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번쩍! 태권도, 남산골한옥마을에서 하늘을 날다

시민기자 이상돈

발행일 2024.05.07. 11:53

수정일 2024.05.07. 17:54

조회 6,600

'남산골 태권도 상설공연장'에서 공중격파 후 하늘을 나는 모습 ⓒ이상돈
'남산골 태권도 상설공연장'에서 공중격파 후 하늘을 나는 모습 ⓒ이상돈

오가는 차량과 인파로 분주한 충무로역을 나와 소나무 기둥과 참나무 서까래가 지탱하는 일주문을 지나 예전에는 청량한 계곡으로 풍류의 장소였던 남산골한옥마을에 들어섰다. 피톤치드 그윽한 자연의 향내와 고즈넉한 정경이 아스팔트 길을 걸을 때 마냥 빨랐던 걸음새의 관성을 죽이며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잠시 경내를 무심으로 거닐다가 올해 첫 무대로 2시부터 시작하는 '태권도 상설공연장'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일주문을 들어서자 보이는 고즈넉한 남산골한옥마을의 정경 ⓒ이상돈
일주문을 들어서자 보이는 고즈넉한 남산골한옥마을의 정경 ⓒ이상돈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큰 깃발을 들고 나와 흥을 돋우는 공연자들 ⓒ이상돈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큰 깃발을 들고 나와 흥을 돋우는 공연자들 ⓒ이상돈
마치 한 몸인 것 같이 절도 있고 아름다운 품새를 연기하는 공연자들 ⓒ이상돈
마치 한 몸인 것 같이 절도 있고 아름다운 품새를 연기하는 공연자들 ⓒ이상돈

잠시 후 큰 북소리가 울리며 창작 태권도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경민대학교 시범단이 ‘좌청룡 우백호 북현무 남주작’을 형상화한 큰 깃발을 들고 공연의 시작을 힘차게 알렸다.

마치 한 몸인 것 같은 절도 있고 아름다운 품새로 시작하는 공연의 시작부터 무대에 몰입하게 만들어 잠깐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태권도 유단자가 되면 익혀야하는 ‘태백’, ‘금강’, ‘천원’ 같은 고급 품새들을 아우르는 절제된 몸놀림이 마치 세계적 발레단이 '백조의 호수'를 연기하는 듯 예술적인 감명까지 선사한다.
품새와 같이 이어지는 연속 송판격파의 모습 ⓒ이상돈
품새와 같이 이어지는 연속 송판격파의 모습 ⓒ이상돈
세명이 동시에 뛰어 올라 뒷차기를 하는 모습 ⓒ이상돈
세명이 동시에 뛰어 올라 뒷차기를 하는 모습 ⓒ이상돈
공중을 날으며 높게 올려져 있는 송판을 격파하려는 모습 ⓒ이상돈
공중을 날으며 높게 올려져 있는 송판을 격파하려는 모습 ⓒ이상돈

예술의 시간이 지나고 무예의 시간이 이어진다. 태권도 공연의 절정인 화려하고 통쾌한 송판격파에 여기저기서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신비롭다는 눈빛으로 "Wonderful!(원더플)"을 연호하며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날아올라 공판을 격파하는 순간의 모습 ⓒ이상돈
날아올라 공판을 격파하기 바로 전의 모습 ⓒ이상돈

졸던 아이도 눈이 번쩍! 곧이어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공중을 날며 송판을 격파하는 날아차기가 시작되었다. “엄마. 태권도 배우면 날 수 있어요?” 공중을 나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무예로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하회탈'의 등장으로 해학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상돈
무예로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하회탈'의 등장으로 해학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상돈
이도령이 춘향이를 구하기 위해 일전을 벌이며 공중에서 송판을 격파하는 모습 ⓒ이상돈
이도령이 춘향이를 구하기 위해 일전을 벌이며 공중에서 송판을 격파하는 모습 ⓒ이상돈
공중에 매달린 송판을 격파하고 하늘을 나는 이도령 ⓒ이상돈
공중에 매달린 송판을 격파하고 하늘을 나는 이도령 ⓒ이상돈

긴장감이 팽배해질 때 갑자기 무대의 분위기가 해학의 정경으로 바뀐다. 우리네 전통 하회탈을 쓰고 타악기를 울리며 관중들의 흥을 돋우며 이도령이 등장했다. 춘향이를 구하기 위해서 탐관오리들과 일전을 벌이며 이도령도 하늘을 날았다. 
눈을 천으로 가리고 공중격파를 시도하려는 시도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상돈
눈을 천으로 가리고 공중격파를 시도하려는 시도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상돈

공연 끝 무렵에 눈을 천으로 가리고 하는 공중격파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감돌게 하여 손에 땀이 나게 했다. 오직 소리만을 듣고 앞을 못 보는 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높이 달려있는 송판을 한 치의 착오도 없이 격파하는 장면은, 무협영화에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어린이들이 격파 체험과 오뚝이 스파링 훈련을 하고 있다. ⓒ이상돈
어린이들이 격파 체험과 오뚝이 스파링 훈련을 하고 있다. ⓒ이상돈

공연이 끝난 후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격파체험, 도복입기, 오뚝이 스파링 훈련, 호신술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진행되었고, 시범단과의 포토타임도 마련되어 관람객들에게 소중한 추억도 선사했다.

올해는 전통 무예 시범 공연뿐만 아니라 K팝, 뮤지컬, 퓨전 등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창작공연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격파 체험, 태권도 기초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태권도가 낯선 외국 관광객에게는 영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한다.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는 태권도 상설공연에 대한 안내 홍보물 ⓒ이상돈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는 태권도 상설공연에 대한 안내 홍보물 ⓒ이상돈

서울시는 태권도를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7년부터 상설 공연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공연으로는 태권도의 정수인 '국기원 태권도 시범공연(5월)', '미동초등학교 어린이시범단 태권도 공연(5월)', '뮤지컬 태권도 공연(6월)', '정통태권(9월)', 'K팝 합작공연(10월)' 등이 있다.

7월과 8월에는 무더운 낮 시간을 피해 서울광장 상설무대에서 야간 공연으로 태권도 발차기와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색다른 태권도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나라 국기(國技)이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태권도는 서울시 상설 공연을 통해 ‘서울관광 3,000만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설 것이라 확신해 본다.
한옥마을 전통가옥을 찾은 외국인들 ⓒ이상돈
한옥마을 전통가옥을 찾은 외국인들 ⓒ이상돈

남산골 태권도 상설공연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 34길 28 남산골한옥마을
○ 교통 :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3, 4번 출구
○ 공연일시 : 5월 4일~10월 20일 주 2회, 토·일요일 14:00, 16:00
서울시 태권도 상설공연 인스타그램
○ 문의 : 02-2266-6924

시민기자 이상돈

서울 토박이로 '우리 서울'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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