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떠나는 파리·런던 여행?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8.02. 09:24

수정일 2024.08.02. 18:07

조회 962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전시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 ⓒ이선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전시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 ⓒ이선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만나는 '서펜타인 파빌리온'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왔다. 지난 7월 19일부터 시작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전시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Moments in Serpentine Pavilions 2000∼2024)에서 먼 나라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들어서자마자 대기의 흐름이 조금 낯설어진다. 정신없이 분주하고 뜨거운 도심의 거리에서 낯선 영역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피서지 같은 문화공간에서 만나는 낯선 도시의 건축물 관람은 신선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일상에서 조금은 낯선 느낌을 만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이선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일상에서 조금은 낯선 느낌을 만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이선미

하이드파크와 연결된 왕실 공원 켄싱턴 가든에 자리한 서펜타인 갤러리는 지난 2000년부터 갤러리 앞 잔디밭에 임시 구조물을 설치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 설치되는데 “건축과 예술이 결합된 공공장소의 가능성과 창조적인 건축적 사고를 시험”한다고 평가받으며 주목받는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 2000년 시작된 서펜타인 파빌리온 23개 작품을 사진과 영상과 모형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선미
    2000년 시작된 서펜타인 파빌리온 23개 작품을 사진과 영상과 모형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각각 연도가 표시돼 있어서 안내책자를 보며 더 많은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이선미
    각각 연도가 표시돼 있어서 안내책자를 보며 더 많은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이선미
  •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좀 더 알 수 있는 영상 자료가 이어진다. ⓒ이선미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좀 더 알 수 있는 영상 자료가 이어진다. ⓒ이선미
  • 2000년 시작된 서펜타인 파빌리온 23개 작품을 사진과 영상과 모형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각각 연도가 표시돼 있어서 안내책자를 보며 더 많은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이선미
  •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좀 더 알 수 있는 영상 자료가 이어진다. ⓒ이선미

2000년에 첫 무대를 꾸민 작가는 자하 하디드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바로 그 건축가다. 애초에는 후원금 마련을 위한 파티에 필요한 야외천막을 의뢰했다고 한다. 임시 건축물이었던 야외천막이 의외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자 서펜타인 갤러리는 이 천막을 여름 내내 공개했고 이후 여름마다 세계적인 건축가를 선정해 연례행사가 되었다.
2000년과 2024년의 파빌리온이 한곳에 소개되고 있다. ⓒ이선미
2000년과 2024년의 파빌리온이 한곳에 소개되고 있다. ⓒ이선미

갤러리에서는 ‘영국에 건축물을 설계한 경험이 없으나, 세계 최고의 재능으로 인정받는’ 건축가들을 초대해 파빌리온의 설계를 맡겨왔다.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거장 건축가들과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됐는데 올해는 우리나라 건축가 조민석이 선정돼 지난 6월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이라는 제목의 파빌리온이 공개되었다.
서펜타인 갤러리 잔디밭에 설치된 <군도의 여백> ⓒ이선미
서펜타인 갤러리 잔디밭에 설치된 <군도의 여백> ⓒ이선미

조민석 건축가는 우리 전통가옥의 ‘마당’을 염두에 두고 다섯 개의 구조물에 둘러싸인 중앙의 빈 공간을 조성했다고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의도가 담겼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곡가 장영규의 ‘버들은’과 ‘월정명’이 상영되고 있다고 한다. 가보지는 못하지만 모형들 사이라도 천천히 스며 들어 보았다. 
  • 작품 <군도의 여백>은 한국작가 조민석의 작품이다. ⓒ이선미
    작품 <군도의 여백>은 한국작가 조민석의 작품이다. ⓒ이선미
  • <군도의 여백>이 설치된 갤러리 풍경을 모형으로 만날 수 있다. ⓒ이선미
    <군도의 여백>이 설치된 갤러리 풍경을 모형으로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우리 전통가옥의 ‘마당’을 염두에 두고 다섯 개의 구조물에 둘러싸인 중앙의 빈 공간을 조성했다. ⓒ이선미
    우리 전통가옥의 ‘마당’을 염두에 두고 다섯 개의 구조물에 둘러싸인 중앙의 빈 공간을 조성했다. ⓒ이선미
  • 작품 <군도의 여백>은 한국작가 조민석의 작품이다. ⓒ이선미
  • <군도의 여백>이 설치된 갤러리 풍경을 모형으로 만날 수 있다. ⓒ이선미
  • 우리 전통가옥의 ‘마당’을 염두에 두고 다섯 개의 구조물에 둘러싸인 중앙의 빈 공간을 조성했다. ⓒ이선미

저마다 다른 주제로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들어선 매해의 파빌리온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파빌리온은 임시별관이라거나 가설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달 동안 전시된 후에는 사라지는 건축물이다. 그런데 런던 시민들은 물론이고 그 파빌리온을 보러 가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한다. 
  • 전시관에는 영상 속의 파빌리온을 만날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선미
    전시관에는 영상 속의 파빌리온을 만날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선미
  • 영상 속의 파빌리온을 관람하다 보면 런던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이선미
    영상 속의 파빌리온을 관람하다 보면 런던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이선미
  • 전시관에는 영상 속의 파빌리온을 만날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선미
  • 영상 속의 파빌리온을 관람하다 보면 런던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이선미

