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을 만나다! 경복궁에서 뮤지컬 보고, 창덕궁에서 다과 체험하고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05.09. 16:50

수정일 2023.05.09. 18:41

조회 5,913

궁중문화축전 프로그램으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창작 뮤지컬 <세종 1446> 공연이 열렸다. ⓒ박지영
궁중문화축전 프로그램으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창작 뮤지컬 <세종 1446> 공연이 열렸다. ⓒ박지영

궁중문화축전은 ‘오늘, 궁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서울 소재 5개 궁궐과 종묘, 사직단에서 진행되는 문화유산 축제다. 문화유산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활용한 공연, 전시, 체험, 의례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봄, 가을 일 년에 두 번 시민들을 찾아오고 있다. 올해로 9회째로 매회 시민과 관광객이 늘어갈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울의 대표 축제 중 하나다.

필자도 올해 개막식을 포함해 여러 프로그램 신청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진 못했는데, 꾸준히 신청한 결과 꼭 해보고 싶었던 특별 프로그램 예약 및 구매에 성공해 경복궁과 창덕궁을 찾았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만난 창작 뮤지컬 <세종 1446>

올해 궁중문화축전에는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이 많았다. 조금 더 다양해진 관람객의 취향을 반영한 것인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바로 고궁 뮤지컬 <세종 1446>이다. 그동안 고궁뮤지컬은 창경궁과 경희궁에서만 실연되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연행되었다. ‘세종’을 다룬 뮤지컬은 처음인 데다가, 박유덕, 남경주, 정상윤, 박소연 등 뮤지컬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다. 야외 공연이지만 가격도 비지정석 R석 2만원, S석 1만원으로 부담이 없어서 예매 직후 전체 2,800석(매회 700명, 4회)이 금세 매진되었다.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매 1회 저녁 19:30분부터 약 105분간 공연된 고궁뮤지컬 <세종 1446>은 2018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세종대왕이 충녕대군에서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한글 창제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으며 겪은 고난과 시련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446’은 애민정신이 가득했던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해를 의미한다.
창작 고궁 뮤지컬 <세종1446>이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실연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박지영
창작 고궁 뮤지컬 <세종1446>이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실연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박지영

비지정좌석으로 사전 예매가 이뤄지다 보니 당일엔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이 일찌감치 경복궁에 도착해 줄을 서고 있었다. 필자도 두 시간 전에 경복궁에 도착했는데, 경복궁 관람 시간이 마감되기 전부터 선착순 입장을 기다린 시민들이 대부분이라, 앞좌석에 대한 마음은 일찌감치 비웠다. 당일 입장은 예매 내역을 확인 후 관람 팔찌를 받고 선착순 입장이 가능했는데, 팔찌 교환은 경복궁 정규 관람이 마무리되는 저녁 6시 10분부터 진행되었고, 교환 후엔 흥례문 앞 입장 대기줄에 서 있다가 저녁 7시부터 경복궁 근정전으로 들어갔다. 

행사 진행요원들의 친절한 안내로 큰 혼잡은 없었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과 어르신들의 경우엔 앉을 좌석 없이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당일에는 궁궐 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지하철 경복궁역과 경복궁 주차장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용성문과 협성문의 개폐 시간을 고려해 움직여야 해서, 여러 불편함이 따랐다.
공연 시작 5분을 앞두고 착석이 마무리되었다. ⓒ박지영
공연 시작 5분을 앞두고 착석이 마무리되었다. ⓒ박지영

공연이 시작된 후 각자 챙겨온 겉옷과 핫팩, 물주머니 등을 꺼내 보온을 유지하면서도, 시민들의 얼굴은 내내 공연에 대한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기존 150분의 공연을 105분으로 줄였지만 기존 인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 80명의 배우가 등장해 웅장함을 더했고, 야외 무대였지만 문화재에 손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조명과 스피커를 활용해 실내 공연장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명이 닿지 못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극 진행에 방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성이 더해져 극의 내용이 더 와 닿았고, 무대 연출에서도 경복궁 근정전 월대에 어좌를 놓아 더 실감났고, 왕의 길인 어도와 통로인 회랑을 통해 배우들은 등퇴장해 정말 실제 현장에 들어온 듯한 효과를 주었다. 거기에 전통 의상과 화려한 군무, 무술장면 역시 손색이 없었고, 뮤지컬 <넘버>와 함께 극의 흐름을 이끈 소리꾼 이봉근의 판소리 도창이 어우러져 더 흥겨웠다.
공연 피날레. 공연은 경복궁 근정전 앞 월대와 계단에서 주로 진행되었다. ⓒ박지영
공연 피날레. 공연은 경복궁 근정전 앞 월대와 계단에서 주로 진행되었다. ⓒ박지영
공연이 끝난 후에도 아름답게 조명이 비춰진 근정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많았다. ⓒ박지영
공연이 끝난 후에도 아름답게 조명이 비춰진 근정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 ⓒ박지영

