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엄두가 안 나는 김장? 1인가구센터에서 다 같이 만들었어요!

시민기자 염지연

발행일 2023.12.26. 10:50

수정일 2023.12.26. 17:47

조회 720

김치 속 계량은 조리법의 감을 잡기 위해 정확히 알려주셨다. ⓒ염지연
김치 속 계량은 조리법의 감을 잡기 위해 정확히 알려주셨다. ⓒ염지연

강동구1인가구지원센터에서 절기 행사 프로그램으로 '김장김치 담그기'를 진행하여 직접 신청해 보았다. 강동구에서 1인으로 사는 주거인 또는 직장인은 정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며, 혼자 살지 않더라도 강동구 주거인이라면 준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강동구1인가구지원센터에서는 매달 1인 가구의 문제나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매달 말즈음에 미리 행사 안내 일자가 안내되며, 정회원들을 대상으로 누리집에 안내되어 있는 링크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진행 후엔 사후 만족도 조사를 통해서 추후 개선점이나 배워보고 싶었던 요리의 희망 사항을 받는다. 그 중 겨울이면 생각나는, 유독 1인 가구가 혼자서는 도전하기 어려운 '김장'을 센터를 통해 다 같이 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고, 이를 반영하여 올해 다 같이 김장김치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신청비용이나 재료비도 들지 않는 무료로 운영된다.

1인가구센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신청하다 보니, 얼굴이 익숙해져 친해진 참가자들이 생겼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유를 물어보니 "김장 양념만 간단히 만들어서 혼자 시도해보려 해도 양이나 간 조절이 쉽지 않았고, 재료의 양만해도 큰 단위로 팔아 구매하기가 버겁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김치를 사거나 많이 받아도 혼자서는 다 처분이 곤란했던 1인 가구의 특성을 살려 적당량의 김장과 조리법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깨끗이 씻어서 직접 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등분하였다. ⓒ염지연
깨끗이 씻어서 직접 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등분하였다. ⓒ염지연

준비물은 앞치마와 만든 김치를 담아 갈 수 있는 김치통을 개별적으로 지참하는게 전부다. 시작 시간인 저녁 8시에 미리 도착해 보니 그 외의 김장 준비물인 각종 채소와 양념들을 미리 준비해 주시는 손길들로 분주해 보였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도와 가볍게 김장을 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혼자 김장을 해보는 건 처음이라 약간의 긴장감도 들었다.

늘 김치는 주변 반찬가게나 마트에서 사 먹거나 본가에서 얻어 먹었는데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동네에서 1인 가구로 사는 주변 친구들과 요리할 때 같이 나눠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김장 김치를 활용해 겨우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도 배울 수 있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배춧속을 너무 짜게 많이 넣어서도 안 되고, 적당량을 버무려서 한 포기를 완성했다. ⓒ염지연
배춧속을 너무 짜게 많이 넣어서도 안 되고, 적당량을 버무려서 한 포기를 완성했다. ⓒ염지연

특히 김치는 양념 비율이나 맛이 중요해서 간 조절이 어려웠는데 셰프님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젓갈이나 속 추가 여부를 먹어보고 각자 입맛대로 조절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어 쉽게 할 수 있었다.

먼저 김치 속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채소의 누런 잎을 제거하고 흙을 털어낸 뒤, 깨끗이 씻어서 직접 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등분하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김치 속에 들어가는 무채, 고춧가루, 다진 마늘, 액젓 소스 계량은 조리법의 감을 잡기 위해 정확히 계량하였으나, 가정마다 해산물이 들어가거나 소스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라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다양한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재미를 알 수 있었다.
적당량을 버무려서 양념된 배추를 잘 눌러 담아 통에 담으니 벌써 김치가 완성되었다. ⓒ염지연
적당량을 버무려서 양념된 배추를 잘 눌러 담아 통에 담으니 벌써 김치가 완성되었다. ⓒ염지연

