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극복의 날, '여성시대' 라디오 공개방송이 열렸던 이유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09.23. 13:11

수정일 2024.09.23. 15:35

조회 843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MBC 라디오 <여성시대> 공개방송이 열렸다. ©윤혜숙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MBC 라디오 '여성시대' 공개방송이 열렸다. ©윤혜숙

“반짝이는 아침 햇살 속으로 꿈을 안고 차오르는 새처럼
푸른 가슴 따사로운 숨결로 달려가는 여성시대”

익숙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곡이다. 그렇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이하 '여성시대')의 시그널 곡이다. 매일 오전 9시 5분부터 11시까지 가수 양희은과 아나운서 김일중이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매일 '여성시대'를 청취했을 만큼 열렬한 애청자였다. 갑자기 '여성시대'를 언급하니 뜬금없다고 할 수 있겠다. 9월 21일에 열렸던 '여성시대' 공개방송은 주제부터 초대손님까지 아주 특별했기 때문이다.
'추억의 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여성시대> 공개방송이 열렸다. ©윤혜숙
'추억의 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여성시대' 공개방송이 열렸다. ©윤혜숙

지난 9월 21일‘치매극복의 날’이었다. 지난 2011년에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따라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상암동에 있는 MBC 신사옥으로 향했다. 1층 골든마우스 홀 앞에는 방청을 기다리는 은평구 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홀 안은 곧 시작할 공개방송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여성시대'의 공개방송 주제는 은평구에서 진행 중인 특별한 치매 극복 사업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공개방송의 부제목도 '추억의 나를 만나다'이다. 은평구의 특별한 치매 극복 사업은 바로 올해 6월부터 시작한 은평구 맞춤형 인지중재 사업이다. 홀 안으로 입장하는 주민들 대다수가 어르신이었다. 은평구 관내 노인복지관에서 단체로 참가한 어르신들 가운데 드문드문 가족 단위로 참가한 어르신들도 있었다. 어르신에게 추억의 나를 만나게 한다니 사뭇 흥미롭다.
'여성시대' 공개방송의 시작을 알리면서 두 진행자가 나왔다. ©윤혜숙
'여성시대' 공개방송의 시작을 알리면서 두 진행자가 나왔다. ©윤혜숙

공개방송의 시작을 알리면서 무대에 '여성시대' 진행을 맡은 가수 양희은과 아나운서 김일중이 등장했다.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열리는 공개방송인 만큼 두 진행자가 치매를 언급했다. 한자어 치매(癡呆)는 ‘어리석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치매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지 않아서 치매를 ‘인지 저하’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알려진 병명이고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그냥 유지하자는 의견도 많다고 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인데, 고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화사회일수록 치매 인구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도스트일레븐 양효걸 대표가 은평구 맞춤형 인지중재 사업의 과정과 효과를 설명했다. ©윤혜숙
도스트일레븐 양효걸 대표가 은평구 맞춤형 인지중재 사업의 과정과 효과를 설명했다. ©윤혜숙

도스트일레븐 양효걸 대표'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한 은평구 인지중재 사업'을 보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양 대표는 지금 은평구에서 진행 중인 맞춤형 인지중재 사업의 과정과 효과를 설명했다.

지금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추억이 쌓여 있다. 그중 TV 드라마와 관련된 추억도 있다. 어르신들은 안방에서 <사랑이 뭐길래>, <전원일기>, <웃으면 복이 와요> 등 당시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했다.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등 감정이입하면서 삶의 애환을 달래곤 했다. 과거에 즐겨 시청했던 드라마를 다시 시청하다 보면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볼 수도 있다.

그 점에 착안해서 MBC AI 전략자회사 도스트일레븐에서 치매 관리 프로그램 ‘딩콕’을 개발했다. MBC에 누적된 양질의 콘텐츠가 어르신의 치매 예방을 위한 콘텐츠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여성시대> 공개방송에는 은평구 관내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대다수 참석했다. ©윤혜숙
이날 '여성시대' 공개방송에는 은평구 관내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대다수 참석했다. ©윤혜숙

치매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지금 은평구는 관내 노인복지관 7곳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TV 프로그램을 다시 시청한 뒤 퀴즈를 맞히는 형식의 인지중재 프로그램이다.

