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밥 먹자! 방학에도 '여기'서 맛있는 점심 한끼 뚝딱!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4.01.19. 15:22

수정일 2024.01.19. 16:23

조회 1,614

방학을 맞은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 ©최윤정
방학을 맞은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 ©최윤정

“오늘 메뉴는 뭐예요?”
“소고기덮밥에 두부조림에 미소된장국”
“와, 맛있겠다.”
배식시간이 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일찌감치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초등학생이 여럿이다. 대화가 오가는 이곳은 식당이 아니라, 서대문구에 위치한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이다.

긴 겨울방학이다. 다 좋은데 점심이 문제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가정은 자녀들의 점심 한 끼가 고민스럽다. 집밥을 해놓아도 혼자 먹을 아이가 안쓰럽고, 배달을 시켜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해결사는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의 '겨울방학 점심 한끼' 프로그램. 서대문구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점심을 지난 1월2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제공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덮밥에 두부조림이다. ©최윤정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덮밥에 두부조림이다. ©최윤정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양가 있는 메뉴의 조리부터 배식까지 마을활력소의 운영위원회원들이 직접 맡은 건강한 밥상이다. 사전 신청한 부모들에게 자녀의 알레르기 유무도 확인 받았으니 안전한 밥상이기도 하다.

재료비 정도의 비용으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어요. 디저트, 제철 과일까지 챙긴 든든한 한 끼로 구성해서 '노쇼'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의 운영을 맡고 있는 최서연 공간지기는 "무상 제공을 할 경우엔 성의 없는 참여자가 나올 우려가 있고, 지금도 급식에 참여하는 요일만큼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덧붙인다.
주민들의 재료 기부와 자원봉사가 맛집 비결이다. ©최윤정
주민들의 재료 기부와 자원봉사가 맛집 비결이다. ©최윤정

오전 10시 30분부터 공용부엌이 바빠진다. 집밥의 달인들이지만 아이들에게 더 맛있는 한 끼를 위해 요리 동영상도 여러 번 보았다는 정수희, 송지영 두 위원은 두부조림에 들어갈 양념장부터 맛깔스럽게 만든다. 

배식시간은 11시30부터 1시까지다. 어린 고객들의 스케쥴에 맞추다 보니 길어졌다.

“앞 시간에 반 오고, 12시 지나서 또 나머지 친구들이 와요.”
며칠 간 ‘점심 한끼’를 진행하다 보니 어떤 친구가 언제 오는지 이제는 다 안다는 배식팀이다. 
맛있는 것은 몇 번이고 무한 리필 ©최윤정
맛있는 것은 몇 번이고 무한 리필 ©최윤정
아이들이 좋아하고 영양가 있는 메뉴를 미리 계획한다. ©최윤정
아이들이 좋아하고 영양가 있는 메뉴를 미리 계획한다. ©최윤정

“학교에서는 '더 주세요'하면 잘 안 주는데 여기는 여러 번 달라고 해도 다 주세요.”
“부대찌개도 맛있고 삼겹살도 맛있어요. 내일 메뉴도 기대돼요.”
“친구들하고 같이 밥 먹으니까 재밌어요.”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초등학생들은 방학기간에도 학원과 학교의 특강 수업으로 바쁘지만, 맛있는 점심을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즐겁단다. 역시 밥은 같이 먹어야 맛있다. 

밥을 먹는 동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준다. 학교 급식시간이 40분 정도인데, 여기서는 빨리 먹으라 재촉하는 소리도 없다. 대신 먹을 수 있는 만큼 급식을 받고 잔반 없이 깨끗이 비우는 친환경 매너를 권장한다. 
옛 천연 가압장이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최윤정
옛 천연 가압장이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최윤정

코로나 즈음 마을활력소의 공간과 프로그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송지영 위원은 “받았으니 그만큼 돌려주고 싶다”란 생각에 '점심 한끼' 프로그램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때 모이는 데에 제한은 있죠, 아이들을 위한 학부모 활동은 해야죠,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해 힘들었어요. 카페는 부담스러운데, 이곳은 공용부엌도 있고 회의를 할 수 있는 데다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으니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오래된 가압장을 개조한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 공간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마을 쉼터요, 동네 배움터다. 이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마을 주민의 관심과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임기가 2년인 무보수의 운영위원회도 마을주민으로 구성된다. 임기와 상관 없이 오늘처럼 일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서 돕게 되는 '주민들의 끊을 수 없는 애정'이 깃든 곳이다.
지난 연말, 캠핑장으로 공간을 꾸며 주민들에게 대여해 주기도 했다.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
지난 연말, 캠핑장으로 공간을 꾸며 주민들에게 대여해 주기도 했다.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

옹달샘은 공간 공유에도 진심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독립영화 상영을 하는가 하면, 지난 연말에는 캠핑장을 연출해 공간을 대여했다. 매 주말 사전 예약하면 2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캠핑 감성을 누릴 수 있었다. 텐트, 캠핑 의자와 반짝이 전구, 야외 테이블에 빔까지 갖춰 많은 주민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옹달샘은 이제 깊은 산 속에 있지 않다. 우리 옆에서 건강한 활력과 편안한 쉼을 주고, 소통이란 따뜻한 끈을 만들어주고 있다.  

서대문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10길 6(천연동)
○ 운영시간 : 월~토요일 10:00-19:00(일요일, 공휴일 휴무)
천연옹달샘 마을활력소 인스타그램
○ 문의 : 070 8119 6346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의 혜택을 누리며 살았으니 좋은 장소와 취지를 공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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