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영! 서울시 예비군, 내년부터 무료버스 타고 훈련 간다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3.11.01. 11:30

수정일 2023.11.10. 14:25

조회 4,484

코로나19 확산으로 훈련 이수 처리가 됐거나 제한적으로 시행됐던 예비군 소집 훈련이 지난해 6월부터 재개됐다. 장교와 부사관을 제외한 남성들은 전역 후 6년까지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이 중 전역 후 4년까지는 동원 훈련 및 동원 미지정 훈련을 받게 된다. 동원 훈련은 직접 군부대에 입소해 2박 3일 동안 진행되고, 동원 미지정 훈련은 4일 동안 출퇴근하며 훈련받는다.

동원 훈련은 병무청과 지자체가 군부대까지 가는 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원 미지정 훈련은 예비군 본인이 알아서 훈련장까지 도착해야 한다. 문제는 예비군 훈련장 위치다. 현재 서울 청년들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52사단(서초‧박달)제56사단(노고산‧금곡) 4곳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받는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통해 도착하기에 상당히 열악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예비군 훈련장 특성상 도시 외곽이나 시외에 있어 접근성이 상당히 불편하고, 입구까지 도착하는 버스도 예비군이 가득 들어차 '콩나물 버스'로 전락한다. 지난 3월에 예비군 훈련을 나흘 동안 다녀온 바 있는데, 상당히 불편했다. 예비군 훈련은 오전 9시에 도착해야 하기에, 출근 시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출근길 지하철을 뚫고 나면 도시 외곽으로 가는 버스에 겨우 몸을 우겨 넣는다. 늦으면 퇴소 조치되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대 사람들로 북적이는 안양역 일대 ©조수연
출근 시간대 사람들로 북적이는 안양역 일대 ©조수연

그래서 서울 청년들이 예비군 훈련장에 도착하려면 새벽에 일어나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참여하는 예비군 훈련이지만, 정작 예비군을 위한 정책은 상당히 열악했다. 예비군 훈련장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힘을 너무 빼버려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보였다.

예비군 훈련이 끝날 때는 더 복잡했다. 안양 박달 예비군 훈련장의 경우,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택시도 잘 들어오지 않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안양역까지 가는 버스는 10분에 1대가 운행된다. 많게는 수백 명의 예비군이 한 번에 퇴소하기에, 예비군 훈련장 입구에서부터 상당히 혼잡하다. 기자 역시 버스를 기다리는 데만 무려 1시간이 소요됐다.
 안양 박달 예비군 훈련장 입구 ©조수연
안양 박달 예비군 훈련장 입구 ©조수연

그래서 일부 버스 회사들은 예비군 퇴소 시간에 맞춰 전세버스를 놓고 좌석을 판매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많은 예비군은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했다. 1시간 넘게 기다렸던 경험이 있어 2일 차에는 해당 전세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비는 4,000원. 하루에 동원 미지정 예비군은 교통비로 8,000원을 받는데, 50%를 전세버스 비용으로 내는 셈이다. 지난 10월 27일에 다녀온 올해 마지막 예비군도 비슷했다.

예비군 훈련으로 누군가는 생업을 4일 동안 포기하지만, 정작 예비군 훈련장까지 도착하는 방법과 예비군 훈련 후 집까지 가는 방법은 방치됐었다. 하루에 8,000원의 교통비로 예비군 훈련의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서울 지역예비군의 예비군 훈련장 입소 편의를 위해 내년부터 무료 수송버스를 운행한다. ©조수연
서울 지역예비군의 예비군 훈련장 입소 편의를 위해 내년부터 무료 수송버스를 운행한다. ©조수연

이에, 서울시는 예비군 훈련을 받는 서울 청년들을 위해 내년부터 ‘무료 수송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서울시의회와 협치를 통해 ‘서울특별시 예비군 훈련장 수송버스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공포됐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예비군을 육성·지원해야 한다’는 예비군법에 의거 제정됐다.

다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경기도 구리와 남양주시는 2018년부터, 대구 수성구는 지난 6월 30일부터 예비군 훈련장까지 무료 수송버스를 운행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제정했고, 8월에는 대전광역시와 부산광역시 동구·서구, 강원 춘천시 등도 동참했다. 늦었지만, 지금은 예비군 훈련이 마무리돼 내년부터 시행되면 많은 예비군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만 8,96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상당수 서울 청년들이 서울시의 무료 수송버스 덕분에 편하게 예비군 훈련장까지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사소할 수 있지만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청년들에게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10월에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지인은 그동안 불편 사항과 함께 무료 수송버스 정책이 왜 좋은지 의견을 남겼다.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옆에 있는 서초 예비군 훈련장에서 4일간 훈련받았습니다. 안양 박달 예비군 훈련장의 경우 바로 앞까지 버스가 도착하지만, 서초 예비군 훈련장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꽤 걸어가야 합니다. 강남역에서 서초 09번을 기다리는데, 상당히 긴 줄로 마을버스를 몇 번 보낸 후에야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할 텐데, 서울시가 무료 버스를 운영한다는 점은 매우 좋은 정책 같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서울시가 버스를 강남역처럼 한데 몰아 넣지 말고, 몇 군데에 나눠 예비군 수송버스를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강남역과 잠실역, 논현역 등 주요 역 몇 곳을 골라 예비군 수송버스를 분산 운영하면 예비군의 만족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초 예비군 훈련장에 가려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꽤 많이 걸어가야 한다. ©조수연
서초 예비군 훈련장에 가려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꽤 많이 걸어가야 한다. ©조수연

그동안 예비군 훈련장까지 많은 고통 속에 몸을 맡겼던 서울 청년들. 그래서 서울시의 이번 조례가 더 반갑게 느껴진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비군 훈련장 무료 수송버스 지원 또한 서울 청년들을 위한 안전하고 편안한 동행(同行)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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