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타던 날,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역대 노벨문학상 작품들
발행일 2024.12.11. 15:07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을 함께 기뻐하는 ‘2024 세계노벨문학축제’가 서울도서관에서 열렸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있던 12월 10일 오후 두 시, 서울도서관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평소에는 책을 읽는 시민들이 가득한 서울도서관 ‘생각마루’에는 축하 행사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잡았다. ☞ [관련 기사] 한강 노벨문학상 타는 날, 서울도서관 축제 열린다! 연체 특별사면도
서울도서관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세계노벨문학축제’가 열렸다. ⓒ이선미
‘2024 세계노벨문학축제’가 열린 서울도서관 ⓒ이선미
이날 축하 행사는 진행을 맡은 배우 유선 씨가 한강 작가처럼 조근조근한 말투로 편안하게 이끌어주었다. 서울시장이 영상으로 축하를 전하고 축제를 공동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이 기념사를 전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 문학이 더는 변방이 아니게 되었다”고 기쁨을 먼저 윤 회장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 등 국가폭력을 다뤘는데 우리는 며칠 전 비상계엄이라는 사태를 겪었다”며 너무나 기쁜 축제임에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언뜻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오늘 이 축제가 함께 책을 읽고 문학을 지키고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사회를 보던 유선 씨가 중간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한 부분과 그의 짧은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확실히 분위기는 조금 무거웠지만 큰 박수로 축하의 마음을 나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 문학이 더는 변방이 아니게 되었다”고 기쁨을 먼저 윤 회장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 등 국가폭력을 다뤘는데 우리는 며칠 전 비상계엄이라는 사태를 겪었다”며 너무나 기쁜 축제임에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언뜻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오늘 이 축제가 함께 책을 읽고 문학을 지키고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사회를 보던 유선 씨가 중간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한 부분과 그의 짧은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확실히 분위기는 조금 무거웠지만 큰 박수로 축하의 마음을 나눴다.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자리로 시민들이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선미
축하 공연도 이어졌다. 재즈밴드 '라 쁘띠 프랑스 콰르텟'이 연주하는 달콤한 재즈와 캐롤이 도서관에 흘렀다. 미리 참여 신청을 하지 못한 시민들도 서울도서관 곳곳에 서거나 앉아서 함께 공연을 즐겼다.
재즈밴드 '라 쁘띠 프랑스 콰르텟'의 재즈 공연이 축하 분위기를 돋워 주었다. ⓒ이선미
한강 작가의 작품이 서울도서관 한곳에 소개되고 있다. ⓒ이선미
1층 한쪽에는 ‘야외도서관’이 꾸며져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신청한 프로그램 시간을 기다리며 빈백과 캠핑의자가 놓인 도서관에서 책을 펼친 시민들도 많았다.
축제 행사장 한쪽에 ‘야외도서관’도 운영되었다. ⓒ이선미
도서관 곳곳에 꾸며 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축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이선미
서울도서관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으로 ‘한강 특별 사면’이라는 재미있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서울도서관을 비롯해 서울시 공공도서관 232곳에서 그동안 연체 기록 때문에 도서관 이용이 어려웠던 시민들의 대출제한 해제를 단행했다. 실제로 이날 연체한 책들을 들고 온 시민들도 많았다. 노벨문학축제 참가 메시지를 쓰고 받은 두부과자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서 웃었다.
서울도서관에서는 ‘한강 특별 사면’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선미
서울시 공공도서관 232곳에서는 '한강 특별 사면'을 통해 도서 연체로 인한 대출 제한을 해제했다. ⓒ이선미
이어진 세미나는 ‘한국문학의 미래’, ‘노벨문학상의 현재’, ‘노벨문학상의 과거’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한국문학의 미래’에서는 최은영 작가와 박상영 작가를, ‘노벨문학상의 과거’에서는 헤르만 헤세와 오르한 파묵을, 그리고 ‘노벨문학상의 현재’에서는 한강과 밥 딜런을 만나보았다.
노벨문학상의 과거와 현재, 한국문학의 미래를 살펴보는 세미나가 이어졌다. ⓒ이선미
세계자료실에 ‘노벨문학상의 과거’로 살펴본 오르한 파묵과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이선미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노벨문학상의 과거; 오르한 파묵’을 신청해서 4층 세계자료실로 올라갔다.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줄곧 번역해온 이난아 교수가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 나타난 동서양 회화 갈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먼저 파묵에 대해 소개하고는 그의 작품들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세계자료실에서 ‘노벨문학상의 과거’로 오르한 파묵을 살펴보는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이선미
“오르한 파묵은 튀르키예 사람인데 스스로 ‘이스탄불’ 작가라고 말해요. 파묵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는 ‘고향인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문화간 충돌과 복잡함에 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는 것이었어요.” 이스탄불과 파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의 작품 대부분의 배경 역시 이스탄불이다. 파묵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쓰다 보니 노벨상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단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을 만나보는 시간이었다. ⓒ이선미
오랫동안 파묵을 번역해온 이 교수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을 거라고 예측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말하자면 이 업계에서 노벨문학상을 예측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2, 5, 10이라는 건데요. 이게 뭔지 혹시 아시겠어요? 최소한 2개 이상의 문학상을 받아야 하고, 5권 이상의 작품이 있어야 하며, 10개 국어로 번역본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한강 작가 역시 이런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였죠. 그 과정이 오르한 파묵이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와 무척 흡사했어요. 그래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겠다고 추측했지요. 2006년 파묵이 노벨상을 받았는데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요. 그리고 자국에서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점도 같지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썼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파묵 역시 ‘역사적 트라우마’를 피하지 않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그런 자세가 작품에도 배어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어떤 보편성을 얻게 된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에서 ‘저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를 유은숙 배우가 낭독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읽힌 파묵의 작품이어서 참여한 시민들도 무척 편안하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썼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파묵 역시 ‘역사적 트라우마’를 피하지 않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그런 자세가 작품에도 배어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어떤 보편성을 얻게 된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에서 ‘저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를 유은숙 배우가 낭독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읽힌 파묵의 작품이어서 참여한 시민들도 무척 편안하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유은숙 배우가 <내 이름은 빨강>에서 ‘저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를 낭독했다. ⓒ이선미
가뜩이나 연말이어서 어수선한 시기인데다 불안정한 정국 탓에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날들이지만, 그럼에도 문학과 음악 등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어떻게든 새로운 힘을 내도록 추동하는 동력이 된다. 축제를 나설 때 축하 행사에서 유선 씨가 낭송한 한강 작가의 시가 떠올랐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 그때 알았다 /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 지금도 영원히 /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 …”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 한 번뿐인 삶의 단 한 번뿐인 모든 순간이다. 2024년의 12월도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밥을 먹어야지 / 나는 밥을 먹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 그때 알았다 /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 지금도 영원히 /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 …”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 한 번뿐인 삶의 단 한 번뿐인 모든 순간이다. 2024년의 12월도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밥을 먹어야지 / 나는 밥을 먹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을 펼쳐보았다. ⓒ이선미
성탄과 연말,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바람직한 자세는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기뻐할 일은 기뻐하고 힘을 모아야 할 일은 힘을 모으며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 그래서 다시 축하한다. “모국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읽게 해준 한강 작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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