공연을 마친 후에도 시민들은 빈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고, 모두 "너무 멋있다", "또 와야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나오는 길엔 경복궁 내에서 주변을 바라보며 야경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가을 궁중문화축전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지정석으로 좌석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중문화축전 자원활동가인 궁이둥이들이 핸드폰 전등으로 어두운 길을 밝혀준 덕분에 안전하게 나올 수  있었다. ⓒ박지영
궁중문화축전 자원활동가인 궁이둥이들이 핸드폰 전등으로 어두운 길을 밝혀주고 있다. ⓒ박지영

약방 다과 체험, '왕후의 선물'

궁중문화축전에는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왕후의 선물’이다. ‘왕후의 선물’은 문화재청과 LG생활건강의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의 궁중 문화 캠페인으로, 후는 2015년부터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맺고 궁궐의 보존 관리와 궁중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후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왕후의 선물은 ‘왕후가 궁궐 밖 가족을 생각하며 만든 약재와 음식으로 그리움을 전했던 마음을 담아내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진행된 이 행사엔 하루 4회 60분간 회당 14명씩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초대되었다. 창덕궁 입장료는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 구매 후 들어갔다.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은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왕후의 선물' 무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영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은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왕후의 선물' 무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영

올해 처음으로 창덕궁 궐내각사 내 약방에서 진행된 '궁중 다과 체험' 행사엔, 국가무형문화재 38호 궁중 음식 이수자인 조은희 셰프가 궁중 비방을 재해석한 궁중 다과를 선보였는데, 제공된 1인 소반에는 간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을 지닌 구기자차와 왕실에서 즐겼던 개성 약과, 궁에서도 귀히 여긴 잣박산, 검은깨다식 등이 먹기 좋게 제공됐다.
'왕후의 선물' 프로그램이 진행된 약방. 실내는 사전 예약자만 이용 가능했지만 실외 포토존은 열린 공간으로 활용됐다. ⓒ박지영
'왕후의 선물' 프로그램이 진행된 약방. 실내는 사전 예약자만 이용 가능했지만 실외 포토존은 열린 공간으로 활용됐다. ⓒ박지영
약방 내부. 사전 예약으로 초대된 14명의 관람객은 이곳에서 다과를 즐기게 된다. ⓒ박지영
약방 내부. 사전 예약으로 초대된 14명의 관람객은 이곳에서 다과를 즐기게 된다. ⓒ박지영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예쁜 장소들이 많아 포토존으로 사랑을 받았다. ⓒ박지영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예쁜 장소들이 많아 포토존으로 사랑을 받았다. ⓒ박지영
구기자차와 함께 제공된 개성약과, 잣박산, 검은깨다식. 다과는 1인 소반으로 제공되었다. ⓒ박지영
구기자차와 함께 제공된 개성약과, 잣박산, 검은깨다식. 다과는 1인 소반으로 제공되었다. ⓒ박지영

약방 내에는 전승공예작품과 그릇공예작품, 후 브랜드의 화장품에 사용된 약재들이 전시되었고, 곳곳에 예쁜 꽃을 장식해 분위기를 돋웠다. 다과를 즐긴 후엔 약방 밖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며 추억을 쌓았는데, 약방 안 다과 체험은 사전예약자만 가능했지만,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관람객을 위해서도 구기자차가 무료 제공되었고, 포토존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도록 공간이 열려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열린 공간에 예쁜 포토존이 마련되어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박지영
열린 공간에 예쁜 포토존이 마련되어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박지영
무료 시음대가 마련되어 사전 예약자 외에도 자유롭게 구기자차 시음이 가능했다. ⓒ박지영
무료 시음대가 마련되어 사전 예약자 외에도 자유롭게 구기자차 시음이 가능했다. ⓒ박지영

궁중문화축전은 궁궐과 사직이라는 전통의 문화유산을 현대에 잘 계승하고 활용해서 국민들에게 우리 곁에 있는 문화유산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행사다. 이 기간에 프로그램이 더 다양하긴 하지만, 축제 기간이 지나도 경복궁 생과방 체험, 경회루 참관, 경복궁 야간관람, 덕수궁 대한제국역사관 관람 등은 사전 신청과 예매를 통해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각 궁궐에서는 무료해설을 제공하고 있어 현장 참여가 가능하고 특별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하니,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에 혼자 혹은 여럿이 들러보기 좋다. 유료 입장이지만, 한복 착용자나 연령에 따른 무료입장도 가능하고, 저렴하게 궁을 둘러볼 수 있는 특별입장권도 판매하고 있으니 각 누리집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궁중문화축전

누리집
○ 문의 : 관람객 콜센터 1522-2295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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