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밖으로 나온 '순라군' 따라 광화문~송현녹지광장~인사동 한 바퀴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3.28. 13:32

수정일 2024.03.28. 13:33

조회 2,174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광화문 안쪽에서 순라군들이 궁 밖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기념해 특별행사로 진행했던 ‘수문장 순라의식’올해부터는 상설 행사로서 운영하게 되어 23일부터 일정이 시작됐다. 궁궐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 교대의식과 연계해 이제는 궁 주변뿐만 아니라 궁궐 밖에서도 순라군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올해부터 상설 행사가 된 '수문장 순라의식'을 위해 순라군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선미
올해부터 상설행사가 된 ‘수문장 순라의식’을 위해 순라군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선미

시간이 되자 절도 있는 자세로 군사들이 움직여 행렬을 시작했다. 경복궁을 관람하러 들어온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뜻밖의 행렬에 반색했다. 광화문을 나와 월대 아래로 내려선 순라군들은 잠시 멈춰 서서 행렬을 정비했다. 시민들이 모두 사진을 찍느라 분주해졌다. 드디어 행렬이 시작되었다. 취타대의 음악이 길을 열었다.
순라군들이 월대를 내려와 순라의식을 시작한다. ⓒ이선미
순라군들이 월대를 내려와 순라의식을 시작한다. ⓒ이선미
오가던 시민과 여행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선미
오가던 시민과 여행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선미

‘순라(巡邏)'는 조선시대에 도둑이나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밤에 궁궐과 도성 둘레를 순시하던 순찰제도다. 상설 진행하는 수문장 순라의식에는 순라군뿐만 아니라 수문장을 비롯한 총 60여 명의 조선시대 군사들이 출연해 제법 멋진 행렬이 이어진다.
  • 순라의식 행렬이 경복궁 담을 지나고 있다. ⓒ이선미
    순라의식 행렬이 경복궁 담을 지나고 있다. ⓒ이선미
  • 순라군뿐 아니라 조선시대 군사도 참여하여 멋진 행렬을 이어갔다. ⓒ이선미
    순라군뿐 아니라 조선시대 군사도 참여하여 멋진 행렬을 이어갔다. ⓒ이선미
  • 순라의식 행렬이 경복궁 담을 지나고 있다. ⓒ이선미
  • 순라군뿐 아니라 조선시대 군사도 참여하여 멋진 행렬을 이어갔다. ⓒ이선미

동십자각을 지나며 신호를 기다렸다. 지나가던 차에 타고 있던 시민들도 창을 열고 사진을 찍으며 호응했다. 하지만 순라의식에 참여한 군사들은 규정상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았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의식을 진행했다.
신호를 기다리는 군사들 너머로 동십자각이 보인다.ⓒ이선미
신호를 기다리는 군사들 너머로 동십자각이 보인다.ⓒ이선미

횡단보도를 건너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들어섰다. 간간이 이어지는 취타대 연주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방패를 든 대졸 뒤로 중앙군의 정예병인 갑사와 중앙군의 의무병인 정병이 뒤따른다. ⓒ이선미
방패를 든 대졸 뒤로 중앙군의 정예병인 갑사와 중앙군의 의무병인 정병이 뒤따른다. ⓒ이선미

환히 열린 송현광장을 지나 다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유동 인구가 많은 안국동이어서 정말 무수한 인파가 오고 갔는데,순라의식을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장사진을 이뤘다. 
순라의식이 인사동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미
순라의식이 인사동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미

드디어 행렬이 인사동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거리가 축제장이 되었다. 사람들이 양옆으로 비켜 길을 열고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다. 순라군은 가끔 멈춰 서서 사진을 찍도록 시간을 주기도 했다.
의장기를 높이 든 기수가 인사동 거리로 행렬하고 있다. ⓒ이선미
의장기를 높이 든 기수가 인사동 거리로 행렬하고 있다. ⓒ이선미
인사동에 있던 내외국인들이 순라의식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이선미
인사동에 있던 내외국인들이 순라의식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이선미

전루군이 깃발을 높이 들고 행렬을 하다가 동시에 깃발을 내리기도 했다. 의식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에는 다 의미가 있을 텐데 기왕이면 설명도 곁들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라의식을 보느라 정신없이 빠져 있던 시민들이 어느 순간에는 취타대의 자바라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서양악기 심벌즈와 비슷한 자바라는 소리도 심벌즈와 비슷했다. 순라의식은 인사동 깊이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북인사마당 광장에 자리를 잡고 섰다.
순라의식이 왔던 길을 되돌아 북인사마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미
순라의식이 왔던 길을 되돌아 북인사마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선미
인사동 거리에 선 수문장(오른쪽)과 종사관 ⓒ이선미
인사동 거리에 선 수문장(오른쪽)과 종사관 ⓒ이선미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요원들이 참여도 권하면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군사들이 시민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취타대는 흥겨운 연주로 분위기를 돋우었다.
  • 관람객들이 군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관람객들이 군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도 권장되었다. ⓒ이선미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도 권장되었다. ⓒ이선미
  • 관람객들이 군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도 권장되었다. ⓒ이선미
북인사마당 광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취타대 ⓒ이선미
북인사마당 광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취타대 ⓒ이선미
색이 같은 옷을 입은 어린이가 취타대와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색이 같은 옷을 입은 어린이가 취타대와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엄숙한 자세로 일관하던 군사들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살짝 곁을 주곤 했다. 근엄한 종사관도 자매가 사진을 찍으려고 한쪽에 둘이 서니 "한 명은 이쪽으로 와."  하고 조용히 일러주었다. 외국인들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재미있어 했다. 
  •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종사관 ⓒ이선미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종사관 ⓒ이선미
  • 한 시민이 귀여운 포즈로 수문장과 종사관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한 시민이 귀여운 포즈로 수문장과 종사관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 진행요원이 사진 촬영해 주고 있다.ⓒ이선미
    진행요원이 사진을 촬영해 주고 있다.ⓒ이선미
  • 근엄한 군사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어린이의 표정이 해맑다. ⓒ이선미
    근엄한 군사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어린이의 표정이 해맑다. ⓒ이선미
  •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종사관 ⓒ이선미
  • 한 시민이 귀여운 포즈로 수문장과 종사관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 진행요원이 사진 촬영해 주고 있다.ⓒ이선미
  • 근엄한 군사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어린이의 표정이 해맑다. ⓒ이선미

순라의식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에 시작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다. 궁궐 안이 아니라 도심에서 조선시대 군사들의 행렬을 마주할 수 있는 색다른 행사다. 그런데 3월 31일에는 시간에 조금 변동이 있다. 이 날은 경복궁부터 영월 장릉까지 수문장 교대의식이 진행되는 전국 여덟 곳의 수문장이 참여하는 '전국 수문장 임명의식'이 있어서 3시30분에 순라의식이 진행된다. 1469년 처음으로 수문장 제도를 시행한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근거로 극 형식으로 재현하는 행사인데,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전통문화를 되살려 재현하는 행사는 늘 흥미롭다. 단절된 문화를 찾아 충실하게 복원하는 것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수문장 순라의식

○ 운영 일정 : 3월 23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및 공휴일
○ 행사 시간: 오후 3시(약 1시간 동안 진행)
○ 진행 경로: 경복궁 광화문 월대 앞 → 열린송현녹지광장 → 인사동 문화의 거리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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