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명소들 구경하며, 소방교육까지!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 강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1.18. 14:03

수정일 2024.01.18. 14:08

조회 2,037

지난해 12월 18일부터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가 시작됐다. 소방 안전 교육과 문화 관광을 결합한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는 주변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방시설을 찾아보고 사용법을 익히면서 해당 소방시설 주변의 관광 명소도 함께 둘러보는 방식이다.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를 하려면 먼저 종로소방서로 가야 한다. 바로 안내실 앞에 ‘119 안전길’ 스탬프북과 스탬프가 있었다. 스탬프북을 펼쳐 대략적인 내용을 읽고 첫 번째 스탬프를 찍었다.
종로소방서에서는 소방관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선미
종로소방서에서는 소방관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선미
소방 안전 교육과 문화 관광을 결합한 투어 프로그램,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 ©이선미
소방 안전 교육과 문화 관광을 결합한 투어 프로그램,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 ©이선미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는 종로소방서에서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문화의거리와 광화문광장 그리고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잠시 코스를 살펴보고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2코스로 향했다. 햇빛이 좋아서 따뜻한 줄 알고 나섰는데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차갑게 불어댔다. 옷깃을 여미며 재동초등학교를 지나 감사원 방향으로 올라갔다. ‘북촌로11길 52’를 찾아가야 했다.
스탬프북에 안내 지도가 있어 천천히 따라가면 된다. ©이선미
스탬프북에 안내 지도가 있어 천천히 따라가면 된다. ©이선미

북촌한옥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목적지를 찾았다. 좁은 골목 한곳에 ‘비상소화장치’가 있다. 두 번째 스탬프를 찍는 곳이었다. 어느 곳이든 화재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하지만 고지대는 더더욱 그렇다. 비상소화장치는 소방차 출동이 어려운 시장이나 골목 등에 2,700개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소방호스를 소화전에 연결해 진화하는데 화재 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소방차 출동이 어려운 시장이나 골목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는 화재 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이선미
소방차 출동이 어려운 시장, 골목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는 화재 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이선미

북촌한옥마을이 인기 있는 포토존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을 피해 다른 곳도 돌아봤다. 조금 더 들어간 골목에 ‘비상소화장치함’이 마련돼 있었다.

비상소화장치함 옆쪽에는 여러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도 적어놓았다. “금연해 주세요.”, “쓰레기는 가지고 돌아가주세요.”, “전화기는 진동으로 해주세요.”, “함부로 문을 열거나 집 안에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문 틈새로 몰래 촬영하지 말아주세요.” 등의 문구로 가득했다. 이곳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북촌한옥마을에는 비상소화장치함도 설치돼 있다. ©이선미
북촌한옥마을에는 비상소화장치함도 설치돼 있다. ©이선미
한옥의 고풍스러운 모습과 함께 골목길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를 확인하고 그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이선미
한옥의 고풍스러운 모습과 함께 골목길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를 확인하고 그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이선미

다시 길을 내려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인사동 역시 좁은 골목에 점포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쌈지길에는 ‘보이는 소화기’가 있었다.

보이는 소화기는 소방차가 통행하기 어려운 곳과 작은 점포들이 밀집한 곳, 많은 이용자가 오가는 공공장소 등 서울 곳곳에 약 4만여 개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늘 지나다니는 길에 이런 시설물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 쌈지길에도 ‘보이는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이선미
인사동 문화의 거리 쌈지길에도 ‘보이는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이선미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유물을 보며 전통 소방시설도 알아보았다. 한양은 풍수지리로 볼 때 좌청룡(낙산), 우백호(인왕산), 북현무(북악산), 남주작(남산)이 경복궁을 둘러싼 명당인데, 한 가지 문제가 관악산의 강한 화기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임진왜란 때 완전히 불탄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는 또 다른 여러 방책들이 쓰였다. 광화문 월대 앞 해태도 그렇고,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쓴 것도 관악산 화기를 막는다는 의미가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 로비 안내데스크 뒤로 ‘119 안전길’ 스탬프가 있다. ©이선미
국립고궁박물관 로비 안내데스크 뒤로 ‘119 안전길’ 스탬프가 있다. ©이선미
스탬프북을 안쪽까지 잘 넣은 후에 정중앙을 1, 2초 꾹 누르면 스탬프가 잘 찍힌다. ©이선미
스탬프북을 안쪽까지 잘 넣은 후에 정중앙을 1, 2초 꾹 누르면 스탬프가 잘 찍힌다. ©이선미