어떤 공간이나 건축물이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다는 건 참 자랑스럽고 멋진 일이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매년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멋진 결과물을 선보이는 중이다. 서벤타인 파빌리온을 보다 보니 지난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으로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설치됐던 ‘하늘소’ 생각도 났다. 즐거운 기획으로 매번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송현광장에도 신선하고 지속적인 기획이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 전시는 9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선미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 전시는 9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선미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 전시는 9월 25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공공 공간에 대한 심포지엄과 세계적 사진작가 이완 반의 강연, 한국의 파빌리온 이야기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한다. 특히 8월 8일에는 건축가 조민석의 강연이 있는데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860년 역사를 증강현실로 만나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9월 1일까지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이 열린다. '내 손으로 만나는 860년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노트르담대성당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다. 2019년 화재 이후 계속되고 있는 보수 공사 과정도 볼 수 있어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기대가 더 커졌다.
  •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9월 1일까지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이 열린다. ⓒ이선미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9월 1일까지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이 열린다. ⓒ이선미
  • 전시는 '내 손으로 만나는 860년의 역사'라는 부제로 기획되었다. ⓒ이선미
    전시는 '내 손으로 만나는 860년의 역사'라는 부제로 기획되었다. ⓒ이선미
  •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9월 1일까지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이 열린다. ⓒ이선미
  • 전시는 '내 손으로 만나는 860년의 역사'라는 부제로 기획되었다. ⓒ이선미

몇 사람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테블릿PC인 ‘히스토패드(HistoPad)’를 통해 역사 속 노트르담 대성당의 중요한 순간들을 3차원(3D)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데 입구에서 히스토패드를 받으면 언어를 선택하고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히스토패드로 각 순간을 찬찬히 관람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원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입구에서 히스토패드를 받아 언어를 선택하고 관람을 시작한다. ⓒ이선미
입구에서 히스토패드를 받아 언어를 선택하고 관람을 시작한다. ⓒ이선미

노트르담대성당의 860년 역사 가운데 21가지 중요한 순간을 만날 수 있는데 역사적 사건들이 고화질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돼 인물이나 장소를 터치하면 자세한 설명이 나타난다. 사용 자체는 아주 단순하고 쉬워서 누구나 금방 익숙하게 관람할 수 있다. 
각 순간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있고, 터치를 하면 더 정교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선미
각 순간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있고, 터치를 하면 더 정교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선미

1160년 파리 교구장이었던 모리스 드 쉴리 주교가 원래의 대성당 자리에 새 성당을 짓기로 하고 초석을 놓은 후 프랑스 역사의 중요한 일들이 이 성당에서 진행됐다. 그 유명한 필리프4세가 처음으로 삼부회를 연 곳도 이곳이었고, 1572년에는 '다른 종교 간의 결혼'이 성대하게 거행됐다. 위그노였던 나바르의 앙리와 또 그 유명한 '마고'가 결혼식을 했다. 프랑스혁명 당시에는 이곳 역시 유린을 당했는데 1793년 노트르담대성당은 자유의 축제가 열리는 ‘이성의 신전’이 되었다.

나폴레옹이 황제로 대관식을 한 장면도 화려하게 구현됐다. 혁명이 지나고 19세기 초가 되자 대성당은 많이 황폐한 상태가 되었다. 철거까지 말이 나오던 중에 빅토르 위고가 ‘파리의 노트르담’을 써서 대성당의 전통을 상기시켰다. 시민들이 기금을 모으기 시작해 1845년에 복원이 되었다. 그리고 2019년의 화재 당시의 안타까운 순간들을 지나 이후 복원되고 있는 과정들도 보여준다. 
전시실에서는 노트르담대성당의 가고일도 실감나게 만난다. ⓒ이선미
전시실에서는 노트르담대성당의 가고일도 실감나게 만난다. ⓒ이선미

아름다운 장미창을 가까이에서 설명까지 보며 들여다 보고 실물 같은 가고일도 만난다.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외국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 진짜 노트르담대성당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올 겨울 내부 청소도 마치고 19세기에 복원됐던 모습으로 다시 문이 활짝 열린다는 노트르담대성당, 전시를 보고 나니 실제의 모습이 더 궁금해졌다. 
저마다 히스토패드를 통해 노트르담대성당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고 있다. ⓒ이선미
저마다 히스토패드를 통해 노트르담대성당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고 있다. ⓒ이선미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두 개의 전시, 물론 실제로 여행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런던과 파리를 잠시 즐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모두를 위한 영감의 공공 공간> 전시

○ 장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9서울도시건축전시관
○ 운영기간 : 7월 19일~9월 25일
○ 관람일시 : 화~일요일 10:00~18:00(17:30 입장마감,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736-8050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2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 운영기간 : 7월 2일~9월 1일(전시 기간 동안 휴관일 없음)
○ 관람일시 : 10:00-~8:00(수, 토요일 10:00~21:00), 입장은 마감 1시간 전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3701-7500

시민기자 이선미

서울을 더 잘 알아가면서 잘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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