‘인지중재’라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인지중재’는 치매 등의 뇌 질환에서 나타나는 신경인지장애를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는 모든 비약물적 치료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인지자극, 인지재활, 인지훈련뿐만 아니라 운동, 영양, 스트레스 관리, 디지털치료제, 신경조절장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은평구 관내 노인복지관 7곳을 대상으로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긍정적인 향상이 있다. ©윤혜숙
은평구 관내 노인복지관 7곳을 대상으로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긍정적인 향상이 있다. ©윤혜숙

이날 공개방송 초대 손님으로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는 노인 인구가 서울시 자치구 중 6위에 이를 만큼 높아서 치매에 관한 관심이 큽니다”라고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은평구 치매안심센터노인복지관 7곳에서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기억통제감, 언어기억력, 우울감 등 다양한 지표에서 긍정적인 향상이 있었다고 한다.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최근에는 전국 최초로 아파트 내 요양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집에서 돌봄이 어려운 시대를 사는 것을 인정하고, 한 단지 내에서 가족을 모실 수 있는 환경을 선도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노력이 은평구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확산하길 희망합니다”라고 밝혔다. 김미경 구청장의 바람처럼 은평구에서 선도하는 인지중재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산하길 기대해 본다.
정희원 교수가 치매를 예방하려면 약에 의존하지 말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고 조언했다. ©윤혜숙
정희원 교수가 치매를 예방하려면 약에 의존하지 말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고 조언했다. ©윤혜숙
방청객들이 출연자들의 말에 공감한다는 뜻으로 박수를 치면서 호응하고 있다. ©윤혜숙
방청객들이 출연자들의 말에 공감한다는 뜻으로 박수를 치면서 호응하고 있다. ©윤혜숙

이어서 정희원 교수(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가 출연해서 두 출연자와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깄다. 치매가 노화와 관련이 많은 만큼 정희원 교수를 기다리는 방청객이 많았다. 정희원 교수와 나눈 질의응답 중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려서 재구성해 봤다.

Q. “노인이면서 20억 원을 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정말 그럴 수 있나요?
A. 노인이 되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면 매일 간병에 드는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죠. 그것을 쓰지 않는다면 돈을 버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Q. 같은 나이인데도 동안과 노안이 있어요. 그게 타고나는 겁니까?
A.대략 생활 습관 70%, 유전자 30%를 타고난다고 봅니다. 노화의 상당 부분은 생활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얼굴에 생기는 주름은 광자외선의 영향이 큽니다. 얼굴만 가지고 몸속에 있는 장기의 노화 속도를 따지는 건 무리입니다.
노화를 늦추는 것처럼 치매 예방도 젊었을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학술지에 치매를 예방하는 14가지 방법이 나와 있어요. 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예방하고, 시청각 기능을 유지하고, 교육을 많이 받고, 또 뇌 손상을 예방하고, 술과 담배를 줄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에서 결국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Q.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건가요?
A.치매가 갑자기 찾아오는 불치병으로 이해하게 되면 공포에 빠지게 되고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 등에 의존하게 되죠. 우리가 몸 건강을 관리하듯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뇌의 노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평생 공부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등의 인지 자극을 많이 받는 게 중요합니다.

정희원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인지했다. 그런데 기본에 충실하려면 무엇보다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노화를 늦추고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도 그 방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어르신들은 옛 인기 드라마를 다시 시청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다. ©윤혜숙
어르신들은 옛 인기 드라마를 다시 시청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다. ©윤혜숙

공개방송이 끝난 뒤 방청객을 만나서 소감을 물어봤다. “유익했어요. 치매를 예방하시라고 어머니께 영양제를 사드렸거든요. 그보다 일상생활에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머니 혼자 지내니깐 낮에 많이 돌아다니시는데 그게 인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82세)를 모시고 온 이상희 씨의 답변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조미혜자 씨(80세)는 노인복지관에서 단체로 왔다고 한다. 그는 “약에 의존하지 말고 식사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라며 "저는 매일 복지관에 출석하면서 걷기와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수시로 음악을 듣고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두 방청객 모두 공통적으로 오늘의 공개방송에 참석하길 정말 잘했다는 반응이었다.
<여성시대> 공개방송 녹화분은 오는 9월 30일 오전 9시 5분에  방송된다. ©윤혜숙
'여성시대' 공개방송 녹화분은 오는 9월 30일 오전 9시 5분에 방송된다. ©윤혜숙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어르신 각자가 삶의 주인공이고 지금껏 살아온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인 셈이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의 결말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 또한 어르신 각자의 남은 과제일 것이다.

은평구에서 그런 어르신들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 드리려고 애쓰고 있다. 은평구가 MBC, 도스트일레븐과 함께 진행하는 인지중재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에게 잊혀질 뻔했던 지난 소중한 추억을 일깨워주고 있다. 은평구에서 시작한 사업이 멀지 않아 서울에서 또 전국으로 확산할 날이 올 거라 확신한다.

‘치매극복의 날’에 녹화한 '여성시대' 공개방송은 오는 9월 30일 월요일 오전 9시 5분에 방송된다.

서울시 광역치매센터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