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기억도 우리의 인생이어라'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송년회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4.12.11. 12:55

수정일 2024.12.11. 18:58

조회 1,658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김어수 센터장이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민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김어수 센터장이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민
“연말이라 모두 바쁘실 텐데 저희 송년음악회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12월 5일 오후 3시, 서대문구보건소 별관 대강당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가 열렸다.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과 가족을 격려하는 화합의 장으로 마련된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관내 주민을 비롯한 관람객들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하는 송년회에서 마음의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가져 왔다.
경도 인지 장애 또는 경증 치매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기억다방 ⓒ이정민
경도 인지 장애 또는 경증 치매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기억다방 ⓒ이정민
“위 사람은 기억키움학교 학생으로서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여,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표창장을 수여합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와 사계절을 함께한 우수 이용자 3명이 무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수상자들에게는 학창 시절 이후 꽤 오랜만에 받게 된 상장이라 더 의미가 컸을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 등이 담긴 센터 영상을 상영했다. ⓒ이정민
지난 1년 동안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 등이 담긴 센터 영상을 상영했다. ⓒ이정민
이어지는 2부 음악회의 첫 순서는 센터 영상 상영이었다. 작업 치료와 신체 활동, 여행, 음악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지난 1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러한 인지 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을 유지 또는 증진하도록 하여, 보호자 및 어르신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의 핸드벨 연주 모습 ⓒ이정민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의 핸드벨 연주 모습 ⓒ이정민
“볼 때마다 늘어 가는 연주 실력이 신기하고 인상 깊었던, 저희 센터 직원들의 핸드벨 연주를 감상하시겠습니다.”

본격적인 송년음악회의 시작을 알리는 다음 무대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악기인 핸드벨 연주였다. 귀여운 산타 모자와 크리스마스 트리 머리띠를 쓴 5명의 남녀 직원들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라고 한다. 수줍은 표정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정성스럽게 연주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노소노소 어린이 합창단이 무대 위에서 동요를 부르고 있다. ⓒ이정민
노소노소 어린이 합창단이 무대 위에서 동요를 부르고 있다. ⓒ이정민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고운 한복 차림의 노소노소 어린이 합창단이 들려준 동요는 <다섯 글자 예쁜 말>이다. 넓은 강당 객석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을 바라보며 부르는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가 곱고 아름다웠다. 제목과도 같은 다섯 글자 예쁜 말들을 또박또박 발음하는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한 어른들의 손길이 점점 바빠진다.
작년 9월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노소노소 합창단’ ⓒKBS레전드 케이팝
작년 9월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노소노소 합창단’ ⓒKBS레전드 케이팝
'노소노소 합창단’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의 치매 환자와 가족, 그리고 서대문구청 직장어린이집의 아이들로 구성된 팀이다. 노소노소란,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웃는다는 뜻이며 2011년 창단되었다. 특히 작년 9월에는 치매 극복의 날을 기념해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기도 했다.
<홀로아리랑>을 부른 노소노소 합창단의 남성 멤버 2인 ⓒ이정민
<홀로아리랑>을 부른 노소노소 합창단의 남성 멤버 2인 ⓒ이정민
“이번에는 노소노소 합창단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시는 두 분의 무대입니다.”

굵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두 남성 어르신이 준비한 곡은 <홀로아리랑>이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향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첫 박자가 틀렸어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와 작게 나온 목소리를 가다듬고 힘껏 부르는 자신감이 어우러져 마침내 멋진 하모니가 완성되었다.
‘노소노소 어르신 합창단’이 진심을 다해 부르는 가곡 <인생> ⓒ이정민
‘노소노소 어르신 합창단’이 진심을 다해 부르는 가곡 <인생> ⓒ이정민
“걸어온 길 뒤돌아보니 / 나의 이야기 남아 있고/ 빛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 우리의 인생이라”

‘노소노소 어르신 합창단’이 부른 가곡 <인생>의 가사 중 일부다. 연습 기간 중에 어르신들과 지휘자가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사회자의 말처럼, 이날 또한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손수건을 든 관객들이 꽤 눈에 띄었다.
‘노소노소 합창단’ 완전체의 무대로 송년음악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정민
‘노소노소 합창단’ 완전체의 무대로 송년음악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정민
“오늘 마지막 무대이지만 그만큼 멋진 무대로, 노소노소 합창단 완전체 무대 준비했는데요. 여러분 모두 그 감동을 함께 느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와 치매 어르신, 가족이 선보이는 이른바 완전체 무대가 소개되었다. 경쾌한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가 특징인 노래 <아름다운 나라>와 <Thank You For The Music>을 끝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송년음악회가 끝났다.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의 김효선 음악치료사 ⓒ이정민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의 김효선 음악치료사 ⓒ이정민
이날 ‘노소노소 합창단’ 공연의 지휘를 맡은 김효선 음악치료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송년음악회 준비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저희 합창단은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해 보자는 취지로 모든 분들이 정성껏 준비를 하세요. 다만 치매의 특성상, 그리고 어르신들 연령대가 있으시다 보니 연습 과정이 쉽진 않아요. 오늘 했던 <인생>이란 곡도 일주일에 한 번씩, 1년을 준비해서 보여 드린 거니까요.

Q. ‘노소노소 합창단’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내년 계획은 일단, 우리끼리 하는 무대도 좋지만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싶어요. 서대문구에는 대학들도 많고 주변 음악 동호회나 단체들과 협연 기회를 갖도록 준비를 할 계획입니다.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외관 ⓒ이정민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외관 ⓒ이정민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김어수 센터장은 송년 행사를 마무리하며, 치매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요건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꼽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 및 데이케어센터, 노인복지관 등을 꾸준히 이용할 것을 권했다. 그로 인해서 대화나 집중력이 좋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거주지역 치매안심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인터넷 신청으로 치매 조기 검진을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이용하기 바란다.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290 (홍은2동 425-3)
누리집
○ 문의 : 02-379-0183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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