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분위기 중국! 다채로운 먹거리의 향연 '대림중앙시장'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5.02.17. 11:34

수정일 2025.02.17. 16:02

조회 2,670

서울 혼행 여기 어때
서울 속 차이나타운으로 불릴 정도로 이색적인 문화 환경을 갖춘 대림중앙시장 ©김종성
서울 속 차이나타운으로 불릴 정도로 이색적인 문화 환경을 갖춘 대림중앙시장 ©김종성
도림천변에 있어 자전거 타고 찾아가기 좋은 대림중앙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서울에서 가장 이채로운 장터다. 한국 음식은 물론 대륙의 먹거리가 많은 이색적인 시장이자 철마다 찾아가 풍경과 사람과 음식을 구경하고 즐기기 좋은 여행지다. 2000년대 들어 형성되기 시작한 시장으로 중국 동포들의 일상과 먹거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기도 하다.

대림중앙시장은 관광 명소로 유명해진 인천 차이나타운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타향살이를 하는 중국 동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가게와 맛집들이 즐비하다. 중국에서 복을 기원하는 색으로 통용되는 붉은 간판도 흔히 보이고 상인도 손님도 대부분 중국 동포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오가는 대림역에서 나오면 대림중앙시장 입구가 나온다. 주차비가 저렴한 공영주차장도 마련돼 있어 편리하다.
대림중앙시장에 가면 이색적인 풍경과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다. ©김종성
대림중앙시장에 가면 이색적인 풍경과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다. ©김종성
흥미로운 노점들이 모여 있는 시장 입구 거리 ©김종성
흥미로운 노점들이 모여 있는 시장 입구 거리 ©김종성
대림역 앞에 도착하자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중국어와 한국어, TV나 영화에서나 들었던 북한 사투리까지 들린다. 대림역에서 대림중앙시장으로 가는 약 500m 거리는 대림동 최대의 번화가다. ‘진달래 노래방’, ‘백두산 호프’, ‘연변 냉면’ 등 익숙하지 않은 간판과 노점들에서 낯섦과 정겨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곳에 여러 맛집과 노점이 모여 있고 대림중앙시장엔 식재료, 반찬, 분식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거리의 노점 가운데 고구마를 굽는 큰 항아리가 가장 눈에 띈다. 항아리 안에 층층이 고구마를 굽는 화덕을 만들어 놓았다. 뚜껑을 열 때마다 흘러나오는 군고구마 냄새에 발길이 절로 머물게 된다. 맛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칼을 갈아주거나 파는 이동식 차량도 처음 본다. 대림중앙시장 일대는 영화 ‘범죄도시’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서울 속 차이나타운’으로 많이 알려졌다. 영화에서는 사건, 사고가 많은 공간으로 나왔지만, 실제 분위기는 밝고 활기차다.
식칼을 갈아주거나 판매하는 이동 노점 ©김종성
식칼을 갈아주거나 판매하는 이동 노점 ©김종성
극강의 매운맛 음식, 마라면 ©김종성
극강의 매운맛 음식, 마라면 ©김종성
중국에서 흔히 먹는 양꼬치 음식도 많지만 사실 이 거리는 나 같은 ‘국수 러버’들의 천국이다. 투도(연변의 동네 이름) 온면, 우육(牛肉)면, 량피(전분으로 만든 국수) 비빔면, 연변 냉면 등 다른 시장에선 맛보기 힘든 국수 요리가 많아 흥미롭다. 심지어 냉면에 고수와 각종 양념을 넣어 화롯불에 구운 ‘냉면 구이’도 맛볼 수 있다. 식당 한편에서 손으로 직접 국수를 만드는 장면도 보기 좋다. 맛집 대부분이 입구 창문에 음식 사진과 가격을 써 놓아 이용하기 편하다.

추운 겨울날, 가장 인상에 남는 음식은 마라면이 아닐까 싶다. 아주 매운데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는 종업원의 걱정에 매운 음식 하면 한국인인데 하며 호기롭게 시켰다가 혼쭐이 났다. 얼얼한 산초가 들어가 입을 마비시킨다는 뜻의 마라면. 1만 개나 된다는 혀의 돌기가 동시에 일어서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맵고 향신료가 자극적인 마라면과 마라탕에 중독된 사람이 많다니 재미있다.
이색적인 식재료와 분식이 많은 대림중앙시장 ©김종성
이색적인 식재료와 분식이 많은 대림중앙시장 ©김종성
보기만 해도 배부른 큼지막한 시장 분식 ©김종성
보기만 해도 배부른 큼지막한 시장 분식 ©김종성
대림중앙시장에 들어서면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채소와 먹거리들의 크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의 단백질 공급원인 콩이나 호박 등은 국내산에 비해 2배 이상 크기다. 달걀이 성인 남성 주먹 크기라 놀랐는데 알고 보니 오리알이란다. 굵은 방망이처럼 생긴 순대는 북한에서 먹던 ‘아바이 순대’의 영향을 받은 막창순대로 선지, 시래기, 찹쌀이 들어간다.

중국식 호떡, 만두, 빠오즈(찐빵), 따빙(중국식 전병) 등 분식들도 대륙 음식답게 모두 큼지막한 크기로 눈길을 끈다. 내가 좋아하는 꽈배기도 어른 팔뚝만 하다. 가게에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니 맛과 식감이 좋을 수밖에 없다. 모두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겠다. 국내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떡볶이 가게가 없는 것도 특이하다.
다채로운 부위를 파는 시장 고깃집 ©김종성
다채로운 부위를 파는 시장 고깃집 ©김종성
두리안을 파는 과일 가게 ©김종성
두리안을 파는 과일 가게 ©김종성
대림중앙시장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고깃집에 가면 족발은 기본이고 돼지 코와 혀, 귀, 심장을 조리한 음식도 있다. 놀란 내 표정을 본 손님 중 한 분이 중국에선 돼지는 변 빼고 다 먹는다며 재밌어 한다. 반찬 가게에 돼지 간 무침과 피둥(돼지껍질로 만든 일종의 묵)까지 있는 걸 보면 사실인 듯하다. 한국에서 우설, 도가니, 꼬리곰탕까지 소의 부위를 빠짐없이 먹는 것과 비슷하다. 이외에도 오리 대가리 조림, 고추양념을 한 메뚜기 튀김, 질기기로 유명한 소의 힘줄로 만든 반찬 등 이색적인 음식이 많다.

두부를 파는 가게도 발길을 붙잡는다. 굵은 실 모양으로 만든 실건두부, 포목점 비단같이 생긴 두부, 넓적한 빵처럼 생긴 두부 등 다양한 모양에 눈이 즐겁다. 특유의 냄새로 악명 높은 취두부가 없어서 아쉬웠다. 우리나라와 달리 두부마다 향과 맛이 다르다. 가게 안에서 기계로 두부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시장통 골목을 거닐다 보면 내가 지금 중국 어느 동네에 여행 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대림중앙시장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디지털로37나길 21
○ 교통 : 지하철 2‧7호선 대림역 11번 출구에서 409m
○ 운영시간 : 08:00~20:30
○ 휴무 : 둘째 주 화요일
누리집
○ 문의 : 02-833-8113

시민기자 김종성

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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