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결, 오히려 좋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대표 전시 '타이틀 매치'

시민기자 정향선

발행일 2024.12.13. 10:14

수정일 2024.12.13. 16:51

조회 1,355

12월 5일부터 2025년 3월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이하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을 다녀왔다.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북서울미술관의 대표적인 연례 전시인 ‘타이틀 매치’동시대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신구 2인전이라는 대결 구도를 콘셉트로 한다.

특히 올해는 2014년에 개최된 제1회 타이틀 매치 ‘강은엽 vs. 김지은’ 이후 10년 만에 홍이현숙, 염지혜 두 여성 작가의 2인전으로 구성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중계역에서 내려 1번출구를 나와 5분쯤 걸으니 북서울미술관이 보였다. 미술관의 외관이 한강 유역을 지배했던 고구려의 성벽처럼 꾸며져 특이했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홍이현숙 작가의 신작 ‘아미동 비석마을’(2024)이 눈길을 끈다. 대형 LED 화면과 3D 입체 서라운드 음향이 관객들을 압도했다. 홍이현숙 작가는 이 작품에서 ‘돌’에 대한 모티브를 발전시켜 세계 곳곳의 전쟁과 갈등, 난민 발생 같은 삶과 죽음의 문제 넘어 공존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한 북한산 바위에서 직접 프로타주 기법으로 작업한 <인수봉>(2024)은 기후위기, 비인간과의 관계를 즉물적으로 표현해 지구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낸다.

2층 전시실에서는 염지혜 작가‘밤’을 모티브로, 팬데믹 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폭주하는 현 세계에 대해 숙고한다. 지난 3여년의 세계적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가의 창작 행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하니, 새삼 현실과 예술의 상관관계가 무겁게 다가왔다.

작가는 ‘마지막 밤’(2024)‘한낮의 징후’(2024)등의 작품에 무의식에서 느껴지는 가속과 소진, 징후의 감각과 무력함을 독특한 감각으로 표현해 냈다. 파운드 푸티지와 3D 이미지의 몽타주 그리고 현장 촬영을 기반으로 한 영화적 형식을 시도한 점이 무척이나 참신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작가가 협업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두 작가가 각자의 문제의식을 짧은 글들로 주고받는 대화의 방식으로 진행되어 흥미로웠다. 이번 협업은 11회째를 맞는 ‘타이틀 매치’가 새롭게 시도하는 공동 작업으로서, 대결이 아닌 교감을 통해 작가들이 서로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담아 큰 호응을 얻었다.

지하 전시실에서는 비누 조각가 신미경의 전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이 열리고 있다. 비누의 ‘투명성’과 ‘향기’를 매개로 하여 천사의 형상을 표현한 작가의 창의성이 놀라웠다. 특히 비누 작품을 화장실 세면대 옆에 전시해 놓아 비누로 사용하게 한 후 다시 작품으로 전시하는 ‘화장실 프로젝트’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로 인상 깊었다.

이번 ‘타이틀 매치’ 전시에서 홍이현숙, 염지혜 두 작가가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 다른 통찰력을 발휘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하철 5분 거리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근래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두 여성 작가의 동시대 미술 최전선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 행복했다. 미술 애호가라면 최신 미술 트렌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좋은 기회라 확신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지하철 7호선 중계역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정향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지하철 7호선 중계역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정향선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 전시 포스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 전시 포스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홍이현숙 작가의 ‘인수봉’은 북한산 바위에서 프로타주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정향선
홍이현숙 작가의 ‘인수봉’은 북한산 바위에서 프로타주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정향선
‘아미동 비석마을’은 돌의 모티브를 발전시켜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상작품이다. ©정향선
‘아미동 비석마을’은 돌의 모티브를 발전시켜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상작품이다. ©정향선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정향선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정향선
2층 전시실에서는 염지혜 작가가 ‘밤’을 모티브로 영상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작업을 소개한다. ©정향선
2층 전시실에서는 염지혜 작가가 ‘밤’을 모티브로 영상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작업을 소개한다. ©정향선
‘한낮의 징후’는 작가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가속과 소진, 징후의 감각과 무력함을 표현했다. ©정향선
‘한낮의 징후’는 작가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가속과 소진, 징후의 감각과 무력함을 표현했다. ©정향선
염지혜 작가는 영상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책과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정향선
염지혜 작가는 영상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책과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정향선
  • 멜로초 다 포를리의 ‘천사들 무리’ 아래 신미경 작가의 비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정향선
    멜로초 다 포를리의 ‘천사들 무리’ 아래 신미경 작가의 비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정향선
  • 휴일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전시실을 찾았다. ©정향선
    휴일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전시실을 찾았다. ©정향선
  • 조르주 바사리의 ‘야곱의 꿈’ 회화 옆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 ©정향선
    조르주 바사리의 ‘야곱의 꿈’ 회화 옆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 ©정향선
  • 멜로초 다 포를리의 ‘천사들 무리’ 아래 신미경 작가의 비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정향선
  • 휴일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전시실을 찾았다. ©정향선
  • 조르주 바사리의 ‘야곱의 꿈’ 회화 옆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 ©정향선
  • 신미경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 ‘화장실 프로젝트’ ©정향선
    신미경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 ‘화장실 프로젝트’ ©정향선
  • 관객들이 화장실에서 비누 작품을 직접 사용하며 창작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프로젝트다. ©정향선
    관객들이 화장실에서 비누 작품을 직접 사용하며 창작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프로젝트다. ©정향선
  • 신미경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 ‘화장실 프로젝트’ ©정향선
  • 관객들이 화장실에서 비누 작품을 직접 사용하며 창작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프로젝트다. ©정향선
미술관 3층에 자리한 ‘아트라이브러리’ ©정향선
미술관 3층에 자리한 ‘아트라이브러리’ ©정향선
미술관 곳곳에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정향선
미술관 곳곳에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정향선
미술관 1층 전시실에 마련된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 ©정향선
미술관 1층 전시실에 마련된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 ©정향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교통도 편리하고 볼거리도 많아 시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향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교통도 편리하고 볼거리도 많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향선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

○ 기간 : 2024. 12. 5. ~ 2025. 3. 30.
○ 위치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교통 : 지하철 7호선 중계역 1번출구에서 도보 5분
○ 관람시간
 - 평일(화~금요일) 10:00~22:00
 - 토‧일요일 및 공휴일(11~2월) 10:00~18:00, (3~10월) 10:00~19:00
○ 휴무 :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1월 1일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2124-5248

시민기자 정향선

아름다운 서울의 구석구석을 담아내는 서울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