페는 유리문으로 된 출입문에 펜으로 대표적인 두 가지 메뉴를 그려서 영업 시작과 종료 시간을 알리고 있다. 햇살 좋은 오후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나무가 남긴 흔적에 운치를 느끼게 된다.
육교라는 작은 전망대
한강초등학교 앞에는 육교가 있다. 남산 서울타워를 볼 수 있고, 한강대교를 향하는 차량들을 바라볼 수 있어 전망하기 좋은 육교다.
첫 번째 계단
보행약자를 위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전용 경사로까지 마련되어 있다. 계단을 이용하다가 첫 번째 계단에 설치된 작은 알림판이 있어 읽어봤다. 1967년부터 시작된 한강초등학교 앞 보도 육교의 역사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횡단보도와 비교하면 불편하지만 계속 남아주길 바라는 특별한 육교인 셈이다.
육교 앞 공중전화 부스 ©이진형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육교 가까운 곳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공중전화 부스가 있다. 부스 유리 면에 쓰여 있는 글을 읽으며 오늘 하루 일정을 마무리해 본다.
어쩌다... 한 번,
제가 필요한 순간에 왔을 때
맘 편히 찾아오시도록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쩌다... 한 번,
제가 필요한 순간에 왔을 때
맘 편히 찾아오시도록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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