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 고궁, 지금이 방문하기 가장 좋을 때! 가을빛 물든 고궁의 매력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4.10.16. 13:50

수정일 2024.10.16. 13:50

조회 3,207

서울의 고궁, 어느 계절이 가장 방문하기 좋은가 묻는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오는 대답은 '가을'이다. 가을은 서울의 고궁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붉게 물든 단풍이 머리 위로 펼쳐진 고궁을 걸으며 역사 속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면 이보다 좋은 여행지가 없다. 오래된 건축물을 바라보며 고궁의 정취와 매력을 느끼고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에 풍덩 빠져 보기도 한다.

서울의 4대 고궁인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은 각각의 고유한 매력과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궁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의외로 각각의 특징과 매력을 잘 모를 수 있다. 이번 가을, 4대 고궁에서 가을의 정취와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4대 고궁 속 가을과 잘 어울리는 명소를 소개해 본다.
가을은 고궁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김은주
가을은 고궁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김은주

① 향원정과 집옥재, 고요한 물과 서재의 풍경을 만나는 경복궁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궁궐인 경복궁은 조선 시대에 지어진 왕궁 중 가장 큰 궁궐로 조선 왕조의 주요 궁궐인 정궁(법궁)이다. 경복궁은 넓고 커서 봐야 할 곳도 많은 곳인데, 그중에서도 향원정과 집옥재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경복궁의 후원에 있는 향원정은 2층 육각 목조 정자다. 향원정은 왕과 왕실 가족이 휴식처로 이용했던 공간으로, 1층은 온돌로 되어 있으며 2층은 마루로 된 특징이 있다.

향원정은 물 위에 떠 있는 정자와 그 주변의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가을빛이 반사된 향원지 연못과 연못 주변에 아름답게 조경된 나무들은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향원은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으로 향원정 앞에 서서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져 왜 이곳이 그렇게 이름 불렸는지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향원정으로 가는 길에는 흰색 아치형 다리인 취향교가 있는데 부드러운 곡선의 아치와 향원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향원정을 배경 삼아 물빛에 비친 주변의 풍경까지 사진에 담는다면 가장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향원정은 2층 육각 목조 정자다. Ⓒ김은주
향원정은 2층 육각 목조 정자다. Ⓒ김은주
집옥재는 향원정에서 위로 올라가면 왼쪽에서 만날 수 있다. 건청궁 서쪽에 있는 집옥재는 고종의 서재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다. 집옥은 ‘옥과 같은 귀중한 보물을 모은다’는 뜻으로, 서양 문물에 관한 책 4만여 권을 보관했었다.

집옥재는 중국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경복궁 내에서도 독특한 이국적인 건물이다. 서재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현재도 조용히 앉아 독서나 사색에 잠기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은 후 입장할 수 있으며, 서가에 비치된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 집옥재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 앉아 책을 읽던 고종을 생각하며 왕실의 일상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는 곳이다.
 집옥재 전경 Ⓒ김은주
집옥재 전경 Ⓒ김은주
 집옥재는 고종의 서재로 사용되었다. Ⓒ김은주
집옥재는 고종의 서재로 사용되었다. Ⓒ김은주
서가에 비치된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김은주
서가에 비치된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김은주

② 돈덕전과 석조전, 특별한 건축 양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덕수궁

덕수궁은 서울 4대 고궁 중에서 유럽과 조선의 건축 양식을 조화롭게 느낄 수 있는 궁궐이다. 고종의 거처로 이용된 궁궐인 덕수궁은 다른 궁궐에 비해 서양식 건물이 주는 특별한 매력을 느껴 볼 수 있으며, 덕수궁 안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함께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가까이 위치한 석조전은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다른 건물이다. 서양의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따라 지어진 석조전은 덕수궁만의 특별함을 만들어 내는 건물이다. 가을의 석조전은 한층 더 고풍스러워 보이며, 붉은 단풍과 석조 건물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단연 눈길을 끈다.
덕수궁의 전각인 석조전은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김은주
덕수궁의 전각인 석조전은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김은주
내부 관람은  사전 예약을 신청해야 하며 해설사와 동행하며 관람할 수 있다. Ⓒ김은주
내부 관람은 사전 예약을 신청해야 하며 해설사와 동행하며 관람할 수 있다. Ⓒ김은주
덕수궁의 전각인 석조전은 대한제국의 근대화를 상징하고 황제국으로의 위용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건축했다. 지층부터 1층, 2층으로 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전은 돌로만 되어 있을 것 같지만 내부는 붉은색 벽돌을 쌓은 후 석재로 외관을 포장해 건축한 것이 특징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내부 관람이 가능하며 해설사와 동행하며 함께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석조전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쓰임새로 이용되었다. 일제는 이왕가미술관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광복 직후에는 미소공동위원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후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궁중유물전시관으로 사용하다가 복원 공사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내부는 대한제국 당시 실내의 모습을 고증을 통해 재현했으며,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덕수궁의 모습은 덕수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다. 꼭 이곳에서 덕수궁 분수대의 시원한 물줄기를 사진으로 담아 보길 추천한다.
석조전 내부는 당시 있었던 가구와 실내 인테리어를 복원한 모습이다. Ⓒ김은주
석조전 내부는 당시 있었던 가구와 실내 인테리어를 복원한 모습이다. Ⓒ김은주
석조전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덕수궁의 풍경이 예술이다. Ⓒ김은주
석조전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덕수궁의 풍경이 예술이다. Ⓒ김은주
돈덕전 역시 석조전과 같이 서양식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다. 덕수궁의 가장 인상적인 공간 중 하나인 돈덕전은 다른 궁궐에서 보기 힘든 2층 목조 건물이다. 외국 공사를 접대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2023년 복원을 통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돈덕은 ‘덕 있는 이를 후대하고 어진 이를 믿는다’는 뜻이다. 타일로 된 바닥과 전시실로 꾸며진 내부, 자료를 볼 수 있는 아카이브, 관람객을 위한 휴게공간까지, 돈덕전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전시 관람과 휴식의 공간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9월 28일부터는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와 함께 ‘미키 인 덕수궁: 아트, 경계를 넘어서’ 전시가 개최되어 특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돈덕전은 프랑스 파리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외교 사절 접견, 연회 장소, 국빈급 외국인의 숙소로 사용되었다. 붉은 벽돌과 아치형 청록색 창문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외관과 함께 곳곳에 장식된 오얏꽃 문양이 돋보인다. 돈덕전의 2층 발코니로 나와 걸어 보며 고궁의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한다면 가을 나들이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돈덕전은 프랑스 파리의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져 외관이 이국적이다. Ⓒ김은주
돈덕전은 프랑스 파리의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져 외관이 이국적이다. Ⓒ김은주
전시실이 조성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김은주
전시실이 조성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김은주
돈덕전은 오얏꽃 무늬로 장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은주
돈덕전은 오얏꽃 무늬로 장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은주