배춧속을 너무 짜게 많이 넣어서도 안 되고, 적당량을 버무려서 한 포기를 완성해서 잘 눌러 담아 통에 담으니 뚝딱 김치로 완성된 게 신기했다. 양념을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이 생소했을 뿐, 김장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이렇게 쉽게 만들어 겨우내 먹을 생각하니 신이 났다.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준비되어 1인당 3포기를 통에 담아 갈 수 있었고, 남은 양념엔 갓 채소도 준비해 주셔서 생각하지도 못한 갓김치도 만들어보았다.
남은 양념엔 갓 채소도 준비해주셔서 생각하지도 못한 갓김치도 만들어 보았다. ⓒ염지연
남은 양념엔 갓 채소도 준비해주셔서 생각하지도 못한 갓김치도 만들어 보았다. ⓒ염지연

배추와 동일하게 갓을 다듬어 휘휘 양념에 버무리고 나니 쉽게 갓김치가 완성되었다. 김치는 생배추나 겉절이를 좋아하면 1~2일 내에 먹어도 좋고, 갓김치는 2~3일 후에 양념이 밴 뒤 먹는 게 더 맛있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1인 가구라 김치냉장고가 없는 아쉬움을 토로하니, 지금은 날이 추워 선선한 베란다에 둬도 충분히 잘 익을 것이라고 했다. 속을 만드는 게 어렵다면 굳이 재료를 다 사지 않아도 집에 있는 재료인 사이다나 피시소스 등을 활용해서도 맛을 낼 수 있는 요리 방법도 알려주었고, 질문과 대답 시간을 통해 추후 혼자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도 공유해 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준비되어 1인당 3포기를 통에 담아 갈 수 있었다. ⓒ염지연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준비되어 1인당 3포기를 통에 담아 갈 수 있었다. ⓒ염지연

김장이 한 해의 큰 과제일 정도로 힘든 이유는 재료를 다듬고, 씻고, 만들고, 치우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체감했다. 김장을 담그며 더 친해진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김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김장을 할 때 품앗이로 동네 이웃들과 다 같이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묵묵히 만들면 노동처럼 느껴지는 과정을, 같이 나눠 먹으며 웃으며 만드니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다음에는 고기나 밥도 준비해 와서 다 같이 나눠먹으면 즐거울 것 같았다. 다음날 수육과 함께 만든 김치를 먹어보니 직접 만든 김치라 그런지 더 맛있고 뿌듯하게 느껴졌다.
혼자 만들면 노동처럼 느껴지는 과정을, 같이 만드니 즐거운 과정처럼 느껴졌다. ⓒ염지연
혼자 묵묵히 만들면 노동처럼 느껴지는 과정을, 같이 나눠 먹으며 웃으며 만드니 즐거운 과정처럼 느껴졌다. ⓒ염지연

김장을 만드는 내내 완성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각자 살지만 다 같이 모여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취지에 적합한 과정이었다. 혼자서는 어려웠던 김장김치 만드는 과정을 강동구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모여서 함께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 것이 좋았다.

특히 계절별로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도 준비되어 있으며, '먹토크'라고 해서 음식을 만들고 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친목을 형성해 주기 위하여 만든 음식을 먹으며 토크 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혼자서는 어려웠던 김장김치 만드는 과정을 강동구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함께 모여서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염지연
혼자서는 어려웠던 김장김치 만드는 과정을 강동구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함께 모여서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염지연

김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한국 고유의 문화이고, 세계적으로 '김치의 날'이 제정 준비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김장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김장이 번거롭고 힘든 과정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김장 문화가 더 대중화되기를 바란다. 강동구1인지원센터에서는 요리 프로그램 이외에도 1인 가구를 위한 심리상담 1:1 프로그램,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길 추천한다.
1인지원센터에선 1인 가구를 위한 심리상담, 전월세 안심계약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염지연
1인지원센터에선 1인 가구를 위한 심리상담, 전월세 안심계약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염지연

강동구1인가구지원센터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구천면로 297-5(천호동) 천호아우름센터 2층
○ 운영일시 : 화~토요일 10:00~19:00
누리집
○ 문의 : 02-479-1179

시민기자 염지연

2021년부터 시작한 활동, 꾸준히 좋은 기사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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