태조 이성계가 만든 경회루 연못 역시 물로 불을 다스린다는 의미가 있었다. 흥선대원군이 불탄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는 이 연못에 청동으로 만든 두 마리 용을 넣었다. 물의 신 용에게 불로부터 궁궐을 보호해 달라는 기원을 담았을 것이다. <경복궁영건일기(景福宮營建日記)>를 보면 발톱 5개가 달린 오조룡 암수 한 쌍을 연못에 넣었다고 하는데 1997년에 한 마리가 발견돼 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한 어린이가 이어폰을 끼고 청동 용에 대한 안내를 듣고 있다. ©이선미
한 어린이가 이어폰을 끼고 청동 용에 대한 안내를 듣고 있다. ©이선미

스탬프북에는 각 지점에서 살펴봐야 할 이야기들도 적혀 있다. 고궁박물관에서는 전통 소방시설과 소방 역사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세종 8년인 1426년에 2,000여 가구가 불탄 대화재를 계기로 금화도감이 창설되었다. 1467년 세조 13년에 대규모 화재를 진압하는 데 취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의 소방관 역할인 멸화군으로 개편되어 조금 더 전문적인 면모를 갖췄다고 한다.
조선 후기 박제형이 쓴 <근세조선정감>에는 광화문 앞 해태가 서울의 방화 풍수 때문에 건조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선미
조선 후기 박제형이 쓴 <근세조선정감>에는 광화문 앞 해태가 서울의 방화 풍수 때문에 건조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선미

마지막 지점은 광화문광장을 건너면 바로 있었다. 버스정류장 옆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심폐소생술 열린교육장’에서는 무인안내기를 통해 스스로 심폐소생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최근 심폐소생술로 위급한 시민을 구했다는 뉴스 기사를 보게 되는데 누구나 체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화문광장 바로 건너편 버스정류장 공중전화 부스에 또 하나의 스탬프가 있다. ©이선미
광화문광장 바로 건너편 버스정류장 공중전화 부스에 또 하나의 스탬프가 있다. ©이선미
‘심폐소생술 열린교육장’에서는 무인안내기를 통해 스스로 심폐소생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선미
‘심폐소생술 열린교육장’에서는 무인안내기를 통해 스스로 심폐소생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선미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를 완주한 후 종로소방서를 다시 찾았다. 안내실에 써붙여 놓은 대로 똑똑 유리창을 노크했더니 “추운데 안으로 들어오세요”라며 반겨주었다. 완주 스탬프를 찍고 인증 기념품을 받았다. 기념품 수령 명단에 이름을 쓰려고 했더니 “한참 뒤로 넘겨야 해요”라며 “벌써 많은 분들이 완주하셨어요”라고 알려주었다. 정말 한참을 뒤로 넘겨 이름을 썼다.
다섯 곳을 다 돌아본 후 종로소방서에서 완주 스탬프를 찍고 인증 기념품을 받았다. ©이선미
다섯 곳을 다 돌아본 후 종로소방서에서 완주 스탬프를 찍고 인증 기념품을 받았다. ©이선미

인증 기념품은 '에코 백'과 <소방역사를 색칠하세요> 컬러링 북, 그리고 '화재감지기'와 '유압 소방 사다리차'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키트가 있었다. 기념품은 소진될 때까지 주어진다고 한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나들이에 나서 서울 도심의 명소도 돌아보고, 소방 안전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는 여러모로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119 안전길 스탬프 투어

○ 스탬프 투어 방법
 ①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78 종로소방서 종로소방서(1층 로비)에 방문하여 스탬프북 수령
 ② 5개 코스(종로소방서~북촌한옥마을 ~국립고궁박물관·경복궁~심폐소생술 열린교육장~인사동 문화의 거리)를 찾아 스탬프북에 스탬프 찍기
 ③ 종로소방서에 다시 들러 완주 스탬프를 찍으면 소정의 기념품 증정
종로소방서 누리집
인스타그램
○ 문의 : 소방재난본부 안전교육팀 02-3706-1621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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