③ 세계문화유산인 최대 궁중 정원 후원, 인정전이 있는 창덕궁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은 특히 주변 경관과 조화로움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고궁이다.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한 창덕궁은 이 계절에 놓치면 안 되는 곳이다.

후원은 창덕궁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예약을 해야 하며 하루에 허용되는 입장객의 숫자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후원은 창덕궁의 숨은 정원으로, 왕족들이 사색을 즐기고 자연과 교감하던 공간이었다. 가을의 후원은 천천히 걸으며 사진으로 담고 단풍과 함께 궁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창덕궁을 방문했다면 꼭 후원까지 함께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후원 초입에 조성된 대표적 연못인 부용지에는 부용정이 있다. 연못을 중심으로 자리한 부용정은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정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연못에 비친 정자의 모습과 함께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은 창덕궁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선사해 주는 곳이며 이곳에서는 사진 찍기가 필수다. 한국 정자 건축의 대표적 작품으로 인정받는 부용정의 부용은 ‘연꽃’을 의미한다.
창덕궁 후원 관람은 따로 예매를 해야 하며 일정 인원만 정해진 시간에 관람할 수 있다. Ⓒ김은주
창덕궁 후원 관람은 따로 예매를 해야 하며 일정 인원만 정해진 시간에 관람할 수 있다. Ⓒ김은주
창덕궁을 걸으며  역사와 함께 가을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김은주
창덕궁을 걸으며 역사와 함께 가을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김은주
창덕궁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인정전이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은 공식적인 국가 행사를 치렀던 곳이다. 인정전의 인정은 ‘어진 정치를 펼친다’는 뜻이다.

인정전은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의 건물이며 특별한 점은 유리창과 전구, 커튼, 서양 장신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웅장한 규모와 세세한 장식이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은 공식적인 국가 행사를 치렀던 곳이다. Ⓒ김은주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은 공식적인 국가 행사를 치렀던 곳이다. Ⓒ김은주

④ 자경전 터 산책과 아름다운 춘당지의 고즈넉함, 창경궁

창경궁은 서울의 다른 고궁들과 비교해 더욱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특히 가을이 되면 창경궁의 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궁 전체가 단풍으로 둘러싸여 힐링 여행을 떠나기 좋다. 창경궁의 가장 큰 매력은 고요함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서울의 궁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어 더욱 그렇다.

창경의 뜻은 ‘성대한 경사’다. 작은 동궐인 창경궁은 창덕궁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넓지 않은 면적에 남아 있는 전각도 얼마 되지 않아 다 둘러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창덕궁을 방문한 후 함양문을 거쳐 창경궁으로 입장할 수 있어 두 궁궐을 함께 관람하기 편리하다. 창덕궁과 창경궁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 이유는 두 궁궐이 함께 동궐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도심 속에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창경궁의 분위기는 가을의 정취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창경궁의 통명전 서쪽에는 높은 계단이 있다. 이곳에 오르면 창경궁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아름답다. 창경궁의 전각들이 모두 보이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가을이 되면 자경전 터 산책로를 따라 양옆으로 곱게 물든 단풍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창경궁 후원의 춘당지는 연못으로, 연못 인근에 있는 춘당대에서 따온 이름이다. 춘당지는 모든 계절마다 아름답지만 역시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자경전 터 산책로에서 창경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김은주
자경전 터 산책로에서 창경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김은주
서울의 4대 고궁은 모두 해설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사전 예약 신청으로 깊이 있고 흥미로운 고궁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의 4대 고궁은 그 어느 때보다 가을이 매력적이다. 고궁 산책을 통해 가을을 더욱 깊이 느껴 보자. 고궁에서의 가을 나들이는 우리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궁능유적본부 누리집

시민기자 김은주

서울의 가치와 매력을 글과 사진으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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